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아이들을 잘 돕고 싶습니다.
지난 주 부터 '우리 마을 인문학 강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인문학 강좌'를 고민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은 이러합니다.
5월 23일 금요일 낮에
6학년 성일이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일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도서관에 부지런히 다녔는데,
작년부터 잘 안 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노니 책읽기 방해되고
예전에 했던 활동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도서관 안 오니?"
"제가 하고 싶은게 있어야지요"
"어떤 거니?"
"저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악기를 배우고 싶니?"
"예, 부모님께서 알아보고 계세요"
"부모님과 잘 의논하는게 좋겠다. 성일이가 어떻게 준비하는지 듣고 싶다"
40분 간 성일이 말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성일이는 음악가가 꿈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아주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악가가 되려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데,
황지고 음악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음대에 많이 보내셨다는 정보를 듣고,
4년 뒤에 황지고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황지고 관악반에 들어가려면,
악기를 한가지 이상 다뤄야 합니다.
성일이는 트럼펫을 배우겠다 마음먹고,
부모님께 트럼펫 학원이나 지도해 주실 분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노래 연습도 해야 하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변성기가 오는 것 같아서
지금 소리를 지르면 연습이 물거품이 되니,
변성기가 지나고 노래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삶과 진로를 그리고,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해서
"어떻게 그렇게 구체적으로 꿈꾸고 준비하니?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돕고 싶다"
했습니다.
성일이 말이,
"학원이나 도서관 안가고 집에 있으니까 심심해서 그래요"
합니다.
요즘 도서관 안오는게 도리어 꿈꾸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인가?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집에서 놀다가 방에 앉아 있으면 책을 보게 되고,
책 보다가 누워 있으면 생각할 시간이 많아요.
그러면 어떤 사람이 될지, 무슨 일을 할지 그려보고 구체적이 되요.
아이들은요, 학교, 학원, 학습지 하느라 바빠요.
'땡땡이 치고 싶다', '쉬고 싶다' 그러면서 엄마가 시키니까 해요.
저도 전에 학원다닐 때 정말 가기 싫어서 말씀드리고 안가겠다고 했어요.
진지하게 말씀드리면 될텐데, 몇 번 땡땡이 치고 야단 맞고,
부모님은 '얘가 공부를 안하는가 보다' 싶어서 더 많이 보내려고 해요.
아이들도 쉬고 싶을 때가 있는건데,
어른들은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생각하나봐요.
아이들이 바쁘고 쉬고 싶으니까,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도서관에 가면요.
요즘에 아이들이랑 올챙이 잡으러 가잖아요.
아이들은 재미있는 것만 따라다니다가 진지한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요.
지난 번에 보니까 선생님이 개울에 놀러가자 하니까
책보던 아이들까지 다 나가더라고요.
어른들은요,
아이한테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다, '좋겠다'고 하지 않고요.
여기 저기서 소문을 듣고,
가장 빨리 취업해서 돈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정해놓고 그대로 공부시켜요.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할 시간이 없어요.
노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선생님이 하자는대로 따라가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놀면서 스트레스 푸는 것도 있지만, 생각을 안하는게 문제에요.
부모님 일이주에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는게 큰 도움이 되요.
부모님들은 일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돈벌어야 하니까
집에 오면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귀찮겠지만,
열심히 돈벌어서 학원보내거나 상담가 한테 맡기는 것 보다,
부모님이 직접 아주 가끔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는 게 큰 힘이 되요.
부모님이 있어도 잘 안들어주시거나, 할머니가 야단만 치는 애들은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도움이 될거에요.
방학 때 광활 선생님 오시면 활동하기 전에 잠깐씩
아이들과 진지하게 꿈을 적어보거나 그려보면 좋겠어요.
적은 걸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고쳐보고 다듬다 보면 꿈이 구체적이 돼요."
성일이가 꿈을 구체화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살지, 어떤 일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아이들 학습지도를 열심히 하거나,
재미있게 놀아주는 것은 근본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삶의 근본으로 다가서는 것을 가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의논하고,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책, '자발적 가난'에
[ 가난하게 사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택한 가난, 검소한 생활은 기쁨이지만,
타의로 억지로 겪어야 하는 가난은 지옥과 같다 ] 고 합니다.
좋은 것이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정해진대로 따라야 한다면
종이나 기계와 마찬가지입니다.
놀이건, 프로그램이건, 창의학습이건, 영재교육이건,
심지어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향하더라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
아이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방식은
반복하는 기계 동작이나 생각과 행동이 묶인 수용소 삶과 같습니다.
성일이에게 성일이가 꿈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동생들이나 친구한테 말해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좋다고 합니다.
부모님들께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니,
"직접 말씀드리기는 조금 그렇고요. 제 이야기를 부모님들한테 해주시면 좋겠어요"
합니다.
성일이 이야기 중에
다른 아이들이나 부모님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을
'우리 마을 아이들을 잘 돕고 싶습니다'는 글로 정리했습니다.
0523글-우리마을아이들을잘돕고싶습니다.hwp
1.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 철학, 신앙
2.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 진로, 직업
3. 공부를 잘 하고 싶다. - 좋은 문화, 실력 기르기, 인생지도 그리기
23일 저녁 7시
마을 의원 원장님께서 도서관에 찾아오셨습니다.
