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의 유럽및 러시아 문화체험기

[문태현]

 

 20일간의 유럽, 러시아 문화탐방

  1. 여행에 들어서며

  나는 3년 주기로 해외여행을 즐긴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남겨두었던 북유럽과 러시아 및 폴란드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방문국의 중심도시는 베를린. 코펜하겐, 스톡홀름, 헬싱키, 피터스불크, 모스코바, 민스크, 바르샤바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유럽여행이 4번째이니 이제 무덤덤할 만도 한데, 유럽문화는 가도 가도 내 마음을 유혹한다. 이제 유럽은 소수의 몇 나라를 제외하고 내발자국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이번에 북유럽과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평소 스켄디나비아국가들의 높은 삶의 질을 동경해 왔고, 공산권이 붕괴 된지 15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와 동구권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내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7월 27일 9시 35분발 에어 프랑스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은 온통 출국하는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때마침 공항전체가 컴퓨터 다운으로 1시간가량 출발이 지연되었다. 우려했던 대로 파리공항에서 3시 35분발 베를린 행 비행기로 놓치고 말았다. 파리공항에서 4시간을 서성이다가 7시 비행기에 겨우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베를린은 온통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공항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알데아(Aldea)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부터 여행이 시작되나 보다.

  7월말 베를린은 호텔에도 지하철에도 에어컨시설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중 하나이면서도 이렇게 에너지를 절약하다니, 한국의 에너지 과소비가 부끄러울 뿐이다. 이틀간 베를린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갖다가, 29일 오후부터 영국의 트라팔가 투어에 참여한다. 호텔이 도심지에 위치하고 있어 시가지를 관광하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집사람과 지하철을 타고 베를린 시가지를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가장 유명한 카데위(Cadewi)백화점이 바로 호텔과 지근 거리에 있다. 이곳은 베를린 최고의 백화점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주위에는 2차대전 중 연합군에 의해 포화로 파괴된 카이젤빌헬름(Kaser Wilhelm)교회가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다. 독일은 2차대전의 패전국으로 그 상흔이 아직도 곳곳에 깊게 베어있다.

  베를린 관광은 전승기념탑을 지나 운터덴린덴(Unter den Linden)과 초역(Zoologi scher Garten)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핵심적인 볼거리는 전승기념탑,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운터덴 린덴을 지나 알렉산더광장에 이르는 길과, 포츠담 광장, 베를린 장벽 및 체크포인트 찰리 등이다. 전승기념탑은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브란덴부르크문은 프러시아제국의 개선문과 아테네신전의 문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통독 전에는 동서베를린을 나누는 분기점으로 사용되었다. 보리수나무 아래라는 의미를 뜻하는 운터덴린덴은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광장까지 이어지는 넓은 공간으로 베를린에서 대표적인 번화가에 속한다. 주위에는 역사박물관, 국립도서관, 국립오페라극장, 훔볼트대학이 자립잡고 있다. 훔볼트대학은 세계역사를 변화시키는데 주역인 마르크스, 헤겔, 아인슈타인 등을 배출한 대학으로 유명하다. 

 
                                     <훔볼트대학 전경>

 이곳 주변은 박물관의 섬이라 할 만큼 구박물관, 국립박물관, 페르가몬박물관 등이 밀집되어 있다. 이 중에서 페르가몬 박물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1875년 베를린 국립박물관 주도로 페르가몬 유적을 발굴하면서 시작된다. 페르가몬은 헬레니즘 번성기였던 기원전 150년 무렵 오늘날 터기 지역을 관할하던 수도였다. 페르가몬재단은 승전을 기념하고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 졌다. 이 박물관은 그리스 ,로마의 고전유물, 서아시아 유물, 이슬람유물 등으로 나누어 있다. 왜 이런 문화유산들이 자신의 고국에 편히 쉬지 못하고 베를린이라는 남의 땅에서 관광객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니 역사의 뒷맛이 개운치 않다.     

  7월 29일 오후부터 트라팔가 투어에 참여했다. 오전에는 체크포인트 찰리에 가 보았다. 이곳은 1961년 8월 13일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1989년 11월 9일 장벽이 무너질 때 까지 자유를 향해 탈출한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박물관이다. 당시 160여명의 사람들이 자유를 갈구하다 베를린 장벽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통독 전까지 외국인에게만 이곳을 통해 동서베를린을 오갈 수 있었다. 지금은 1.3km의 장벽이 남아 있고 주변일대는 허물어진 벽돌을 이용한 갖가지 관광 상품이 관광객들에게 날개 돝힌 듯 팔여나가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은 온통 그림과 낙서로 뒤범벅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기에 저처럼 처절하게 몸부림 쳤을까?

