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에 가까워질수록 그 묘한 불빛이 더 선명해진다. 과일나무 근처에서 하나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물가, 풀숲에 잔뜩 모여 저마나 느긋하게 야간비행을 즐긴다. 여름밤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반딧불이의 향연, 자연이 만들어준 크리스마스트리에 아이도 어른도 넋을 잃는다.
동이면 석탄리(이장 오한흥) 안터마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딧불과 함께하는 안터마을 여름문화 체험장'문을 열었다. 체험장 개장행사가 열린 지난 18일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민들이 체험장을 찾아 개장 기념 즉석 노래자랑을 열고 흥을 돋우었다. 날이 충분히 어두워 질 때를 기다려 10시 30분부터 참가자들은 반딧불이 서식지에 들어가 반딧불에 의지해 밤길을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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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과 함께하는 안터마을 체험장이 18일 문을 열었다. 궂은 날씨에도 개장식을 찾은 주민들이 산길을 걷기 전 노래자랑에 참여하는 모습. |
◆"엄마 짱이야. 대박이야!"
아이들 최고의 감탄사가 연이어진다. 밧딧불이가 신기한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탄성에 숲은 밤을 잊었다. 먼 산뿐만 아니라 손을 뻗으면 손가락 끝에 살짝 불빛을 남겨놓을 만큼 가까이에서 본 반딧불이는 아이들 말대로 '대박'이다.
"아, 예쁘다. 갖고 싶긴 한데 그래도 참아야 돼." 반딧불이가 청청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천연기념물이라는 해설자의 말에 아이들은 뻗은 손을 그대로 내린다. 오늘의 해설자이자 안터마을 새마을지도자 최경선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반딧불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애반딧불이는 6월쯤에 나오고 늦반딧불이는 8월쯤 볼 수 있어요. 반딧불이 새끼가 뭘 먹는지 아세요? 이끼나 달팽이를 먹어요. 다 큰 반딧불이는 이슬을 먹고 산답니다. 그러니까 환경이 정말 깨끗한 곳에서만 살 수 있겠죠?"
오래전 무주 반딧불축제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는 이미정(39, 옥천읍 가화리), 김가은(13), 김선용(10) 가족은 그때와 또 다른 반딧불이의 매력에 빠졌다. "몇 년 전 무주를 찾았을 때는 하우스 같은 시설 안에서 직접 가까이에는 못가고 멀리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도록 했었어요. 요즘은 다른 방식이겠지만 우리고장에서 이렇게 많은 반딧불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소문은 들었지만 기대 이상이어서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네요."
대구에서 업무차 대전을 찾았다 우연히 안터마을을 방문하게 된 허미옥씨 역시 발 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탄성을 절로 터뜨린다. "안터마을의 반딧불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는데 실제로 반딧불이를 보는 것은 처음이에요. 비가 조금 내려 걱정을 했는데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이는 게 정말 예쁘네요."
안터마을의 여름문화 체험장은 다른 지자체의 축제와 선을 긋는다. 진짜 자연의 품에서 낳고 자란 반딧불이의 마당에 자연이 허락한 만큼 발을 디딜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배양과 인공시설로 '가공된 자연'을 전시하는 축제와 단호히 선을 긋는다. 반딧불이가 가장 빛나는 시간은 밤11시에서 1시 사이. 그 시간을 억지로 조정할 수도 반딧불이를 억지로 병 안에 가둬 호롱불로 취급하는 일도 안터마을에서는 안 될 일이다.
"오늘은 비가 와서 더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는 없어요. 그래도 그게 자연이고 세상살이인데 어떻습니까.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자연의 흐름을 따라야지요."
오한흥 이장 못지않게 여름문화체험장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최순종 부녀회장의 마을 사랑은 끝이 없다.
"반딧불이 서식지 주변은 20년이 훨씬 넘는 동안 휴경지로 남아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이가 이렇게 자연에 그대로 살아있을 수 있는 거예요. 여름에는 반딧불이가 있는 여름문화체험장, 겨울에는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겨울문화체험장이 있어 주민들은 신바람이 납니다. 마을을 찾는 분들도 모두 신바람 나는 추억을 안고 돌아 가시길 바랍니다."
안터마을은 반딧불이 체험 이외에도 체험농장과 한옥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체험 및 숙식을 문의하고 싶다면 이장(011-461-5322)에게 연락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