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9.19) 아침 퇴근 시간이 10분이 넘어도 후속 근무자인 점장님이 오지 않아서 조바심이 났다. 그런데 몸이 좀 불편하신 점장님 ㅡ GS25 주인 ㅡ 이 나준다고 추석 선물로 스팸세트 하나를 가져오셨다. 몸도 불편하신 분이 상당한 거리를 물건을 들고 오신다고 늦은 것 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 가치를 모르고 그냥 "고맙습니다" 라고 하고 받았다.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 보여주니 한 때 대기업 계열사에 다녔던 큰 탈은 "나도 저런 것 ㅡ 스팸 세트 ㅡ 못 받아 봤는 데 ㅡ 라고 부러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게에 상품 배달하시는 GS 하청업체 택배 기사님도 "우리는 추석에 선물 같은 것 전혀 없어요"라고 했다.
손님으로 오는 사람들 중 이전에 학창시절 여기서 알바한 회사원이 있는데 내가 그에게 "사장님이 스팸세트 주셨다" 라고 했더니 그는 대개 부러워하며 "나있을 때는 안 주셨는데" 라고 했다.
편의점 알바 직원으로 이렇게 추석 선물을 받은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장님이 "가게 일을 내일처럼 해달라"는 요구를 어느 정도 순종한 때문이었다.
나는 수동적으로 시킨 일만 하는 대신 시키지 않는 일도 꽤 많이 했다. 예를 들면 가게 앞 화강암 타일을 물청소를 한다든지 등등.
가게의 주문 물량에 대한 나의 태도도 초기와는 달라졌다. 즉 초기에는 물량이 많으면 불평이 나왔었다. 그러나 요즘은 정반대로 물량이 부족하여 손님들이 찾는 아이템을 구하지 못할까 도리어 걱정한다. 물량이 많은 것은 전혀 걱정이 안된다. 진열대에 하나라도 빈 구멍이 있으면 곤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