22일 오후에 마을 아이들 공부나 무엇 도울 것이 있을지 의논하고 싶어
찾아오시겠다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몇 주전 고등학생 주희와 나눈 대화,
성일이와 나눈 이야기 중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를
글로 정리해서 보여드렸습니다.
마을 아이들을 잘 돕고 싶다 말씀드렸습니다.
원장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을 여쭈었습니다.
삶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스님, 목사님, 신부님이나 좋은 강사분을 모시고 강연회를 해보자 하십니다.
강사 섭외 비용은 내시겠다고 합니다.
공개 강연회를 몇 차례 하면
자기 삶을 깊이 생각하고 공부하려는 아이들이 있을테고,
그룹이 생기면 저녁이나 방학 때 아이들 공부를 가르쳐 주실 수 있다고 합니다.
원장님은
의사가 되려고 20년 동안 시험을 쳤습니다.
고등학생 조카를 가르쳤고,
영문법 강좌나 전과목 지도를 하실 수 있습니다.
인생이나 건강강좌 등도 파워포인트를 준비하실 수 있다고 합니다.
5월 23일 금요일 저녁
사회복지정보원 한덕연 선생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인문학강좌와 소모임활동 사례로,
돌아가신 YMCA황주석 선생님 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황주석 저 | 그물코 | 2007.10.11 | 9,000원 → 7,200원
책소개 : 우리가 황주석의 조직론과 그 실천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희망의 근거, 즉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라는 시만시회의 건강한 뿌리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공동체적 가치를 일상적 삶의 기반으로 둔 기초공동체를 통해 구현하려는 그의 이론과 실천은 철저하게 사회운동의 뿌리에 ...
5월 24일 토요일 점심
가족나들이 때 대관령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3차 합숙팀 카오스가 대관령 옛길을 넘다가 얼어죽을 뻔 했습니다.
깜깜한 밤에 휴게소를 만나 기뻐했는데, 폐쇄한 옛날 휴게소 였습니다.
나중에 경찰차가 와서 살았습니다.
마을 어머니 여섯 분께
아이들을 잘 돕고 싶다는 뜻과
성일이, 이강호 원장님과 나눈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좋다, 해보고 싶다 하셨습니다.
5월 26일 월요일 오전
- 봉화군 소천중고등학교에 방문했습니다.
고향 집 오갈 때 마다 소천중고등학교 앞을 지납니다.
철암과 학생수나 분위기가 비슷한데,
학생들이 명문대학교에 입학한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학생 사이 문화나 자랑하실 교육 방법, 지역 기관 단체와 관계 등이 궁금했습니다.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기사 스크랩 자료를 주셔서 꼼꼼히 살폈습니다.
유시권 국어선생님께 자기주도적 학습, 도서관 수업 사례를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수업을 해서 도서관 수업이 아니고,
과목 선생님께서 학습 목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모둠별로 장서 9천권, 인터넷, CD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발표합니다.
선생님은 자료를 찾고 분석 정리하는 일을 거들어줍니다.
다산초당에서 정약용 선생님과 제자들이 집체작업하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 16:30~15:20
6학년 성일에게 그간 진행 과정을 말하고 의견을 들었습니다.
성일이는 예비모임, 준비과정, 강사선정, 참석자 수준, 강의장소 등 구체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둘이서 결정할 수 없으니 사람이 더 모이면 예비모임에서 정하자고 합니다.
인문학강좌를 한다면 준비모임부터 역할을 맡아 참여하고 싶다고 합니다.
철암초등학교 동문선배나 지역 어른들 중에
깊이 있는 철학으로 자기 삶이나 직업에 충실한 분을 모시거나,
계신 곳에 찾아가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방학 중 모둠여행에 아이들이 꿈꾸는 일을 하고 계신 동문 선배님이나 아는 분을 찾아가면
아이들이 꼭 하고 싶은 일이니까 진지하게 묻고,
구체적으로 준비하기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의견입니다.
자기 삶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같은 반 친구 4명을 소개했습니다.
초등학교 김영미 선생님께서 말씀드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잘 몰라서 그렇지 삶이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을텐데,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홍보를 하면 더 찾을 수 있을거라며,
작년 반 아이들 비상연락망을 복사해서 줍니다.
- 18:30~19:00
6학년 기남이와 의논했습니다.
기남이는 초등학생 시절을 도서관과 함께 보냈습니다.
광활 선생님들을 꿰고 무슨 활동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기억합니다.
곧 중학교에 들어가는 기남이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돕고 싶습니다.
기남에게 그 간 고민하고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남이는 좀 더 생각해보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친구를 찾아보겠다고 합니다.
- 19:10
예원이네 유향숙 어머니와 말씀 나눴습니다.
진지하게 나누고 싶은 속이야기가 많은데, 기회가 잘 없어 못 나눴다고 하십니다.
어머니 자신과 아이를 위해서 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 말씀에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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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관련법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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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 마을 인문학 강좌를 그리며
몽실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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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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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들의 터 철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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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동찬
첫댓글 귀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