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는 길지만 막상 지나 간 한 해를 돌이켜 볼 때는 정말 한 해가 빨리 간 것 같습니다. 지난 해 연말을 보내고 신년을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 데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그리고 또 새해를 맞이합니다.
새 해, 1월 달을 영어로 “제뉴어리(January)”라고 하니다. 이 말은 로마의 신화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야누스 신’ 하나의 머리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이 두 얼굴 중 한 쪽은 뭉둥이를 상징하고 다른 쪽 얼굴은 열쇠를 상징합니다. 몽둥이는 무엇을 쫒아버리는 것, 열쇠는 문을 여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러니까 1월은 그 이름의 뜻과 같이 묵은 해를 몽둥이로 쫒아버리고, 새해는 열쇠로 여는 달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에겐 이런 구호가 필요합니다. “묵은 해는 청산하고 새해에는 새로움을 추구하자.” 연말연시를 망년회나 송년회다 하면서 흥청망청 보낼 것이 아니라 지나간 일 년을 돌아보면서 다가 올 새해를 준비해야 합니다.
새해에는 반드시 엄동설한을 거칩니다. 신정도 그렇고 구정 설날 때도 그렇습니다. 신용복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에 보면,정월 초하루가 되기 전에 왜 그렇게 추운 지, 왜 새해는 반드시 엄동설한을 거치는 이유를, 첫 번째는, 고난 뒤에는 좋은 것이 있음을 보여 주는 뜻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난은 우리에게 다음 고난을 이길 용기를 주며 다음에 맛볼 평안을 기대하게 하며 또한 감사할 제목을 더 많이 준다고 합니다. 잠시 피었다가 지는 저 화려한 관상용 꽃보다도 바위 틈새 자라나는 소나무나 들풀의 질긴 그런 끈기를 주기 위해 엄동설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나쁜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추워야만 늦가을까지 남아있던 것들-해충, 나쁜 바이러스나 세균, 모기 등-이 새해를 건너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뉴어리(January)”와 엄동설한의 교훈을 통해 잘못된 과거를 지워버리고 청산하면서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이지만, 과거를 청산하는 사람은 더 지혜롭고 용기있는 사람입니다. 과거를 기억하며 연연하는 것은 지혜로운 자가 아닙니다. 아픈 과거, 잘못된 과거, 안좋은 기억은 빨리 털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청산해야 합니다.
사람의 성격을 나누면 과거 집착적인 사람과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과거집착적인 성격은 자신
만 안 좋은 것이 아니라, 남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미래지향적인 성격의 사람은 과거의 잘못된 것이든 잘된 것이든 빨리 잊어버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 해 나갈 수 있을가를 생각하고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백해무익한 이전 일이나 옛적 일을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해야 할 즉, 보다 생산적이고도 발적적인 미래를 위한 계획과 목표 달성을 향하여 힘써 나아갑니다. 곧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함께 묵은 해 즉,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해야 합니다. 우리 생활의 어두운 면들을 몽땅 잊어버리고 가벼운 마음과 새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합시다. “묵은 해는 청산하고 새해는 새로움을 추구하자”
김동춘 (북경우리문화센타 대표, 역사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