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초특급 상류층이 선택한 예물, 그 안에서 발견한 다섯 가지 트렌드. .
ROUND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소개된 적이 있다. “다이아몬드가 귀중한 것은 채굴과 연마 과정에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그 자체가 아름다운 보석은 아니다.” 그렇다. 보통 4C로 분류하는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컷Cut’에 해당하는 연마다. 커팅이 다이아몬드의 광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급 주얼리 브랜드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최대한 빛을 발산할 수 있도록 내부의 불순물이나 쪼개짐, 연마 흠이 적게 나타나는 이상적인 컷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프린세스 컷, 바게트 컷, 쿠션 컷, 페어 컷…. 오늘날 존재하는 다양한 연마 방법 중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이 예물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빛을 뿜어내는 58면체의 다각형 컷으로 연마된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은 중량(캐럿)을 늘리는 대신 정확하고 균등한 면으로 원석을 커팅하여 모든 광채와 분광, 섬광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은 원석을 연마할 때 가장 손실이 큽니다. 그래서 같은 캐럿의 다른 다이아몬드보다 많게는 2배 이상 가격이 나가지요.” 에비뉴엘에서 만난 드비어스의 최은정 부티크 매니저는 브랜드의 베스트셀러인 ‘DB 시그너처’ 링과 ‘포에버 투’ 링을 보여주며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예물로 각광받는 이유를 이처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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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광채를 발하는 드비어스의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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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까르띠에의 프러포즈 링.
CARAT
1.5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약속이라도 한 듯 VVIP 고객들이 며느리에게 준다며 1.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고 가세요. 1캐럿은 약하고 3캐럿 이상은 나이 어린 신부가 착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인다는 것이 이유지요. 가장 인기 있는 ‘솔리테어 1895’의 경우, 스페셜 오더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까르띠에 PR 김혜림은 2~3캐럿의 웨딩링을 촬영하고 싶다는 에디터의 말에 난색을 표하며 현재 매장에 재고가 없다고 말했다. 한때 부의 상징이던 1캐럿 다이아몬드가 어느새 상류층 예물로는 빈약한 축에 들게 된 것일까?
최근 1~2년 사이 캐럿이 점점 커져가는 추세에 대해 쇼메 홍보팀의 홍선영 대리는 높아지는 신부의 연령대와 셀러브러티의 초특급 웨딩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결혼 전 이미 1캐럿 다이아몬드를 직접 구매해 착용하고 다니는 여성이 늘면서 생겨난 결과입니다. 물론 스타들의 프러포즈 링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도 이런 경향에 한몫했지요.” 최근 들어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러 오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는 쇼메에서는 하이 주얼리로 분류되는 5캐럿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프리송’ 반지가 프러포즈 링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참고로 억대를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구입 즉시 VVIP의 개인 은행 금고로 직송되어 보관된다.
WATCH
여자는 화려한 주얼리 워치, 남자는 클래식한 기계식 시계 여전히 오메가의 ‘컨스텔레이션’ 콤비 워치나 불가리의 ‘불가리 불가리’ 커플 워치는 예물 시계의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결혼 전에 이미 IWC의 ‘포르투기즈’나 예거 르꿀뜨르의 ‘리베르소’를 착용하고 다닌, 시계에 대한 취향이 뚜렷한 VVIP 고객은 예물로 페어 워치를 선택하지 않는다. 희소성에 중점을 두는 그들은 특별한 기능으로 무장한 기계식 시계, 다이아몬드가 풀 파베 세팅된 화려한 주얼리 워치, 혹은 본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프러포즈를 한 날이나 결혼식 날짜)가 새겨진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택한다. 물론 평생 함께하는 예물임을 감안하여 클래식한 디자인과 라운드 케이스를 고른다. 참고로 예물용 다이아몬드 반지와 시계로 라운드 형태를 선호하는 이유는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살라’는 어른들의 바람 때문.
PROPOSE
약혼반지는 솔리테어 링, 결혼반지는 커플링 할리우드 파파라치들이 여배우의 결혼 소식을 캐치하는 방법은? 바로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프러포즈를 하면서 반지를 건네는 서양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결혼식 일주일 전 함을 지고 와 예물을 건네는 국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양가 상견례가 곧 프러포즈였던 과거와 달리, 신세대 커플은 확실한 이벤트를 만들어 청혼합니다. 최근 들어 혼자 와서 프러포즈 링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남자 손님이 늘고 있습니다.” 까르띠에 부티크 매니저는 이로 인해 예물 풍속도 달라졌다고 덧붙인다. 기존에 결혼반지로 쓰이던 솔리테어 링이 약혼반지 개념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고 결혼반지를 생략하느냐? 천만의 말씀! 금고에 보관할 필요 없이 평상시 착용하고 다닐 수 있는 세련된 커플링과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웨딩 밴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TIARA
현대의 왕족에게 바치는 찬사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천>은 최근 전 세계 소비자들이 흠모하는 제품으로 해리 윈스턴의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꼽았다. 유럽 왕실의 결혼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가문의 역사와 권력을 보여준 티아라가 오늘날 신흥 부호들이 부와 명예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 “100% 사전 예약으로 주문 제작하는 티아라의 가격은 최소 1억 원대로 시작합니다. 제작 기간은 2개월 정도 소요되고요. 고객 중에는 결혼식에 쓴다며 앤티크 티아라를 구매한 분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주얼리 하우스 쇼메의 PR 담당은 세계 최고의 석유 회사 스탠더드 오일의 상속녀와 영화배우 바버라 허턴도 결혼 예물로 쇼메의 티아라를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신부의 기품과 우아함을 표현하는 티아라는 남편의 건강과 성공을 부른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오면서 최근 결혼 예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
1905년에 제작한 까르띠에의 앤티크 티아라.
글 강민정 기자 | 사진 조정희 | 제품 협조 까르띠에(3440-5510), 드비어스(3438-6116), 바쉐론 콘스탄틴(3440-5527), 쇼메(3442-3159), 티파니(547-9488), 피아제(540-2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