  오후에는 트라팔가 투어가 시작되는 날이다. 투어 참여인원은 24명으로 뉴질랜드 4명, 미국6명, 호주 12명, 한국2명 등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온 사람은 나의 가족 두 사람뿐이다. 이번 트라팔가 여행가이드는 영어를 속사포처럼 빨리 쏘아댄다. 아 저친구라면 이번 여행에서 영어 알아듣는데 고생 좀 하겠는걸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2. 코펜하겐, 스톡홀름, 헬싱키

  7월 30일 아침 8시 15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으로 향하였다. 베를린에서 로스톡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독일에서도 고속도로가 군데군데 막혀 제 속력을 내지 못하였다. 로스톡이란 항구에서 페리호를 타고 덴막으로 향하였다. 관광버스를 통째로 페리에 싣고 발틱해를 건넜다. 항구에 내려 코펜하겐으로 달리는 농촌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도로주변의 농촌은 온통 풍요로 가득하다. 끝없이 펼쳐진 평화스런 초원, 가축의 사료처럼 보이는 이름모를 곡식들이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농가모습을 보니 거의 비슷비슷하여 삶의 질에 차이가 나질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코펜하겐에서 지낼 호텔은 스켄딕 호텔이다. 이 호텔은 스칸디나비아 지역 체인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환경문제를 유달리 강조하는 호텔이다. 쓰레기는 철저히 분리수거하고, 일정양의 물만이 수도꼭지를 통과하게 하고 있다. 각종의 쓰레기는 철저히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  었다. 코펜하겐의 날씨는 한국의 늦가을처럼 긴소매 옷을 입은데도 싸늘한 감촉이 느껴질정도다.

  덴마크는 흔히들 낙농의 나라, 바이킹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6-10세기는 바이킹시대로 불려지는데 이들은 스웨덴 남부, 영국 동부, 지중해연안까지 진출하여 유럽역사의 전면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14-16세기 덴막은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통합하여 스칸디나비아의 중심국이 되었다.  그러나 덴막의 역사는 비운으로 점철된다. 1864년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연합군에 의해 공격받아 국토의 1/3을 프로이센에 할양해야 했고, 1-2차 세계대전에는 독일의 지배를 받아 설움의 역사를 맛보아야 했다.

  코펜하겐은 덴막의 수도로 북유럽여행의 관문이다. 인구 150만의 도시로 아름다운 르네상스식 건물이 가득하다. 고색창연한 고궁, 세계최초의 테마파크의 티볼리 가든, 안데르센이 자랑했던 뉘하운 항구와 인어공주, 언제나 활기찬 스트로이에 거리 등이 관광객을 매료시킨다. 도시의 중심부는 중앙역에서 인어공주동상까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코펜하겐의 볼거리는 단연 티볼리 파크가 손에 꼽힌다. 1843년에 문을 연 이 공원은 세계최초의 테마파크로 알려져 있으며 때마침 저녁시간이라 발들여 놓을 틈이 없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각기 고유한 입맛을 자랑하는 레스토랑, 30여종에 달하는 놀이기구, 각종의 퍼포먼스, 야외음악회와 불꽃놀이, 너무나 이색적이고 다채롭다. 인어공주는 1913년 에트바르트에릭슨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80cm 크기의 작은 동상이지만 코펜하겐의 상징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드린다. 뉘하운항구는 새로운 항구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서민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한다. 소박한 선술집, 까페 등이 항구주변에 줄지어 있다. 지금은 옛날의 허름한 고깃배가 사라지고, 대신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과 레스토랑으로 가득하다.  

  7월 31일, 코펜하겐 북부 어촌지역인 프레데릭스보그(Frederiksbog) 성을 방문하였다. 코펜하겐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다. 전통적인 어촌을 지나야 한다. 주위 어디를 보아도 가난이라는 냄새는 맡을 수 없다. 가옥마다 풍요가 가득하여 농촌별장 같은 느낌을 준다. 덴막의 전통적인 어촌가옥은 숲으로 지붕을 만들어 이색적인 느낌을 주었다. 프레데릭스보그 성에는 현재 공주가 살고 있으며, 왕족들이 여름 별장으로 사용한다. 주변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버섯스프가 입맛을 절로 나게 한다. 이 성은 17세기에 지은 것으로 1500년부터 현재까지의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오후에는 스트로이에 거리를 따라 쇼핑을 하면서 티볼리 공원까지 걸었다.

  8월 1일 7시 45분 코펜하겐을 떠나 스웨덴으로 달렸다. 스웨덴 가기 위해서는 헬싱거(Helsinger)에서 페리로 타고 20분 가야한다. 스웨덴의 울창한 숲이 고속도로 주변을 가득 메운다. 스웨덴의 농촌풍경도 덴마크와 유사하나 초지보다는 곡물들을 많이 생산하는 것 같다. 고속도로 주변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12시경 그랜냐(Granna)라는 고요한 휴양지에 들렀다. 이곳은 배턴(Vettern)호수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공기가 유난히 맑고 쾌적하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수영, 낚시하기에 천국이란다. 호수 안의 비싱소(Visingso)라는 섬은 말타기와 자전거 타기로 소문나 있다.

