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까 그 신비의 그림
김 혜 숙
여행은 사람을 여유있게 해주는 돈이 아깝지 않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작업이며 개인적인 입장에서 최고의 선물이다. 여행은 여정에서 거쳐가는 특정한 공간으로부터 의미를 찾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직접 만나는 것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과의 추억 은 여행자에게 하나의 공간을 특별하고 의미 있는 곳으로 만든다.
여름방학에 시도한 남미여행 중 최대의 관권은 나스까(Nazca)의 불가사의 그림을 보러 가는 것이다. 또 하나 아마존의 신비를 체험한다는 것이 가슴을 부풀게 만들었다. 그러나 막상 아마존을 가야할 여행 쿠스코 비행장에서 푸에르토 말도나도까지 30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버스로 2시간이면 되는 여정을 아마존을 바로 코앞에 두고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푸에르토 말도나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나스카를 가기 위해 버스로 안데스산맥을 넘기로 했다. 물의 근원인 만년설 덮혀 있는 안데스산맥이 정말 우람하고 멋있을 것 같지만 끝도 시작도 없이 달리는 그 곳은 그렇지 않았다. 때로는 공사중인 험난한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달려갔다. 해발 4,000m도 되는 곳도 있었다. 주무시지 않고 밖을 내려다보시던 김명구 교장선생님께서 버스의 바퀴 부근에 구름이 있었다고 했다. 구름 위로 비행기를 타고 지나가긴 했지만 구름 위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니 만화 같은 상상이 떠오른다.
16시간의 버스 여행 중에서 임계순 선배님이 레크리에이션을 이끌었는데 노래도 부르고 재담을 풀어 2시간은 언제 갔는지 모르게 흘렀다. 적막한 사막 한가운데 밤하늘에서는 별빛이 찬란하게 쏟아져 내림을 보았다. 우리는 한 차례 버스를 세우고 나란히 별빛을 보며 우아한 중세의 연인처럼 “쉬”를 했다.
기온이 점점 떨어져 온도가 떨어져 모두들 옷을 있는 대로 꺼내 입고 잠바로 덮었다. 겨울이 갑자기 온 것 같았다. 참고 견디며 캄캄하고 춥고 칠흑 같은 밤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희뿌연 새벽이 찾아올 때까지 안데스산맥을 실감나게 체험했다. 선인장 보이는 회색빛 사막과 지루한 높은 능선이 계속되었다. 가끔 풀이 있는 곳도 있었는데 사슴 같은 동물이 무리지어 있다. 이국 풍경의 선인장이 그림처럼 서있고 해변가의 사막이 계속 되었다.
수도 리마 외곽을 벗어나 사막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도로에 접어들었다.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이색적인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 지역에는 1만년 가량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길 왼쪽으로는 낙타봉 같은 사막산이 지평선으로 이어졌고, 태평양을 마주한 오른쪽 사막해변은 회색빛을 드러냈다. 한 폭의 그림처럼 군데군데 보이는 아름다운 오아시스와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버스 운전은 이노와 조금 나이가 들어보이는 운전수가 둘이서 번갈아 했다. 16시간의 운전으로 우리 팀에 Best Driver라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12시간을 버스만 타고 갔다. 그리고 새벽이 되었다. 뿌기오라는 마을에 버스를 세웠다. 우리는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했다. 화장실을 거적대기 달아놓은 것은 옛날 우리나라 시골 화장실 같았지만 구멍이 너무 작은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앞으로 4시간은 더 가야 나스까의 지상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나스까 그 신비의 그림은 아는 사람은 별로 흔하지 않다. 미술이나 고고학, 인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페루 남부 태평양연안을 따라 황량하게 펼쳐진 나스까 사막은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수수께끼를 감춰둔 것 같았다. 드넓은 평원 위에 마치 거인이 손가락으로 그려놓은 듯한 기이한 선과 기하학적 도형들이 그 것이다. 신의 손을 빌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위대한 걸작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레이엄 핸콕도 이 도형을 보고 책이름을 ‘신의 지문’이라 했는지 모른다.
나는 경비행기가 이륙하자말자 눈은 반짝 반짝 신비의 그림을 찾았다. 이륙한지 5분쯤 지나자 지상 최대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검회색의 넓은 사막 위에는 고래, 원숭이, 거미, 콘돌, 개, 나무, 우주인, 펠리컨 등의 그림 과 직선, 삼각형, 사다리꼴과 같은 수많은 도형들이 그려져 있었다. 설명을 들으면 그림 한 개의 크기 가 100m에서 2, 300m에 달하는 거대한 것이고 심지어는 7, 8km의 직선이 마치 긴 활주로처럼 뻗어 있는 것도 있었다. 1930년대에 리마와 아레키파간의 정기 항공노선이 개설되어 이 사막 위를 비행하게 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에 이러한 그림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갖가지 기하학적 문양들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나스까 라인은 대부분 지표면을 긁어서 그 아래의 황토색 지면을 노출시킨 것인데 쟁기도 없던 그 옛날 이 거대한 그림을 그린 사람들의 지혜가 놀라웠다. 벌새 그림은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날개 길이가 130m,부리에서 꼬리 끝까지의 길이는 무려 6km나 된다고 했다.
