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US Dollar
미국 달러는 세계적인 기축 통화이다. 모든 통화는 환율을 표기할 때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하여 호가(Quote) 되어진다. 미국 달러가 외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83%에서 1998년 87%로 뛰어올랐다. 상품과 국제 채무, 계정이 대부분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인데, 국제적으로 경제 혹은 정치적인 불안감이 팽배해질 때마다 도피 통화(Safe Haven)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역할은 1997년과 1998년에 발생한 아시아 통화위기 때 입증이 되었는데 당시 아시아의 투자가들이 달러를 매수하기 위해 자국의 통화들을 투매한 바 있다.
미국 달러화는 더 이상 금에 의존해 안정성을 확보하지 않고, 미국의 경제력과 선도적인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비록 최근 들어 유로화와 엔화에 의해 도전 받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인 경제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따라서 달러화 역시 세계 금융시장의 표준이 되고 있다. 또한, 달러는 미국의 군사력에 정비례해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지역적인 정치적 갈등구조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광활한 면적도 일본이나 유럽에 대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넓어 국력이 되고 있으므로, 미국 달러의 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가 국제적으로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은 세계 2차 대전 말과 브레턴우즈 협정 때인데, 미국이 세계 모든 통화들을 미국 달러화 대비 고정환율제를 택하게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1971년 브레턴우즈 협정의 붕괴와 1999년 1월 유로화의 도입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음에도 달러의 중요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달러의 가치는 달러인덱스(USDX)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달러인덱스는 1973년에 변동환율제가 시작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독일 마르크화, 일본 엔화, 프랑스 프랑화, 영국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화, 이탈리아 리라화, 네덜란드 길더화, 벨기에 프랑화, 스웨덴 크로나화, 스위스 프랑화를 가지고 달러화 가치를 산출하였다. 그러나 유로화 출범 이후 유로존(Euro Zone)으로 편입된 국가들의 통화들이 모두 유로화를 사용하면서 지금은 유로화(EUR), 엔화(JPY), 파운드화(GBP), 캐나다 달러화(CAD), 스웨덴 크로나화(SEK), 스위스 프랑화(CHF)의 가치를 기하평균(Geometric Average) 하여 계산하고 있다. 각 통화의 비중은 유로화 57.6%, 일본 엔화 13.6%, 영국 파운드화 11.9%, 캐나다 달러화 9.1%, 스웨덴 크로나화 4.2%, 스위스 프랑화가 3.6% 이다. 달러인덱스의 기준년도는 1973년 3월이며, 당시 달러화 가치를 100으로 정하여 산출하는데 달러 인덱스는 73에서 165까지 변동한 바 있다.
달러 인덱스의 각 통화별 비중 (Data: FINEX)
그러나 최근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문제로 두드러지게 하락하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는 1985년 최고점을 보인 이후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1992년까지 60%정도 하락하면서 스위스 프랑과 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기도 했다. 미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규제가 없으며, 연방준비은행은 특별한 상황 하에서만 최소한의 시장개입을 단행한다.
Dollar Index 월봉 차트: 1971 ~ 2005년 (Data: NYCE)
2. Euro
유로화는 독일 마르크화를 대체한 통화로 1999년 1월 4일에 출범되었다. 그러나 유로화 도입 당시 대대적인 선전에 실패하면서, 지속적으로 가치가 하락하다가 2004년 말에 1.3666달러까지 상승한 이후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로 점차 인정 받고 있다<도표 4-4 참조>. 유로화는 한 때 유로존의 만성적인 경제적 고질병 때문에 외환 거래자들에게 외면을 받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각국 중앙은행까지 최근 달러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하자 외환보유고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대치하겠다고 선언할 정도이다.
유로화는 설계 전부터 미국의 달러화처럼 단일통화로 거래되는 우월한 통화가 되기 위해 만들어진 통화이므로 유로/달러, 유로/엔, 유로/캐나다 달러 등과 같이 호가(Quote)에서 기준통화(Base Currency)로 불리는 통화가 되었다. 미국 달러화와 마찬가지로, 유로화도 유럽통화연합의 회원국들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제 통화이다. 그러나 유로화는 유럽통화연합(EMU)에 속한 11개국의 경제적, 정치적 문제점들을 안고 있으며, 각기 다른 성장률과 높은 실업과 구조적 변화에 대항하는 정부 시스템 때문에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국제적인 위상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3. Japanese Yen
일본 엔화는 세계에서 3번째로 거래가 많이 되는 통화이다. 비록 달러화와 유로화에 비해서는 국제적인 노출이 덜된 편이지만 엔화는 전 세계적으로 24시간 거래가 되는 통화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이 일본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엔화에 대한 대부분의 수요는 원자재 시장의 가격이나 구조 변화에 민감한 일본의 재벌 기업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1973년 오일 쇼크를 겪은 후에 이런 종류의 외부적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서 1990년 쿠웨이트 전쟁 때에는 국제 유가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도리어 원자재 수출 국가들이 일본의 눈치를 보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엔화는 과거에 일본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과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던 편이다. 1989년 일본은행이 이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제거하려고 했을 때와 1989년과 1995년 고위 정부 관리의 뇌물 스캔들은 일본 엔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다.