  6시경 스톡홀름에 도착하였다. 스켄딕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하기 위해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스포츠센타 식당가에서 타이완에서 온 아주머니를 만났다. 한국어를 꾀나 잘해 오랫만에 한국어를 화재로 담소를 즐겼다. 슈퍼마켓에 들어가니 풍요가 넘친다. 스켄디나비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일까? 스웨덴도 11세기에 이르러 바이킹시대라는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에는 러시아, 남프랑스 남이탤리까지 세력을 확장하였다. 스웨덴이 근대국가로 새로운 기틀을 세운 것은 17세기였다. 스톡홀름은 도시전체를 감싸듯 흐르는 발틱해와 유서 깊은 건물이 즐비해 흔히들 북유럽의 베니스라고 일컷는다. 볼거리는 대체로 신시가지 세레겔지구와 구시가지 감라스탄지구로 나누어진다. 우선 시청사부터 방문하였다. 이 건물은 르네상스식 건축으로 106m의 탑과 붉은 벽돌이 인상적이다. 청사의 가장 볼만한 곳은 황금의 방인데, 여기서 해마다 노벨수상자들에 대한 피로연과 무도회가 열린다. 세르겔광장은 시원한 분수와 현대식 건물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곳 콘서트홀에는 해마다 노벨수상식이 거행된다. 감라스탄지구는 13세기 요새가 세워지면서 형성되었다. 이곳은 스톡홀름의 부유계층의 집단거주지로 고급주택들이 즐비하다. 스톡홀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스칸센야외박물관과 바사호박물관이다. 1891년에 문을 연 스칸센야외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박물관이라고 한다.  스웨덴 곳곳에서 운반해온 150여체의 건물과 옛모습을 재현한 정원과 농가 등이 광활한 대지위에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스웨덴 전통의상을 비롯하여, 동물원, 식물원, 열대수족관 등을 볼 수 있으며, 평범한 스웨덴 사람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연중 전통적인 페스티벌이 열리고, 여름철에는 고전음악, 오페라, 재즈, 팝 등이 포크댄스와 함께 공연된다. 바사호박물관은 1628년 처녀항해에서 침몰한 바사호를 전시하는 곳이다. 300년 이상 심해에서 잠들어 있다가 1961년에 극적으로 인양되어 이곳으로 옮겨졌는데 정교하고 아름다운 선체가 정말 볼만하다. 당시의 각종 유물과 선체인양장면이 영상자료로 보관되어 있다.

  저녁에는 배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였다. 헬싱키로 가는 배는 바이킹라인과 신야라인인데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먼저 배의 규모에 놀랐다. 길이가 203m, 폭이 31.5m, 승객 2862명, 케빈이 986, 자동차 450대 버스 60대를 운반할 수 있다니, 정말 어마 어마한 규모에 놀랐다. 나의 케빈은 2004호로 한케빈에 4명이 잘 수 있다. 케빈안에는 화장실, 침대, 전화, 샤워장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호텔숙소를 연상시켰다. 선실 안에는 쇼핑거리, 수영장, 사우나, 무대장치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8월 3일, 오전 9시 30분 헬싱키에 도착했다. 헬싱키는 한국보다 6시간 늦다. 핀란드는 650년 동안 스웨덴의 식민지로 있다가, 1721년 다시 러시아에 의해 지배되는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나라다. 헬싱키는 스톡홀름과 같이 소박하면서도 조용한 항구다. 핀란드는 숲과 호수의 나라라고 옆에 있는 헬싱키 주민이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헬싱키여행은 거의 도보로 즐길 수 있다. 중심지는 헬싱키대성당, 원로원광장, 우스펜스키교회 등이 있으며, 볼만한 곳으로는 템펠리우스교회, 시벨리우스 공원 등이 유명하다. 템펠리우스 교회는 바위에 구명을 뚫어 만들었기 때문에 암석교회라는 별명을 갖는다. 1969년 건축공모전에서 당선된 티모(Timo)형제에 의해 설계되었다. 자연을 보존하고 교회건축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 설계의 기본 컨셉이었다. 바위 속에 묻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채광 시 되도록 원형으로 지어져 특이한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다.

