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속도는 더디지만 경운기도서관은 어느 것과 바꿀 수 없는 ‘꿈의 공장’입니다.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경운기도서관이 이제는 환경지킴이가 됐네요”
‘경운기도서관’을 몰고 전국일주에 나선 서재환씨(52·광양시 진상면)가 22일 전주를 찾았다. 지난 17일 광양을 떠난 서씨는 남원·임실 등을 거쳤고, 앞으로 대전·천안 등을 거쳐 다음달 1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의 경운기도서관은 무료로 헌책을 새책으로 바꿔주는 작은 이동도서관이다. 지난 1987년부터 10년동안 시골 구석구석을 돌며 사랑방역할을 했지만, 98년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서씨는 이미 지난 1981년부터 자신의 집에 새마을문고를 만들었고, 이를 더욱 확대해 농촌생활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농부네 텃밭도서관’을 운영중이다. 경운기도서관은 새마을문고의 또다른 형태인 셈이다.
서씨는 지난 17일 창고에 보관중이던 경운기도서관을 부활시켰다. 자신의 집 부근에 소각로제조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부터다. 서씨와 청도마을 주민은 자연환경 훼손을 이유로 공장설립에 반대했고, 지난 7월 광양시는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전남행정심판위원회가 광양시의 결정을 뒤집자, 서씨는 공장이전 부지를 마련하기 위한 ‘5억 모금행사’에 나선 것.
서씨는 “모금액을 채우지 않더라도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 가는 보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모든 일은 재미가 있어야 하지않느냐”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에게 ‘재미’와 ‘의미’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