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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초기불전을 우리 말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은 초기불전연구원의 번역모습.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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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빨리성전협회장 전재성 박사가 〈숫타니파타〉를 펴낸데 이어, 초기불전연구원 각묵스님과 대림스님이 〈청정도론〉을 발간하는 등 초기불전(初期佛典)을 우리말로 번역한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역경전(漢譯經典)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달받은’ 한국 불교계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초기불전 번역작업으로 ‘새로운 세계’와 만나고 있다. 초기불전 번역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본다.
초기불전에 대한 한국 스님들과 학자들의 관심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 되었다. 그 이전에도 불교학자들이 초기불전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 1차 자료를 직접 옮기기 보다는 일본 불교학자들의 저서를 재번역하는 단계에 머물렀다.
1987년 선방 수좌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고요한 소리’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이듬해 돈연스님(당시 송광사)과 젊은 불교학자들이 ‘경전읽기모임’을 만들면서 초기불전 번역의 초석이 놓였다. 경전읽기모임은 지금의 경전연구소(소장 김재성)로 확대 발전했다. ‘경전읽기모임’은 1992년 화재가 발생하면서 번역작업 중이던 원고가 불타버리는 곤란을 겪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고요한 소리’와 ‘경전읽기모임’이 초기불전 번역의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원전을 정확히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스님과 불교학자들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초기불전硏’등 유학파스님 주도 번역 활기
번역용어 통일 등은 과제…종단지원 절실
초기불전 번역 작업이 탄력을 받은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인도, 스리랑카, 버마 등 초기불전 자료가 풍부한 지역에서 유학했던 스님과 불교학자들이 귀국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또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의 대학에서 초기불전 연구에 필요한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등의 ‘언어’를 습득한 학자들의 동참도 가속도를 높인 요인이 됐다. 이와 함께 초기불전 번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국내에서 ‘외롭게’ 공부한 학자들도 90년대 중반 이후 초기불전 번역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지난 2002년 10월 문을 연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스님)은 외국 유학을 마친 대림스님과 각묵스님 등을 비롯해 10여명의 연구진을 확보하고 활발한 번역불사를 펴고 있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chobul) 회원이 800명에 육박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도 늘어난 상태. 초기불전연구원은 올해부터 3차 5개년 계획을 세워 2018년까지 초기 경.율.논 삼장을 완전 번역해 출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아비담마의 길라잡이〉 〈들숨날숨에 마음 챙기는 공부〉 〈네 가지 마음 챙기는 공부〉를 펴냈다.
전재성 박사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도 초기불전 번역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97년 “부처님께서 사용했던 언어인, 빠알리로 된 성전을 우리말로 옮기기 위한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세계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인 리차드 곰브리치 박사의 승인을 받아 설립됐다. 전재성 박사는 짧은 문장의 경전을 묶어놓은 〈상윳타 니카야〉 전11권과 중간 길이 정도의 부처님 설법을 모아 놓은 〈맛지마 니카야〉 전5권을 각각 한글로 번역 출간했다.
1980년대 후반 초기불전 번역의 물꼬를 연 경전연구소(소장 김재성)도 의욕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03년 6월 인터넷 카페(cafe.daum.net/pitaka)를 개설해 전문학자들의 의견교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형준 경전연구소 부소장이 〈팔천송 반야바라밀다경〉을 펴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초기불전 번역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곳이 있다. 마성스님이 소장으로 있는 팔리문헌연구소가 바로 그곳. 지난 2000년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팔리문헌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팔리삼장의 한글 번역과 관련 학문 분야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홈페이지 (www.ripl.or.kr)도 운영하고 있다. 팔리문헌연구소는 △팔리문헌에 관한 연구 조사 △팔리문헌의 수집과 번역 △연구 논문집 및 기타 간행물 발간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학술 교류 △학술회의, 강연회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부쩍 증가하고 있는 초기불전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한역경전을 통한 연구의 한계성을 인식하고, 직접 원전을 번역하겠다는 원력이 높아졌기에 가능했다. 또 일부에서는 “한역경전의 왜곡과 한역경전의 난해함이 한계점에 이르면서 초기불전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폄하됐던 소승불교에 대한 ‘거부감’이 희미해졌으며, 불교학자들이 대거 늘어나 전공영역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초기불전 번역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초기불전 번역은 한역, 일역, 영역된 것을 재번역하는 기존의 번역체계가 아닌 부처님의 원음(原音)이 살아있는 경전을 우리말로 직접 번역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회장은 “원전 번역을 통해 가급적이면 현대의 일상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80년대 후반부터 20여년 가까이 초기불전 번역 작업이 진행됐지만 숙제 또한 적지 않다. 교단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연구층도 두텁게 형성된 만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번역용어의 통일성 문제’도 과제 가운데 하나. 그리고 초기불전 번역작업을 하는 단체들이 서로 유대관계를 통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과 인력 등 종단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범종단 차원에서 불교경전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한국 불교학계의 지평을 확대시키고 있는 초기불전 번역사업이 종단과 불자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어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읽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원형에 가깝게 담고 있는 초기경전이야 말로 부처님의 참 뜻을 알 수 있는 경전이기 때문이다.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기고Ⅰ / 초기불전 번역 왜 해야하나
“범어 직역이 불전 뜻 정확히 전달”
초기불전은 불교의 시작점이며 역사를 아는 이 시대에 불교 만대의 표준이다. 이것이 초기불전을 한글로 옮겨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더군다나 초기불전의 가르침은 합리성과 체계성에 바탕하고 있으며 이는 과학이라는 현대의 방법론과 일치한다.