                        <템펠리우스 교회>

시벨리우스 공원은 1967년 설계한 공원으로 핀란드의 세계적 작곡가 얀시벨리우스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조성되었다. 공원 중앙부에 있는 거대한 스텐인리스파이프와 시벨리우스 조상부조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공원 서쪽에 있는 바다를 낀 산책로는 걸어볼만한 유혹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헬싱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마켓광장이나 부둣가에 있는 재래시장이다. 갓 잡은 생선훈제, 과일, 채소가 즐비하여 점심은 여기서 간략하게 해결하였다. 한국의 재래시장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 훈훈한 인정이 넘치고 사람 사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핀란드인의 진솔한 삶의 체취를 마음껏 느끼게 한다.

  3. 피터스불크, 모스크바, 민스크, 바르샤바

  8월 4일 헬싱키를 떠나 비볼그(Vyborg)를 거쳐 피터스불크로 갔다. 러시아 국경선에 다다르니 마음이 설레인다. 공산권국가에 처음으로 발을 딛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국경선에는 러시아군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서성인다. 검문이 까다롭고 지루하다. 러시아에 도달하는 순간 다시 한 시간이 빨라진다. 피터스불크로 가는 길은 온통 숲으로 뒤덮여 있다. 도로주변의 집들은 유럽의 집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오래되고 허술해 보인다.  경제적 낙후성이 눈에 선하다. 피터스불크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호텔너머로 발트해의 푸른 바다가 넘실댄다. 무엇보다 프리발티스카야(Pribaltiy skaya)호텔은 전망과 시설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음식도 풍성하다. 저녁식사도 부폐 식으로 가지 수가 많고 푸짐하다. 한국식 라면 같은 누들, 잡체나 탕수육 비슷한 것도 보인다. 피터스불크 관광은 먼저 버스로 시내 전역을 대충 훑어보고 가보고 싶은 부분은 심도있게 뒤적여 보아야 한다. 원래 이 도시는 페트로그라드, 레닌그라드, 피터스불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다. 이 도시는 네바강의 델타지대에 발달한 도시로 인구 500만명에 달한다. 네바강 지류와 운하를 포함하면65개의 강과 100개 이상의 섬, 365개 이상의 다리로 구성되어 베니스를 연상시킨다. 원래 피터스불크는 네바강하구의 땅으로 습지대였으나, 18세기 초 피터대재가 스웨덴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요새를 건설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그리고 1712년에는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그 후 러시아정교의 성베드로의 이름을 따서 피터스불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1918년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겨갈 때까지 러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일찍이 푸쉬킨은 피터스불크를 유럽을 향해 열린 창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서구문화와의 교량역할을 한 곳이었다. 오후 8시경 네바강의 크루즈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되었다. 감미로운 바람과 상쾌한 날씨, 유리알처럼 파란 강물, 고색창연한 러시아풍의 특이한 건축물, 운하를 뚫고 요리 저리 빠져나가는 크루즈는 환상적이라 할만하다. 배안은 음악, 댄싱, 샴페인  등으로 여행객들은 한결 고무되어 모두가 피터스불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있었다.

   <네바강의 크루즈, 로컬가이드와 함께>

  8월 5일  허미타쥐 궁전을 방문하였다. 이곳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초일류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겨울궁전과 4개의 건물이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1,050개의 방이 있고 건물 안에는 회화, 조각, 발굴품 등 컬랙선이 300만점에 이른다고 한다. 무엇보다 박물관 건물인 궁전 자체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이박물관은 피터대제의 딸 엘리자베트 페트로바나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 후 카타린 2세는 4,000점 이상의 회화를 서구에서 사왔다고 한다. 허미타쥐에서 가장 볼만한 곳은 서구미술관이지만 러시아 ,이집트, 중국, 비잔틴 등의 고대 유

                                     <허미타쥐 박물관>

물과 예술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레오나르도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램브란트 작품들이며,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8월 6일 아침 일찍 푸쉬킨타운에 있는 케더린 궁전으로 갔다. 푸쉬킨 타운은 피터스불크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떨어진 곳으로 깨끗하고 조용하다. 러시아 문호 푸쉬킨이 연구와 작품 활동에 몰두했던 곳이다. 푸쉬킨이 1831년 부인과 함께 살던 집이 현재 푸쉬킨 기념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지금도 푸쉬킨 동상을 보면 금방이라도 그의 싯귀가 터저 나올 것만 같다. 이 타운의 중심은 케더린 궁전이다. 마을에 들어서니 환영밴드가 우리를 반겨 맞았다.  바로크양식을 대표하는 건축가 라스토렐리에 의해 설계되었고 1756년에 완성되었다. 현재 건물은 2차대전 중에 완전히 소멸된 후 복구되었고 건물이 새 건물처럼 눈부시게 화려했다. 입장 시에도 모든 방문객들에게 신발덮개를 신어야 입장할 수 있다. 궁전의 각 방은 건물기둥의 색깔에 따라 붉은 기둥의 방, 초록기둥의 방, 왕관의 방 등으로 불려지고 있으며, 이 중에서 호박으로만 만들어진 호박의 방이 가장 화려하고 인상적이었다. 

