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속 글을 쓰고 싶은 날이군. 비가와서 인가 설겆이를 마치고 컴 앞에
앉으니 준영이만 다녀 갔구만. 준 영! 고마워!
묵계라함은 묵을 먹는 계가 물론 아니지 서로 상호간의 말이나 문서로 약속
하지 않았지만 암암리에 지켜지게 되는 규칙 이게 사전적인 의미의 묵계이겠지.
갑자기 묵계라는 얘기를 꺼내게 된것은 저금의 친구들 모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서야. 보기와 달리 난 지속적인 모임을 그리 많이 하지 않는데 유독 이십년이
넘게 두달에 한번씩 꼬박 얼굴보는 모임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고등학교 동창 10명
이 만든 십인회라는 친구들 모임이야. 군대에 서로 교차로 갔을 때도 계속 모였고
이젠 인생의 절반 이상을(고1때부터 만났으니 벌써 25년이나...) 같이 한 친구들이
니 ... 친구들은 참 다양하다. 장사하는 놈도 있고, 돈 잘버는 은행원도 있고, 그럭
저럭 사는 놈도 있고... 지극히 보수적인 놈도 있고, 학생운동하다 감옥 갔다 온 놈
도 있고.... 어렸을때는 서로의 가치관과 정치관 때문에 참으로 많이도 싸웠다. 하
지만 어느때부턴가 우리의 모임에서 그런류의 대화는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에 주식
이나 부동산이 자리잡았고 공동출자로 청주 근교의 부동산을 경매로 잡은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우린 나름 치열하게 고민했던 젊은 시절의 고민과 열정에 대해 서로 건들지
않는 암묵적인 묵계라고 칭해버렸지 비겁하게....
그러던 5월 네번째 토요일 23일. 천안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었어. 바로 그날 새벽이었지.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을 접하고 그날 저녁 벌개진 눈을 비비며 우리는
모였어. 걔중 노빠에 가까웠던 나를 빼고도 모든 친구들이 새벽까지 통음을 하며 울어버렸어.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누군가를 욕하면서. 그러면서 오랜 묵계는 깨진거야. 어느 정치적인
또는 가치관이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서 서로 언급하지 않던 묵계가 깨진거야.
난 여기서 노짱을 기리고 mb를 욕하자는게 아니야. 오는 토요일 다시 천안에서 그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데 과연 지난번처럼 묵계를 깰 수 있을까 하는 거지.
지난번 신동현이가 문잘 날렸더군 잘지내냐고,나이 마흔이 넘어가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데
너는 어떻냐고. 그래서 난 이렇게 답장을 했어. U턴길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사실
정미로부터 카페만들라고 압력 받고 개설 했지만 요즘 갈팡질팡하고 있었거든. 니들이 들
어와서 보든 말든 난 이 공간을 통해서 다시 자신을 추스리는 계기로 삼아야겠어.
넋두리가 길었나.. 언제 함 모여야 할텐데! 에궁 지성이가 동점골 넣네..짜식...
있고
첫댓글 정구야..길을 잃으면 P턴이 젤 빠르더라^ 어디서 돌든 운전대만 잘 잡고 있음 되는거 같다..내가 만들라고 협박?했으니 자주 들올게..오늘도 맛있는 반찬 마니 만들어서 딸내미와 맛있게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