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에 있는 굴피집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나무 판자로 지붕을 이은 집을 말하는데 삼척에 아직 현물이 남아 있다
굴피집은 굴피나무로 지은 집이 아니라 굴참나무로 지은 집이다
굴참나무는 이름 그대로 참나무 집안이다
그러나 정작 굴피나무는 호두나무, 가래나무와 친척이다
굴피나무는 얼른 보면 가죽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잎이 한 대궁에 여러 장 달린 모습이 아까시 모양이다
그래서 산가죽나무라는 별명도 있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유난히 거친 톱니가 달려 있다
그런데 열매는 솔방울 모양이기는 한데 솔방울보다는 가늘고 날렵하게 생겼다
연노랑색이던 열매는 나중에 진한 갈색으로 바뀌어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은 채 겨울을 난다
굴피나무의 열매는 보기에도 좋아 가지째 꺾어 꽃꽂이 재료로도 쓴다
예전에는 이 열매에서 황갈색 염료를 얻었다고 한다
또 이 나무의 안 껍질은 질겨서 줄을 만들거나 어망을 짜기도 했다고 하며
껍질에는 독이 있어 잎까지 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가 기절하여 떠올라 고기잡이에도 사용되었다
요즘은 중국에서 성냥까지 들여 오지만 예전에는 이 나무의 목재로 성냥개비를 만들었다고 하네
아무튼, 이 나무를 기억하는 방법은 <가죽나무 잎에 솔방울 달린 나무>로 새기면 되겠다
박상진교수의 나무 이야기 - 굴피나무
아스라이 먼 옛날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부터 한반도의 중부 이남지역에는 굴피나무가 일찌감치 터주대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수천 년 전에는 지금의 참나무처럼 우리 강토여기저기에 자랐었다는 증거는 고고학적인 발굴현장에서 수없이 굴피나무가 출토되는 것으로 증명된다.
울산 옥현리의 청동기 유적지, 일산 신도시 개발지역, 대구 칠곡 아파트 지역 등 대체로 3∼4천년 전의 유적지에서 그의 존재는 확인되기 시작한다.
역사시대로 넘어와서는 전남 화순군 도곡면 대곡리에서 출토된 원삼국시대 목관, 해상왕 장보고의 유적지가 있는 완도군 장도를 둘러싼 목책(木柵) 통나무에 비자나무와 함께 섞여있다.
좀더 근세에는 완도군 약산도에서 발견된 고려초기 화물선을 만드는 선박재의 일부로서 굴피나무는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때 그 시절의 굴피나무는 지금처럼 한아름도 채 안되어 잡목이라는 영예롭지 못한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두세 아름은 거뜬히 넘기는 큰 나무이면서 재질이 좋은 나무이었음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느티나무나 참나무와 같은 막강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임금님의 시신을 감싸는 목관으로 선택되고 중요한 국방의 일익을 담당하였는가 하면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선박의 몸체가 되는 영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 찬란하였던 영광의 세월은 역사의 영겁에 묻어버리고 산 속에서 띄엄띄엄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처지라서 정확하게 굴피나무를 알고 있은 사람도 흔치 않다.
중부이남에 자라는 낙엽활엽수이다. 나무 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길고 잘게 갈라진다. 어린 가지는 황갈색 또는 갈색의 눈금이 드문드문 보인다.
잎 대궁 하나에 작은 잎 여러 개가 달리는 복엽(複葉)이고 가장자리에 깊은 톱니가 있다. 흔히 만나는 가중나무의 잎과 비슷하여 경남 일부 지방에서 산가중나무라고도 부른다.
암수 같은 나무로 초여름에 작은 꽃이 피며 엄지손가락 보다 약간 짧은 크기의 열매가 처음에 연한 노랑 빛으로 출발하여 가을에 진한 갈색으로 익는다. 모양은 마치 솔방울 같으나 좀더 날엽해 보인다.
열매는 낙엽이 져버린 겨울에도 그대로 매달려 있다. 그것도 한 두개가 아니라 수 천 개씩 하늘을 향하여 꼿꼿이 선 채로 이다.
그 많은 종자는 어떡하고 차츰 밀려나 버렸는지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알기에는 과학적인 지식이라는 것이 턱없이 모자란다.
열매는 황갈색 물을 드리는 염료로 이용되고 가지 채로 꺾어 다가 꽃꽂이 재료로 쓴다. 또 나무의 안 껍질은 질겨서 줄 대용이며 어망을 만들기도 한다. 잎을 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굴피나무는 흔히 굴피집을 만드는 재료로 오해를 받는다. 굴피집의 '굴피'는 굴참나무 껍질이 준 말로서 지붕으로 쓰인 것은 멀리 고려사의 기록에도 나올 만큼 오래 되었다. 글자 한자 차이지만 굴피나무와 굴참나무는 서로 쓰임새가 전혀 다를뿐더러 아예 족보를 달리한 별개의 나무이다. 비슷한 이름의 중국굴피나무는 굴피나무의 4촌쯤 되고 잎 대궁 양쪽으로 조그만 날개가 나 있는 점이 다르다.
<경북대 임산공학과 sjpark@knu.ac.kr>
첫댓글 피부노화의 원인인 산화작용을 막아주는 황산화 효과가 뛰어나다니 관심이 가네요.^^ 근데 이녀석을 어디가야 찾을 수 있나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