  케더린 궁전을 뒤로 하고 오후에는 피터호프에 있는 피터스스궁전으로 발길을 향했다. 피터대재의 명을 받아 이곳에 궁전을 짓기 시작한 것은 1714년이다. 핀란드만으로 부터 점점 높아지는 테라스모형의 지형을 이용하여 정원과 궁전을 만들었다. 이 궁전은 아랫공원과 윗공원으로 나누어지며 총면적 1000ha에 이르는 광대한 공원이다. 러시아 예술의 진수라고 일컬어지는 아랫공원은 조각상과 분수로 유명하다. 주된 볼거리는 대궁전 앞의 큰 폭포와 그것을 장식하는 64개의 분수다. 아랫공원에서 보는 운하와 대폭포, 금색으로 빛나는 많은 동상들은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때마침 날씨가 화창하여 7색의 영롱한 빛을 발하는 분수 앞에서 한동안 넋을 잃고 물끄러미 처다보았다.

               <피터 궁전에서 내려다보이는 분수대>

  저녁에는 러시아의 전통적인 포크송과 댄싱을 구경하였다. 러시아 전통의상과 춤 공연에는 무엇인가 군사문화가 짙게 베어 있다. 모자에서 군화에서 그리고 춤동작에서 군사문화냄새가 서려있다. 사랑을 테마로 코믹하게 엮었으나 과거 사회주의 체제의 상흔이 짙게 베어 있다. 저녁은 쇄고기를 곁들인 러시아음식을 먹었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음악 속에 식사를 마치고 밤 11시에 피터스불크를 떠나 모스크바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모스크바행 기차는 침실용의 잠자리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한 케빈을 사용할 수 있고, 케빈 안에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 완전히 비밀이 보장되었다. 차체가 조금 노후하긴 해도 두사람만의 밀실공간이 있어 좋았다. 밤안개 속을 달리는 열차 속에서 여행에 지친 피곤으로 곤히 잠들어 버렸다.

  모스크바역은 피터스불크보다 초라한 느낌이 든다. 모스크바 코스모스 호텔은 정말 크고 화려했다. 오전에는 버스를 타고 모스크바시내 전역을 두루 살펴보았다. 크레믈린 궁전, 모스크바대학, 승전기념관 등을 둘러보았다. 모스크바의 볼거리 중 최우선은 단연 크레믈린 궁전이다. 이 궁전은 위치가 절묘하다. 모스크바 강과 네그린나야강을 끼고 주변에 붉은 성

                   <모스크바 대학 본관 건물>

벽이 둘러싸여 있다. 이 곳이 그 오랫동안 소련 권력투쟁의 중시지였다. 현재 푸틴 대통령이 근무하고 있다. 붉은 광장은 크레믈린 주변일대로 국립역사박물관, 굼백화점, 성바실리성당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굼백화점은 붉은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고급 백화점으로 건축물은 훌륭하고 세계적 명품들을 전시해놓고 팔고 있으나 매우 한산하다. 아직까지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서 일까? 현재 러시아는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란다. 러시안인인 현지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러시아가 사회주의국가인가 자본주의 국가인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가란다. 오히려 내게 왜 당신은 러시아를 사회주의국가로 보느냐고 되레 묻는다. 시장 친화적 경제라고 한다. 하지만 과도기에 처해 있는 러시아는 고민이 많다. 구소련 붕괴와 함께 러시아는 이념을 잃어버린 국가가 되었다. 아직까지 어떤 식의 국가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하여 방향이 뚜렷하지 못하다. 그래서 서방측으로부터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러시아에서 시장경제의 물결 속에서 나타난 것이 신흥부자와 마피아이다. 러시아에서 신흥부자와 마피아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치안문제도 심각하다. 길거리 곳곳에서 소매치기가 활보한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충분한 경찰력을 확보할 수 없어 뇌물 이권을 둘러싼 범죄의 횡횡은 러시아를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질적인 고민은 러시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70년간 볼세비키혁명을 치른 후 러시아는 또다시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역사적 실험에 직면해 있다.