USD/JPY 환율은 1995년 4월에 클린턴(Clinton) 미국 대통령과 로이드 벤슨(Lloyd Bentson) 재무장관이 일본에 대해 “엔화가 경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발언한 직후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였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일본 엔화 환율은 1985년 9월에 열린 선진 5개국의 플라자(Plaza) 협정에 따라 폭락을 경험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95년 4월에는 사상 최저치(초강세)로 상승하였지만 미국과의 무역흑자를 줄이는 데는 실패하였다.
한편, 일본 엔화는 다른 통화들과 다른 방식으로 호가(Quote) 되는데 이는 2차 대전 후에 일본에 상륙한 연합군이 엔화에 대해 새로운 방식의 호가방식(USD/JPY)을 허가해 주었기 때문이다.
4. British Pound
2001년 파운드화는 전체 외환 거래의 6.6%(2004년 8.45%)만을 차지하는 작은 통화로 전락하였다. 그럼에도, 파운드화의 대량거래는 세계 최대의 금융 시장인 런던에서 주로 일어난다. 미국 시장에서 조차 파운드 거래량이 많이 줄어들었고, 아시아에서도 거래가 빈번하지 않기 때문에 뉴욕시장에서는 많은 은행들이 오후 시간대에는 파운드화에 대한 호가(Quote)를 제공하지 않을 정도이다. 사실, 2차 세계대전까지 파운드는 기준 통화로서 대서양을 연결하던 케이블(Cable)에서 별명이 생길 정도로 각광을 받던 통화였다. 그러나 파운드화는 유로화와 달러화에 대해 대부분 거래되고 있고, 기타 지역 통화에 대해서는 거의 거래가 되지 않는다. 파운드의 움직임은 영국 내 문제와 유럽통화연합과의 관계 때문에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같은 움직임을 자주 보여 왔다. 1990년과 1992년 사이 2년에 걸친 환율방어에서 실패하여 환율 조절 메커니즘(Exchange Rate Mechanism)을 탈퇴한 후에는 파운드화의 위력이 급격하게 추락하면서 파운드화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유로화의 도입 전에 파운드화와 스위스 프랑화는 함께 연동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유로화의 도입 후에는 영국중앙은행(영란은행)이 죽어 가는 경제를 살리고 자국의 금리를 유로존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였다. 그러나 영란은행이 정책을 바꾸어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이제는 높은 금리를 가진 국가들 중 하나가 되었다. 영국은 아직도 유로 편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남겨 놓고 있다. 만일 국민투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영국도 조만 간에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영국도 산유국이므로 파운드화도 유가 변동에 상당히 민감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5. Swiss Franc
스위스 프랑화는 유일하게 유럽통화연합(EMS)이나 G-7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국제적 통화이다. 스위스 자체가 중립국이기 때문에 통화 역시 중립적인 위치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스위스 경제가 작고, 통화의 시장 점유율도 3% 정도지만, 스위스 프랑은 세계 4대 통화 중 하나이다. 스위스 프랑은 스위스의 경제와 재정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통화인데 특히 중립국으로서 소련의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동부 유럽 지역에 대한 재정적인 노출이 없었던 것이 통화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지키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스위스 프랑화는 스위스 경제가 독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마르크화가 유로화로 바뀐 뒤에는 유로화의 움직임에 상당히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다. 그래서 중동지방에 정치적인 불안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스위스 프랑화는 유로화보다 투자자가 더 많이 선호하는 통화가 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실시한 국민투표 결과와 1993년에 유례없이 강력한 EMS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프랑화는 EMS 가입을 거절한 유럽통화가 되었다. 또한, 스위스의 은행 시스템은 서비스 면에서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비록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는 비밀유지법의 도움이 크기는 했지만, 스위스의 은행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넓은 고객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유태인 생존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의 유산을 변상 해주는 문제는 1990년대 후반에 스위스 은행의 명성을 상당 부분 잃게 만들기는 했지만 은행들의 궁극적인 협조는 더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스위스 프랑화는 안정적인 통화로 인정 받고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입장으로 보면 이것은 더 이상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스위스 프랑화는 유로화의 움직임에 연동되고 있으며,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스위스 프랑화는 유로화보다 더 크게 요동치곤 한다. 파운드화와 스위스 프랑화에 대한 앞날 즉 EMS 가입 문제는 새 천년이 시작된 2000년 이후에도 안개 속에 묻혀 있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들 두 통화가 유로화가 지배하고 있는 유럽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첫댓글 좋은내용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