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간략교리와 성사 보는 법
하느님께서는 본래 인간을 선하게 창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세상을 선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지켜 나갔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자신의 교만함과 이기심에 빠짐으로써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이 죄는 인간이 하느님과 맺어 왔던 관계를 끊어 버리게 하였고, 불목과 고립 상태에빠지게 하였습니다.
결국 인간이 스스로 지은 죄는 이 세상을 불행과 파탄으로 이끌고 갔으며,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자기 자신을 죄의 상태에서 건져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과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상황을 그저 바라보고 계실 수만은 없었습니다. 인간을 매우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스스로 멸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급기야 세상과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들마저도 아낌없이 내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로 부터 세상에 파견되신 예수님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스스로 희생 제물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죄에서 해방시키시기 위해 고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따라서 고해성사의 제정자이며 집전자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늘날에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일꾼인 사제들에게 고해성사의 권한을 부여하심으로써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고 계십니다.
세례성사를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이 태어나게 하는 성사라고 한다면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지은 죄를 말끔히 씻어 주는 ‘치유의 성사’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고해성사로써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위로를 받아 다시 평화와 행복을 되찾게 되므로 또한 ‘위로의 성사’ 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볼 때 고해성사는 죄악으로 단절된 하느님과 이웃과 교회 공동체와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화해의 성사’ 입니다. 또한 고해성사는 세례 이후에 범죄한 사람들이
참회하고 고해하는 죄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받는 ‘용서의 성사’ 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자신의 마음 안에 평화와 해방을 느끼며, 이웃과 올바른 인간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러므로 고해성사는 ‘평화의 성사요 새창조의 성사’ 가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고해성사에 여러 가지 별칭이 붙는 이유는 구원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삶에
이 성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고해성사를 구원의 두 번째 가능성이 있는 성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 교회는 가장 큰 축일인 예수 성탄 대축일과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기 전에 모든 신자에게 고해성사를 받게 합니다. 이것은 큰 대축일을 앞두고 신자들이 합당한
자세를 갖추도록 하기 위합니다. 왜냐하면 죄를 지은 상태에서는 예수님을 잘 맞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성사의 은총을 충만히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교리시간에 배우셨듯이 고해성사는 5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 단계는 성찰입니다.
지난 번 고백이후의 생활 반성으로 하느님 앞에서 솔직하게 그리고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활을 살펴보고 반성하는 것입니다.
이때 계명이라는 외적인 것 뿐 아니라 사랑의 계명에 입각한 내심의 반성이 필요합니다. 하느님과 자신, 이웃과 자신, 그리고 현재 자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살펴본 다음 하느님과 이웃과 자신에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왜 잘못했는지 성찰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통회입니다.
통회는 고해성사를 받을 사람이 해야 할 의무 중 첫째가는 중요한 조건이며 고해성사의 핵심입니다.
통회는 죄로 인해 추루해진 자신과 상처받은 교회 그리고 손상 받은 하느님의 영광 때문에 자신이 범한 죄에 대해서 진정으로 참회하고 아파하는 것을 말합니다. 참회가 없으면 죄의 용서도 없습니다. 참회는 그리스도의 왕국에 들어가는 절대적인 조건입니다. 깊은 성찰과 참다운 통회가 이루어질 때 그만큼 하느님의 풍부한 은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정개 곧 결심입니다.
고해성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통회와 동시적인 것으로서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결심은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겠다는 생활 개선의 다짐으로 진정한 통회에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즉 진정한 통회는 다시는 하느님을 떠나지 않겠다는 결심을 수반하지만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막연한 결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죄를 범하지 않는 방법과 유혹을 이기기 위한 필요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심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만과 자포자기입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결심했다 할지라도 다시 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들입니다. 그러기에 결심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내 자신의 힘으로만이 아닌 끊임없이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우리 신자들에게 너무도 부족한 것이 바로 성찰과 통회와 결심입니다. 잘 준비된 성사란 바로 이 세 가지를 잘 준비하는 것임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 단계는 고백입니다.