  크레믈린 성벽과 국립역사박물관을 제외하고는 붉은 것은 없는데도 크레믈린 주변은 흔히 붉은 광장으로 불리어진다. 이는 노동절이나 혁명기념일에 이 광장을 온통 붉은 색의 현수막으로 장식하기 때문이다. 붉다는 명칭은 러시아 고어의 아름답다는 말이며, 사실 아름다운 광장으로 부르는 게 더욱 적절할 것 같다. 붉은 광장에 눈에 띄는 것은 성바실리성당과 레닌묘다. 이 성당은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방문객들을 매료시킨다. 양파모양의 돔이 중앙에 있고 주위에 8개의 둥근 지붕이 있다. 한국의 TV에서 자주 비치는 장면이다. 이런 기묘한 건

  

                                  <크레믈린 궁전>

축물을 설계한 사람이 포스토닉과 바르마 두사람이다. 이반뇌재가 카잔이 한을 굴복시킨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설계를 지시했는데, 건물이 너무 아름다워 더 이상 이런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설계자의 눈을 뽑아 버렸다고 한다. 레닌 묘는 적토색을 띤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피라미드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레닌은 1924년 1월 21일 서거했으며 역사의 재평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는 신성시 되는 인물이다. 이 곳에는 레닌과 함께 스탈린도 잠들어 있었는데, 스탈린은 후속지도자들로붙어 비판받자 그 유해는 화장되어 묘 뒤쪽으로 옮겨졌다. 묘를 사이에 두고 10월 혁명시 순국한 노동자와 병사의 묘가 러시아 역사의 깊은 의미를 암시해주고 있다. 저녁에는 모스크바 지하철을 탓다. 지하궁전이라 불릴 만큼 화려했다. 디자인면이나 시설면에서 세계적으로 최고라고 한다. 모스크바 지차철은 1923년에 개설되었다. 지하철을 빠져나와 저녁노을에 붉게 물들고 있는 크레믈린의 붉은 광장으로 갔다. 저녁 9시인데도 훤히 밝아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광장을 걸으니 상쾌하기 그지 없다.

  8월 8일 오전에 세르기예프파사드에 갔다. 모스크바에서 70km 떨어진 거리로 버스로 한 시간 걸린다. 이곳은 최근까지 자고르스키라 부르다가, 지금은 옛 이름을 회복하였다.  이 수도원은 16세기에 만들어진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 성벽 안에는 14-18세기 세워진 많은 교회가 있다. 이 수도원을 만든 사람은 성세르기우스다. 그는 몽골지배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 귀족을 한곳에 모았다. 그의 축복으로 러시아군이 몽골군에 승리하여 현재 러시아의 수호신이 되었다. 이러한 연고로 스탈린 시대에 수많은 교회와 성식자들이 박해를 받았으나 유독 이 수도원만은 그러한 박해로부터 자유로왔다.

수도원 한가운데 1585년에 완성된 우펜스키대성당이 있다. 이 성당 북쪽에는 보리스고두노프 황제와 그 가족묘가 있다. 트로이츠키 성당안에는 세르기우스 관이 안치되어 있고, 이 성당옆에는 두호프스카야 교회가 있다. 이 외에도 종루, 황제의 궁전, 스몰렌스카야 교외 등이 눈길을 끈다. 이 수도원은 많은 수도사들이 근무하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준다. 긴 수염, 치렁치렁한 연미복, 수사들의 가벼운 발걸음 , 이런 것들이 어울러 수도원의 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세르기예츠 수도원 성수앞에서>

  8월 9일 모스크바를 떠나 벨라루시 공화국으로 달렸다. 수도 민스크에 도착하는데 장장 10시간을 달렸다. 벨라루시 공화국은 1991년 소비에트로부터 독립되었다. 끝없는 평원과 목초지, 숲이 국토의 전부를 장식하고 있다. 민스크시는 한마디로 깨끗한 인상을 풍겼다. 최신 아파트마다 대형 그림으로 데코레이트 된 것이 특이하다. 2차 대전시에는 4명중 1명이 죽고, 시가지가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지금은 말끔히 복구되어 그 상흔을 찾아 볼 수 없다. 민스크에서 첫 밤은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 몸이 오들 오들 떨였다. 슈퍼마켓에 들렀다.  퇴근길이라 시민들로 붐볐다. 물가가 저렴하고 시민들의 얼굴도 소박하다. 벨라루시는 원전사고로 유명하다. 이웃나라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사고가 그 피혜는 고스란히 인접국인 벨라루스가 뒤집어 쓴 꼴이다. 이웃을 잘못만난 죄과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8월 10일 민스크를 뒤로하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하였다. 벨라루스 농촌은 가도 가도 평원과 목초지의 연속이다. 폴란드 국경지대는  검문이 너무나도 삼엄하다. 3시간을 검문에 시달려야 했다. 사회주의 습성이 남아 있어 모든 것이 슬로 템포다. 소비에트 관료주의 체질이 아직까지 몸에 벤 탓일까? 그러나 국경을 벗어나니 분위기가 딴판이다. 도로 주위에 가로수가 늘어선 모습이 흡사 한국의 농촌풍경같다. 들판이  칸막이로 구획되어 곡식이 무르익고 있는 점도 한국과 닮았다. 첫눈에 폴란드는 무엇인가 우리와 통하는 동질감 같은 것 느끼게 하였다. 바르샤바의 노보텔에 머물었다. 저녁식사는 폴란드식 절인 야체와 감자 돼지고기였다.  폴라드인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적개심, 중국과 베트남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나,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라 한다. 