이 그림은 나스까 라인 가운데 가장 불가사의한 것은 거미의 그림이다. 길이가 45m에 이르는 아마존 정글에 분포하는 희귀종 리키누레이 거미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고있는데 생식기관을 뚜렷하고 정확하게 묘사했다. 우주인 그림은 특이하게도 산 중턱을 비스듬히 걸쳤다. 상상하여 그린 어린이들 그림에 등장하는 우주인과 닮았다. 나스까인들은 우주인을 실제로 만났던 것일까. 아니면 나스까인들도 언젠가 우주인이 비행접시를 타고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살았을까? 미술을 전공한 나로서는 그렇게 크고 오래된 그림을 사막을 캔버스를 삼아 그려논 그림을 보는 것으로 나만의 비밀을 가진 것 같은 희열을 느꼈다. 미국의 어떤 현대작가 그린 그림은 너무 커서 자동차를 달리면 보아한다고 하던데 이 그림은 경비행기를 타고 보아야만 하니까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그림이 아닐까?
우리는 타기 전에 받은 안내서를 보며 비교했다. 조종사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비행기 날개를 기술적으로 기울여 저건 외계인, 저건 콘돌, 저건 원숭이, 저건 우주 비행사, 저건 고래 하며 안내해 주었다.
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그렸다는 설과 땅위에 말뚝을 길게 박은 뒤 이를 따라 그렸다는 설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그렸을까도 잘 안 풀리는 과제이지만 왜 그렸을까 하는 문제도 마찬가지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나스까의 자상 그림은 기원전 500년~기원 500년에 이르는 약 1천년의 기간 동안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지금까지 존재하며 나의 눈으로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잉카족 이전에 살았던 나스까인들이 문자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은 탓에 그림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알 길이 없다고 한다. 다만 농경에 이용했던 엄청난 규모의 천문책이거나 하늘에다 자기들의 바람과 이상을 전하고자 그린 종교적 의미를 지닌 것 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나스까인들이 혹시 외계인에게 남긴 메시지는 아닐까하는 의문과 신비가 온몸을 휘감았다.
나스까의 문화유적에 대하여 조금 더 알아본다면 현재 30,000명의 인구가 사는 나스까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고도의 제작기술과 함께 섬세함과 상징적 모티프를 지닌 채문토기이다. 사회계급은 뚜렷하고 엄격하게 지켜졌으나 노예제도는 없었다고 한다. 문화적으로는 흙․풀․자갈의 벽돌로 만든 장대한 아도베신전과 피라미드, 광장, 의례․행정을 위한 공공건물을 만들었고 관개용수로를 만들어 사용하여 수준 높은 기술을 보여주었다.
1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땅으로 내려왔다. 저 거대한 그림들은 무엇인가를 하늘까지 전달하려는 의미를 말하려하되 침묵하며 아무도 모르는 의미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 만들어졌을 저 많은 그림은 언제쯤 메시지를 해석할 수 있을까? 그림은 사막에 누워 저렇게 아무 말이 없는데……. 비행기를 같이 탔던 이태리의 총각과 아가씨가 종종 걸음으로 사라졌다.
첫댓글 2002년 저는 운이 좋게도 남미의 페루를 가게되었습니다. 페루의 나스카라는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 나스카 신비의 그림을 보기 위해 안데스 산맥을 12시간 대형 버스를 타고 넘었고 또 4시간을 더가서 겨우 볼수 있었습니다. 생각이 새롭습니다. 추명님! 저의 글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귀한 경험을 한 여행기네요.45m의 거미! 우메~! 놀라라~~! 앉아서 귀한 여행했네요. 감사합니다.
저두 앉아서 여행했네요.
추명님 잘 하셨습니다.
여러장르에 회원들의 글을 직접 올릴 수 없는 분들의 글을 올려드려야만 문학을 하는 단체 인줄 알지 않겠습니까
넘 회원들의 작품이 드물게 읽을 수 있어 항상 뭔가 부족한 듯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추명님!!
칭찬 해 주신거죠? 고맙습니다.
참으로 먼 곳으로 여행을 하셨네요. 잉카문명 이전에 나스까 문명이 있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거대한 그림에 대한 궁금증도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지은이를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댓글,고맙습니다.
제주도도 못 가 본 저는 외국여행기만 읽으면 구름을 탑니다. 거미의 그림이니 채문토기... 신기한 것 투성이군요.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16시간 걸려 보신 걸 단 몇 분으로 상상이라도 할 수 있으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