통회의 표시이며 결과인 고백은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희망으로 무한하신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교회에 맡기셨고, 교회는 사제를 통해 이를 수행합니다.
고백할 때는 하느님께 하듯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여야 합니다.
또한 명료하게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즉 길게 늘이지 말고 똑똑한 발음으로 무슨 죄인지 명확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고백하고, 크다고 생각되는 죄부터 고백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구체적인 횟수까지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죄를 고백하는 데 많은 분들이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저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는 게 다 죄 아닙니까?”, “신부님이 알아서 다
사해 주십시오.” 등등. 사제는 신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알아서 사해줄 권한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고해성사 보러 와서 죄 없다고 하지 마십시오. 죄가 없으면 고해성사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죄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죄를 알아내려는 마음이 무디어진 결과, 곧 앞에서 말씀드린 세 단계를 생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성찰과 통회와 결심을 잘 하고 나서 성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죄를 고백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남의 잘못을 함께 고발하는 태도나, 변명하는 태도, 추상적인 말로 소설을 쓰려 한다거나 두리 뭉실 어영구영 넘어갈려는 태도는 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고해성사는오로지 자신의 구체적인 잘못을 하느님 앞에 겸손되이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죄 고백은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굳은 결심만을 길게 늘어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제는 성사에 임하는 모든 신자 분들이 이미 성찰과 통회와 결심을 하고 오셨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성사에 임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제발 고백하면서 그때서야 죄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죄를 고백하는 시간은 죄를 성찰하는 시간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보속입니다.
고해성사를 완결 짓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고백과 사죄로 죄의 용서는 받지만 하느님과 이웃과 자신에게 끼친 손해와 손상은 남게 됩니다. 이를 기워 갚는 방법으로 보속이 필요합니다. 보속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서 빠른 시일 내에 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고해소에서 사제와 나누었던 대화의 내용을 함부로 타인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백의 비밀은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사제뿐만 아니라 고백한 당사자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간단하게나마 고해성사가 무엇인지, 또 실질적으로 고해성사를 어떻게 보는 것이 합당한 자세인지 말씀드렸습니다.
고해성사는 죄의 사슬에 묶여 신음하고 있는 인간을 죄에서 지켜 주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의 성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 앞에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하는 데
결코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해성사의 본래 집전자는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고해성사는 인간을 벌하시고자 함이 아니라 용서해 주시고자 함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시기 동안 더욱더 회개와 보속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그리고 판공성사를 통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함으로써 다가오는 성탄 축제를 기쁘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고해성사 보는 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고해소에 들어오시면 성호경(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을 외우면서 십자 성호를 그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전능하신 하느님과 신부님께 고백합니다.” 라는 경문을 말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는 분들은 없는 경문 만들지 마시고 바로 고백한지 얼마 되었다고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때 제발 기억이 안 납니다, 오래되었습니다, 몇주되었습니다, 몇 달 되었습니다, 라고 하지 마시고 잘 기억하시어 한 달 이상이면 몇 달, 한 달 미만이면 몇 주라고 확실하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앞에서 설명해드린 점을 생각하면서 죄를 고백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간단명료하게 그러나 구체적으로 고백하시기 바랍니다.
고백이 끝나면 반드시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 라고 말씀하시던지 기억이 안 나시면, 역시 없는 경문 만들지 마시고 바로 “이상입니다.” 라고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기도해 달라고 한다든지, 어떻게 하겠다고 장황하게 결심을 늘어놓으실 필요 없습니다. 고백하러 오시기 전에 이미 결심해야 하는 것임을 잊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고백이 끝나면 훈계와 보속이 주어집니다.
혹 보속을 알아듣지 못했다면 다시 말해달라고 청하시기 바랍니다.
알아들었다면 반드시 ‘예’라고 응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이라는 응답을 들은 후 사제는 사죄경을 외워드립니다. 간혹 사죄경도 안 받고 나가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사죄경 중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라는 부분이 나오면 말없이 십자 성호를 따라 긋고 “죄를 사하나이다.”라는 말이 나오면 “아멘” 하고 나오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