  8월 11일 바르샤바를 관광하는 날이다. 바르샤바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누어지며 볼거리는 대체로 구시가지에 밀집되어 있다. 인어동상, 쇼팽공원, 큐리부인 박물관, 게토, 바르샤바대학 등을 방문하였다. 저녁에는 전통적인 폴란드음식에 춤과 노래를 곁들인 만찬에 참여했다. 식당은 해외여행객들로 만원이다. 감자, 야채, 소고기 등 5가지 코스의 음식이 제공되었다. 오랫만에 여행동료들과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운 좋게도 폴란드 여인이 나를 파트너로 선택하여 춤을추게 되었다. 기본스텝도 훈련되지 않아 그냥 춘 것이 동료들에게는 매우 인상적이 었나 보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두고 두고 화재거리가 되었다. 잘생긴 남자들이 많은데도 나를 선택한 이유는 아마 동양인은 나 혼자이기에 일종의 신비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폴란드는 31만 평방길로미터로 인구 4,000만의 국가이다. 슬라브민족으로 독일과 러시아 틈바구니에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2차대전의 발발로 독일군과 소련군의 침입을 받았다. 이 전쟁으로 국민의 1/6이 사망했고, 바르샤바는 80%이상이 파괴되었으며,  2/3 이상이 살해되었다니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소련의 위성국가로 전락하여 오랫동안 사회주의체제하에서 보내다가 1980년대 자유노조 출범으로 민주화에 성공하여 1989년 사회주의체제의 종지부를 찍었다. 폴란드는 화장실표기가 특별하다. ○는 여자, △는 남자 표기다. 이는 인체의 특정부위의 생김새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바르샤바는 비시와강 유역에 자리한 곳으로 구시가지는 왕궁이 자리한 곳으로 바르샤바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10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광장을 중심으로 16세기 바로크, 르네상스, 고딕양식의 건물들이 줄서있다.  중앙광장에는 인어동상, 노천까페, 레스토랑, 겔러리로 활기가 넘친다. 인어동상은 착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행운이 깃든다는 전설의 동상이다. 이 동상은 바르샤바의 수호신으로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며 한손에는 창, 다른 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큐리부인 박물관이 이광장과 지척의 거리에 있다. 당시 부인이 사용한 실험도구와 기념사진이 전시되어 있으며 일생을 담은 영화도 상영한다. 폴란드 음식은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식초에 절인 샐러드와 감자요리, 통닭, 햄과 달걀을 끼워먹은 카나프카 등이 유명하고 특히 술을 즐겨 마신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독한 술을 원샷에 마신다. 특히 보드카 하면 러시아와 폴란드가 서로 종주국임을 다툰다.

  4. 여행을 마치며

  8월 12일 트라팔가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7시 45분 바르샤바를 떠나 베를린으로 계속 달렸다. 폴란드의 농촌풍경은 한국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독일과의 인접해 있는 국경도시 포츠난시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아담한 도심지 광장이 조용하고 평화스러워 정감이 든다. 오늘 길에 안동에서 갖고 간 조그만 하회탈 케릭터를 일행에게 선물하였다. 모두들 신기해 하면서 싱글벙글이다. 하회탈의 히스토리를 설명해 달라고 야단이다. 저녁에는 베를린 퀄리티호텔에서 트라팔가 투어의 종지부를 찍었다.

  8월 13일 여행 동료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알스트호프 호텔로 짐을 옮겼다. 이제 우리만이 남아 홀가분하다. 베를린에서 가장 번화가인 포츠담광장의 소니센터를 찾았다. 때마침 일요일이라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샅샅이 뒤졌다. 나는 주변의 의자에 앉아 수많은 베를린 시민들의 평범한 얼굴들을 음미하였다. 참으로 다양한 얼굴들이 스쳐간다. 8월 중순 한여름 날씨인데도 두툼한 잠바와 코트를 입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을 다들어내는 배꼽티와 짧은 바지를 걸치는 사람도 있다. 화려한 옷차림이나 정장은 보이지 않는다. 서점에 들어 이것저것 뒤적여 보았다. 거의 독일어 판이고 영어판은 간간히 눈에 띨 정도이다.

