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가 넓고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경희대 배구부 숙소를 루키가 찾아간 날은 비가 살금살금 내리는 토요일 이었다. 배구부 숙소가 맨 꼭대기층에 위치하고 있어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올라가야 했으나,고생 끝에 낙이란 말을 누가 했던가?
뜻하지 않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숙소로 들어서자 흰색 면T셔츠와 체크무늬 트렁크만을 걸치고 동료선수들과 장난을 치고있던 엄종식은 화들짝 놀라며 부랴부랴 바지를 걸쳤다.
'97시즌 대학배구 최고의 세터로 자리메김을한 엄종식은 상대팀 블로킹을 교묘히 따돌리는 "생각하는 토스"로 '97슈퍼리그에서 경희대 돌풍을 주도했던 장본인이다. 2미터6센티의 센터 명중재와 1미터98센티의 레프트 윤관열등과 호흡을 척척 맞춰 장신선수와 어울리는 차세대 세터로 평가 받고 있다.
엄종식이 배구를 시작하게된 계기가 된 것은 목포 중앙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특별활동으로 배구부에 가입하면 사발면을 먹여준다는 귀가 솔깃한 말에 배구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그러나, 목포 청호중학교에 입학한 엄종식은 키가 자라지 않아 157cm의 키로 배구선수라는 명함을 내밀기가 힘들었다. 키에 대한 불안감으로 배구를 그만둘까 생각했으나 배구선수로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각오를 새롭게다지고 악착같이 연습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흔들림은 고등학교 2학년때 다시 찾아왔다.
배구부 감독이 새로 부임해 오셨는데 감독이 배구를 하던분이 아니어서 전문성도 떨어지고 지도하는 방식도 허술했다. 엄종식은 또한번 좌절을 느끼고 숙소에서 도망갔다.
며칠 후에 전문성을 갖춘 실력있는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는 소리와 함께 선배와 동료들이 엄종식을 찾아왔다. 이후 엄종식은 배구코트에 다시서게 되었다.
엄종식은 성격이 낙천적이고 친구를 금방사귀는 편으로 동료와 후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스트레스가 쌓일땐 음악을 아주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따라부르거나 소리를 질러 에너지를 발산시킨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수원을 벗어나 서울에서 친구들과 한잔의 술을 기울이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그가 자주보는 프로는 연예,오락프로가 아닌 뉴스프로다. 그래서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다.
그러나, 그도 놀때는 스스로 주동이 되어 화끈하고 신나게 노는타입이다. 그래서 붙어진 제2의 별명이 '개그맨'놀 때 앞장선다고 해서 '주동의 세터'라고들 한다.엄종식은 배구선수가 안되었다면 지금쯤 무슨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마도 목포 뒷골목을 주름잡았을 것이라며 터프함을 과시하기도했다.
그는 갑자기 돈 천만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다는 물음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아버지께 모두 드린다고 대답할 만큼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아버지라고 했다.
항상 자상하게 보살펴 주시고 무슨일이든 의논 상대가 되어주시며 많은 격려와 사랑으로 대해 주시는 아버지께 보답하는 것이 최대 목표하고 한다.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엄종식은 동료 조태준 선수와 함께 고려증권에 입단할 예정이다.
"보고 배운다는 초년병의 자세로 제몫을 다해 묵묵히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라며 평소에 존경해 오던 고려증권의 이성희 세터와 같이 뛸수 있어 무척 기대된다고 얘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루키독자 여러분!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라며 파이팅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