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S2.0) |
2월 17일 끝난 SBS오픈을 시작으로 2008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가 10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올 시즌 미 LPGA 투어에서 활동할 한국 출신 선수들은 전 경기 출전권자와 조건부 출전권자를 합쳐 48명이다. 신지애(20,하이마트)를 비롯한 초청선수까지 더하면 50명이 넘는 한국 출신 선수가 올 시즌 LPGA 필드를 밟을 전망이다.
2006년 11승에 이어 두 자리 합작 승수가 기대되는 한국 출신 선수들 가운데 기록과 골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올 시즌을 빛낼 각 부문 최고의 선수를 꼽았다.
전문가 | 김재열(SBS 해설위원), 유응열(SBS골프 해설위원), 안성찬(골프팁스 대표), 박경호(골프평론가), 강춘자(KLPGA 부회장) 1. 정신력 : 신지애(20,하이마트)“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선지 초반 라운드 성적이 좋지 않아도 후반 들어 줄버디를 기록한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눈여겨봐야 할 선수다.”
박경호 골프평론가가 말하는 신지애의 특징이다. 신지애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서 9승을 올리면서 1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선 적이 한 차례에 불과했다. 공동선두도 2차례에 그쳐 6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지난해 2라운드까지 선두를 기록중인 선수들이 한결같이 “(신)지애가 있다”는 말로 불안감을 나타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신지애는 미 LPGA 투어 시드가 없다. 그러나 시즌 초반 열린 미 LPGA 투어 3개 대회 가운데 SBS오픈과 HSBC챔피언스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앞으로도 8개 대회 이상 초청될 전망이다. 미 LPGA 투어의 다크호스다.
2. 비거리 : 이지영(23,하이마트)지난해 미 LPGA 투어에서 활동한 선수 가운데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 270야드(약 246m)를 기록한 선수는 5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카린 쇼딘(스웨덴)이 275.8야드로 1위에 올랐고
이지영이 273.1야드로 그 뒤를 따랐다.
2006년 미 LPGA 투어 데뷔 당시 275.1야드로 엄청난 장타력을 과시한 이지영은 올 시즌 이 부문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올 시즌 263.6야드를 기록하고 있는 쇼딘이 2006년 이후 해마다 10야드씩 비거리가 줄어드는 반면 이지영은 274야드 이상을 꾸준히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LPGA 투어 코스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지영의 비거리는 앞으로 더욱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3. 퍼팅 : 김미현(31,KTF)올 시즌 초 미국 골프전문가들은 안시현(24)의 퍼팅에 “아기를 잠재울 정도로 리듬감이 좋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파온 당 퍼팅수 1.78개로 공동 3위를 기록한 퍼팅을 높이 산 까닭이었다. 그러나 국내 골프전문가들은 최고의 퍼팅으로
김미현을 꼽는다.
지난해 김미현의 파온 당 퍼팅수는
안시현과 같았다. 58라운드를 뛴 안시현에 비해 김미현은 32라운드를 더 뛰었다. 김미현의 퍼팅은 정석이 아니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안시현의 퍼팅이 아기를 잠재울 정도로 리듬감이 좋다면 김미현의 퍼팅은 고통으로 울부짖는 아이를 재울 만큼 손의 감각이 뛰어나다.
4. 정확도 : 장정(28,기업은행)올 시즌 출전한 2개 대회에서 장정은 페어웨이 안착률 71.1%와 그린 적중률 73.1%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은 각각 77.4, 66.4%였다. 투어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특히 승부를 결정하는 홀에서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높아 어느 선수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5. 일관성 : 이선화(22,CJ)2006년 미 LPGA 투어에 데뷔한
이선화는 그해 첫 승을 거두며 톱10 7회를 기록했다. 상금도 91만5,590달러(약 8억5천만 원)로 12위에 올랐다. 데뷔 2년째인 지난해에는 1승을 추가하며 톱10 8차례로 110만 달러의 상금으로 상금랭킹 5위에 올랐다. 이는 한국 출신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컷오프는 단 2회에 불과했다.
“자기 목을 조르는데 쓰일 동아줄도 팔아먹는다”는 블라드미르 일리치 레닌의 유명한 말을 현실에 옮겨 온갖 스폰서와 계약하는데만 일관성을 보인 미셸 위(19,나이키 골프)와 큰 대조를 보였다.
6. 독립성 : 김영(28), 장정“퍼팅 그린에 가장 먼저 나와 맨 마지막까지 연습하는 선수다.” 강춘자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부회장은 김영을 그렇게 표현했다. 동료 골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강원도 춘천 출신의 김영은 지난해 7월 메인 스폰서가 없는 가운데서도 코닝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대디’의 등쌀도 김영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 필드를 개척하는 스포츠가 골프”라고 말한 아놀드 파머의 골프 이념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는 선수다.
장정도 빼놓을 수 없다. 장정은 한국 골프 대디가 점령한 미 LPGA투어에서 유일하게 혼자 라운드를 하던 선수였다.
7. 팬서비스 : 이미나(27,KTF)해마다 시즌이 끝나면 이미나는 두 가지 일에 집중한다. 동계훈련과 자선활동이다. 이미나는 지난해 12월에도 아마추어 골퍼들을 상대로 한 ‘원 포인트 레슨’에서 받은 강습비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와 별도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500만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미나는 갤러리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인과 사진촬영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한 행사에만 미소 짓는 선수들과는 다르다.
8. 매너 : 박지은(29,나이키골프)2003년 9월 한국여자오픈에 참가한 박지은을 보고 KLPGA 투어 선수들이 깜짝 놀랐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경기진행 때문이었다. 여기다 잊지 않고 디봇을 메우는 박지은의 골프 에티켓은 선수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2006년 허리 부상 이후 평범한 골퍼에 머물렀던 박지은은 올 시즌을 부활의 해로 삼을 예정이다.
9. 대기만성 : 김미현, 이선화1999년 김미현이 미 LPGA 투어에 도전했을 때 일부 골프 관계자는 “(김미현이) 미국에서 2년을 버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공언했다. 작은 체구와 체력 소모가 심한 오버스윙으로는 엄청난 이동거리의 미 LPGA 투어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김미현은 변변한 스폰서가 없어 임시 캐디를 고용해야 했다. 전반기 성적이 제대로 나올 리 없었다. 그러나 그해 후반기 2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리고 데뷔 10년째를 맞는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선화도 대기만성형 선수다. 안성찬 골프평론가는 “미국에 오면서 곧바로 1부 투어에서 뛰려는 선수들과 달리 이선화는 2부 투어에 먼저 도전했다”며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본 자발적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0. 기대 : 신지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올 시즌 미 LPGA 투어의 다크호스로 신지애를 꼽았다. 시드가 없는 신지애를 1순위로 꼽은 이유는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거둔 9승이 미 LPGA 투어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뒤 신지애는 국내 골프의 중심이 됐다. 조만간 그 중심이 세계로 옮겨 질 전망이다.
SPORTS2.0 제 93호(발행일 3월 3일) 기사
박동희 기자
ⓒmedia2.0 Inc.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시 법적 제재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