  8월 14일 독일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 초역에서 지역열차를 타고 베를린 근교 포츠담시에 갔다. 열차로 30분도 채 안 걸리는 매우 가까운 거리다. 지역열차가 2층으로 되어 있어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차체가 탱크처럼 육중하고 중후하여 편안한 감을 주었다. 포츠담은 상수시공원으로 대표된다. 공원내 상수시 신궁전과 상수시 궁전을 차례로 방문하였다. 포츠담시는 하벨강과 넓은 사냥터를 포함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17세기 초 왕실의 거처로 이용되던 장소이다. 당시 프리드리히 대왕은 포츠담을 천국으로 표현할만큼 아름다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게 포츠담은 2차대전 전후처리를 위한 회담장소로 기억이 생생할 뿐이다. 동서냉전구도와 남북분단의 뿌리도 알고 보면 바로 이 회담에서 시작된다. 상수시공원은 정말 넓고 아름답다. 6개의 궁전과 극장 미술관 등이 있다. 무엇보다 상수시궁전의 넓고 화려한 계단식 정원에 놀랐다. 이 궁전은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의 여름 별궁으로 사용되었다. 그는 그림수집과 철학자 초대를 즐겼는데 특히 볼테르에 관심이 많아 이곳에 그의 방을 만들어주기 까지 하였다.

                  <상수시궁전 앞의 분수와 계단식 정원>

  여행을 고요히 정리하면서 넓디 넓은 공원을 다리가 아프도록 거닐었다. 이슬비가 간간히 뿌리고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나오는 길목에서 까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잔을 즐겼다. 담소를 좋아하는 백인들의 이야기 꽃이 만발하다. 여행은 이렇게 모두를 기쁘게 하는가 보다. 아름다운 포츠담을 뒤로하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또다시 티어갈텐(Tiergarten)이란 공원을 한없이 걸었다. 베를린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는 베를린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수도 한복판에 이처럼 넓은 공원이 있어, 여유롭게 산책하고 조깅하는 베를린 시민들이 부러웠다.

                          <베를린시의 티어갈텐>

   이번 여행을 고요히 정리해 본다. 참으로 다이내믹한 20일간이다. 배에서 기차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가도 가도 들판뿐이 북유럽과 러시아 평원을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버스로 달리기도 하였다.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한 여행이다. 덴마크나 스웨덴의 높은 수준의 삶의 속내를 깊숙이 들여다 보았는가하면, 자본주의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처해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벨라루스, 폴란드의 고민이 무엇인가도 눈여겨 보았다.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2주일간의 생활을 함께한 따뜻한 여행 동료들이다. 나라가 다르고, 피부색깔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달라도 아름다운 문화와 자연 앞에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체험했다. 대부분이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다. 20일 동안 따뜻한 인정이 새록새록 쌓여갔다. 마지막 작별시에는 그냥 껴않고 포옹하며 울먹였다. 영원히 만날 기약이 없는 머나먼 이별이었다. 서로 주소를 건너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막연하게나마 후일을 기약했다. 이번 여행은 선두를 달리는 선진복지국가와  자본주의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구사회주의 국가들이다. 전자는 자유와 풍요가 넘쳐흘렀고, 후자는 아직까지 관료주의 병폐가 가시지 않아 감시의 눈초리가 여기저기서 베어 있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수성을 내 눈과 발로 확인한 여행이었다. 지금도 러시아 곳곳에서 제복을 입은 군인들과 경찰들이 생각난다. 시설은 웅장하고 화려한 백화점이지만 무뚝뚝한 점원들의 얼굴들이 생각난다. 사회주의 국가를 넘나들 때 여행객에게 불편을 주던 검문이 생각난다. 호텔이나 공원 여기 저기에 군인들과 혁명 전사들의 무표정한 동상들이 생각난다. 그런가하면, 가는 곳마다 화려한 궁전들이 생각난다. 국민들에게 고율의 혈세를 거두어서 계절마다 이궁 저궁으로 옮겨 다녔던 왕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생각난다. 도대체 역사를 끌고 가는 주체는 누구인가? 왕인가 아니면 민중들인가?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보이는 것은 화려한 왕들의 호화로운 궁전과 사치품 뿐이다. 민초들의 땀과 삶의 애환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역사의 주역을 민중이라 하였던가? 과연 역사무대에서 민중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화려한 궁전을 볼 때 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곤 한다.

                                            2005, 8,  22일 여행기를 마무리하면서     문 태 현

[행정인의 만남]

교수님, 여행후기 정말 잘 읽고 멋진 현장 사진도 잘 보았습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여행사가 주관하는 여행인지 아니면 여행사와 무관하게 단독으로 여행단을 구성하여 여행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문태현]

3주 중에서 1주일은 단독여행, 나머지 2주일은 영국 트라팔가라는 여행사의 여행프로그램을 이용했어.

[김최선]

기행문 잘 보고 갑니다.^*^

[김선숙]

교수님 여행기를 읽고, 정말 직접경험이 가져다 주는 배움이 큼을 또한번 느꼈습니다. 저두 기회를 만들어 짧은 기간이될지라도 자주 여행하여 세상보는 시각을 넓혀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졸업했지만...또 교수님께 한가지를 배우고 갑니다..^^

[색동호박]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