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간다.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는 마을. 시인이 차를 건네주는 아담한 북카페가 있고 한때 FM 라디오를 주름잡던 DJ가 운영하는 클래식 음악 감상실도 있다. 발걸음을 붙잡는 미술관과 사진 갤러리도 많다. 11월, 낙엽이 구르기 시작할 무렵, 한 번쯤 그녀와 함께 가볼 만한 곳 헤이리.
▶북하우스 자유로를 따라 북으로 향한다. 통일전망대를 지나 임진각쪽으로 달리다보면 '헤이리 예술마을'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헤이리가 자리잡은 곳은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 내. 얼마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대남 선전방송이 들리던 곳이지만 지금은 예술가 마을로 탈바꿈했다.
헤이리에 들어섰을 때, 우선 그 황량함에 놀랄 것이다. 15만평, 인사동의 5배에 달하는 넓은 터에 40여동의 건물이 드문드문 서 있을 뿐이다. 남은 부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다.
▶북하우스 전시실 하지만 조금만 헤이리를 돌아다녀보면 어느새 헤이리에 푹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헤이리 여행은 건축물을 감상하는 데서 시작된다.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건물, 지형을 그대로 살려 비스듬히 세워진 건물, 사각의 건물이 아닌 비정형의 건물 등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이 개성을 뽐내며 서 있다.
"헤이리의 건축물들은 세월과 함께 늙어갑니다. 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모든 건축물은 재료가 가진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야 하죠." 헤이리 홍보과장 윤성택씨는 헤이리의 건축물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헤이리의 길은 반듯하지 않다. 자연의 만든 굴곡을 그대로 따라간다. 아스팔트도 깔지 않았다. 헤이리를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는 것. 산책을 하다 재미있는 건축물을 만나면 카메라에 담고 그러다 마주치는 미술관에 쓰윽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 최근 젊은 층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딸기가 좋아'다. 똥치미, 딸기, 레모니 등 '쌈지'에서 만든 캐릭터들이 전시돼 있다. 2층과 3층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93미술관'도 반드시 들러보자. 인물화 전문 미술관이다. 고종황제 어전과 우리나라에서 단 1점뿐인 내시 김새신상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2층에서는 에로틱전이 열리고 있다. '낯뜨거운' 그림이 가득하니 그녀와 함께 갔다면 주의.
북쪽 언덕에 있는 '한향림 갤러리'는 헤이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도예가 한향림씨가 10여년간 수집한 크고 작은 도자기 1,5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이영진씨가 18년 동안 수집한 70여개국 500여점의 악기들을 각 문화권별로 전시한 곳. 일부 악기는 직접 연주도 해 볼 수 있다.
웬만큼 전시관을 둘러봤다면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 헤이리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다. 하지만 가을날에 어울리는 곳은 클래식 음악감상실 '카메라타'가 아닐까.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클래식 LP를 틀어준다. 1930년대 일본 극장에서 사용하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북카페 '반디' 북카페 '반디'는 생선토막을 닮은 건물 외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곳. 언론인이자 시인인 이종욱씨가 운영한다. 벽면 가득 3000여권의 책이 꽂혀 있다. 가을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차 한 잔을 마시기 좋다.
헤이리 여행은 마을 가운데 자리한 갈대숲에서 마무리한다. 갈대숲 앞 보도블럭을 걸을 때는 발 밑을 잘 살피자. 오아시스, 별, 사랑, 꿈, 첫사랑 같은 단어들이 바닥에 새겨져 있다. 시인 안규철씨가 시집에서 발췌한 지울 수 없는 60개의 단어를 보도블록에 새겨놓았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말들. 헤이리에서만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발췌:굿데이신문
|
첫댓글 이런곳도 있나요?? ^^;;;
여기 우리동네잖엉...바도..우리 갔었잔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