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토요일)
강서구 발산 전철역에서 9시 40분에 출발했다.
드디어 한강 도보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한강 도보여행은 평소에 늘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일이었다.
서울에 살면서 그것도 바로 한강 옆에 살면서
그 풍광이 세계에서도 빠지지 않는다는 한강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은,
등하불명이라기보다는
이미 소유한 것에 대한 나태한 안정감과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우둔한 의식의 소치일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걷는 걸음보다 마음이 먼저 가고 있었다.
둔치에 도착하니 10시(20분 거리)였다.
발산역에서 가양사거리를 지나 북쪽을 향해 곧장 가니
한강으로 나가는 토끼굴이 있었다.
[발산역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토끼굴 입구, 위로 올림픽 도로가 있다.]
토끼굴을 지나 둔치로 나오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것이 가슴이 뻥 뚫렸다.
한강 둔치에 나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숨 막히는 도심의 빌딩 숲 바로 한발자국 옆에
훤하게 트인 강이 의연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드넓은 한강과 성산대교의 위용,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아침 햇살이 출렁이는 물결 위에서 찬란하게 부서졌다.
날씨는 쾌청하였지만 영하 9도의 바람 끝은 매서웠다.
하지만 두터운 오리털 잠바와 방한모 덕에
오히려 겨울의 차가움을 즐기며 걸을 수 있었다.
바람까지 등 뒤에서 밀어주니 걷기는 한결 수월했다.
조금 걸으니 가양대교가 보였다.
길가에는 아직 삭지 않은 마른 풀들이 무성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바짝 말라 삭막해 보였지만
그 속에는 이미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한강을 즐기느라 음악도 듣지 않고 걷다보니
여의도와 안양천의 갈림길이 나왔다.
[여의도와 안양천(목동과 광명시)의 갈림길]
여의도 쪽으로 접어들어 양화선착장에 도착하니 11시 40분이었다.
양화선착장에는 휴식처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깨끗한 화장실과 탁자 달린 의자 그리고 수도까지 있었다.
[양화선착장에 있는 쉼터, 멀리 선유교가 보인다. 선유교를 넘어가면
선유도가 있다. 선유도는 생태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두어 시간을 넘게 걸어서 쉬고 싶었으나 날씨도 춥고 바람도 세차서
조금 앉아서 숨만 돌리고 다시 출발했다.
여의도 선착장 매표소에 도착하니 12시 40분이었다.
아리영님을 비롯한 일부 회원님들이 한강걷기를 하기 위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을 악수로 달래고 기념사진을 찍고 한강걷기팀과 함께 출발하였다.
[예쁜 걷기다이어트 회원님들, 한강걷기에서 한방 찰칵!
쑥스러워들 하셔서 얼굴을 안 보이게 하려고 멀리 찍었음]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조금 늦는다는 회원의 연락이 있어서
아리영님을 대장으로 1진을 먼저 출발시키고
바다아이님과 또다른여자님를 기다렸다가 함께 출발하였다.
중간에 바다아이님의 친구인 휘리릭(가입예정)님이 끼었다.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이 어색하였지만,
카페지기라는 입장이 있어서 걷기에 대한 이야기 꺼내어 하다 보니 금방 친해졌다.
우리의 이야기는 길을 따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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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물도, 산도, 도시도, 걷고 있는 우리도 강물처럼 흘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잠실대교가 보였다.
먼저 도착한 1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다렸다가 보고 가신다는 것을 날씨가 추워 먼저 귀가 하시라고 했다.
우리는 30분 늦게 도착해서 먼저 간 회원님들이 남긴 흔적을 더듬으며
그 버스식당에서 3000원짜리 옛날 국수로 이별주를 대신했다.
[잠실선착장에 있는 버스식당 : 한강걷기팀이 옛날국수를 즐기는 곳]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 걷는 길은 호젓했지만 斜陽의 강바람은 더 매몰찼다.
멀리 올림픽 대교가 저녁 노을빛에 추억처럼 아름다웠다.
[저녁 노을빛 속에 화려한 추억을 회상하는 올림픽 대교]
[걷기 좋은 강변 흙길, 멀리 천호대교가 보인다. 진짜 천호대교 맞나?]
[천호대교에서 바라본 한강의 저녁 노을, 다리도 아프고 갈길은 바빠도
볼 건 보고 간다는..........^^*]
천호대교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었다.
숙소(찜질방)을 찾기 위해 천호역 쪽으로 들어갔다.
거의 2시간을 헤맨 끝에 암사역 부근에서
“백두산 사우나(5,000원)”라는 조그마한 찜질방을 찾았다.
찜질방이라는 명칭이 조그맣게 써 있어서 일반 사우나로 알고
그 곳을 몇 번 지나쳤다가 다시 물어서 찾아 들어간 곳이다.
아침에 나오다보니 그 건너편 아파트 상가 쪽에 여성 전용 찜질방도 있었다.
도보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숙소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
값 싸고 깨끗한 숙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하루 종일 걸어서 완전히 지쳤을 때라 더 힘들다.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좋은 숙소를 만나 쉬는 기쁨 또한 크다.
걸은 거리 : 발산역에서 암사역까지
걸은 시간 : 오전 9시 40분에서 오후 8시까지
식사 : 아침 - 우유 한잔+미숫가루
점심 - 된장찌개
저녁 - 피곤하여 굶고 잠
(사진을 찍으면서 걸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채되었다.)
첫댓글 소진님 발자취를 더듬어 저도 한강 3박4일을 해 봐야겠어요 늘 길 개척하는라 선두에 서서 길잡이가 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수고하셧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참 많으신 분입니다. 여유로운 걷기 여행을 하고 계시니...부럽네여. 늘 건강 하시고..또 좋은 길 많이 찾아 주세여..화이팅!!
저두 꼭 동참해보고싶어요...하지만 그전에 걷기연습을 마니해야할듯합니다...^^; 에고고~
우와~ 이런 걷기 모임도 했었네요. 이젠 안하시나요? 그리고 토끼굴이라는 게 생태 보호 차원에서 길 밑으로 뚫어놓은 굴인가? 밑에 글에서도 나오던데. 오늘 모처럼 한가해서 글 많이 읽고 도움받으려고 합니다.
저는 자전거로 가는길을 보니 반갑네요 안양천에서 여의도 갈라지는데까지 와서는 가양대교 토끼굴지나 행주산성
국수집으로 자전거로도 왕복하면 꽤걸리는 길을 대단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