둘째, 초기불전의 매개언어인 빠알리어를 비롯한 범어는 격변화와 동사곡용을 기본으로 하며, 이는 한글과 같은 언어체계이다. 그러므로 언어체계가 아주 다르고 표의문자인 한문번역을 통한 불교의 이해보다 범어의 직역이 불전의 뜻을 더욱 정확하고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다.
셋째, 초기불전 번역을 통해서 자주적인 진정한 한국불교를 구현 할 수 있다. 초기불전을 직접 한글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중국불교를 바판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원효스님 등이 추구했던 자주불교의 전통을 오늘에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초기불전을 정확하게 역출해내기 위해서는 △매개언어인 빠알리와 산스끄리뜨에 능통해야하고 △아비담마와 주석서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경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를 갖추어야하고 △‘지금 여기서’ 해탈 열반을 구현하려는 수행자적 태도를 견지해야한다. 이것이 초기불전을 번역하기 위해서 갖추어야하는 당면 과제이다. 이미 한국불교에도 위의 3대 요건을 두루 갖춘 학자집단이 잘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 학자들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들을 엮어낼 종단의 관심과 권위와 힘이다. 역경불사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3대 사업 가운데 하나이다. 이미 한역경전의 한글화 작업은 한글대장경 번역사업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는 안정된 종단의 힘과 역량을 결집하여 초기불전을 위시한 범어원전의 국역사업에 매진해야할 시점이 되었다.
종단의 정화불사와 개혁불사의 마무리는 범어경전의 역경불사를 통해서 완성되어하며 이는 초기불전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할 것이다. 초기불전은 불교 만대의 표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묵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 기고Ⅱ / 초기팔리불전 번역의 과제
“번역자 양성…지속적 추진 긴요”
남방불교나라 이외에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오래전부터 초기 팔리불전을 자국 언어로 번역했다. 부처님이 설하신 팔만 이천의 법과 제자들이 설한 이천 가지 법을 포함하고 있는 팔리불전의 한글화는 반드시 완성해야 할 불사이다.
범어, 티베트, 한문경전과 더불어 초기 팔리경전은 주로 부처님의 말씀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경전으로 이 경전의 한글화는 불교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통 사람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승가와 재가의 불교교육과 사회의 불교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팔리경전은 한문 경전과 달리 문법적 구조가 정확하고 초기 불전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는 주석서가 있고, 그 밖에 음사한 고유명사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연구서와 주석서를 통한 경전의 정확한 한글번역은 자의적 해석에서 탈피하여 불교교리의 곡해가 제거될 것이다.
초기 팔리불전 번역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첫째, 팔리경전 역자의 발전적 모임과 번역용어 결정에 대한 논의, 역자의 시대사적 사명과 더불어 승가와 재가의 관심과 지원이다. 둘째, 역자들의 공동번역과 더불어 상호간의 교열, 연구성과의 비교를 통해서 개개인의 번역오류를 최소화하고 정확하고 쉬운 한글 경전이 탄생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한글 세대에 맞게 한글화 작업이 필요하며 용어의 상호 통일과 적합한 한글 선택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번역자료의 공개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모든 불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다섯째, 번역물을 잘 활용해 남북방불교의 비교분야, 응용분야 등의 연관학문연구를 확대해야 하고 아울러 승가와 재가에 맞는 경전교재를 발간해 불교교육에 이바지 해야 한다. 여섯 번째, 역경사업의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기구와 지속적인 번역을 위해 역경가의 양성과 교육대상의 질적 교육을 위한 초기 팔리경전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관리해야 한다.
백도수/ 동국대 강사
[불교신문 2027호/ 4월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