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동유럽 배낭여행'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우리 가족의 일정은,
취리히(In)- 루체른- 인터라켄- 빈- 부다페스트- 크라쿠프- '프라하' 에 와 있습
니다.
남은 일정은,
드레스덴- 베를린- 다름슈타트- 프랑크푸르트(Out)으로 독일 일정만 남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프라하 여행기를 쓰느라고 애를 먹었습니다.
A4 용지로 9장에 이르는 여행기를 써야 했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수백장을 스캔 해야 했습니다.
관련 자료와 책자, 영수증, 그림엽서를 확인하면서 그 순간을 되살리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너무나도 힘들게 쓴 여행기 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만족하신다면 또 쓸것입니다.
여행기 올라갑니다...
11) 열 한번째 날 (2003년 9월 9일 – 화)
* 오늘의 일정
프라하 / 카를 교 – 성 니콜라스 성당 – 네루도바 거리 – 로레타
– 프라하 성 – 패트신 공원 – 인형극 ‘돈 조반니’
<카를교에서... 가족사진>
모처럼 잠을 제대로 잔 듯한 기분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야간열차로 이동한 날
은 평소보다 피로를 더 많이 느끼기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크라쿠
프에서는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해서 피로가 누적이 되었다가 이제야 풀리는 듯
한 느낌이다.
방 안에는 빨래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아내 말에 의하면, 어제
아침에 호스텔에 맡긴 빨래가 세탁이 완료되어 우리에게 전달 되었는데, 이 빨래가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닐봉지에 보관되는 바람에 옷에 때가 타고, 구김이 갔다
고 한다. 아내는 호스텔의 일하는 아줌마가 너무 무성의하다고 화를 내면서, 빨래를
손질 하고 있었다. 물을 조금 뿌려서 옷걸이에 걸어 말리면 구김이 조금 펴진다고
한다.
호스텔의 아침식사는 어제와 변함이 없는 메뉴였지만,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호스
텔에 준비된 빵은 빈에서 먹어 본 카이저젬멜(Kaisersemmel) 빵 뿐만 아니라 체코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꽈배기 모양의 빵도 있었다. 이 빵도 은근히 맛이 좋았는데,
유럽은 나라마다 즐겨 먹는 빵의 모양과 맛이 서로 다른 점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식사를 하는 우리가족 앞에 한국 아가씨 한명이 와서 인사를 했다. 반가운 마음에
같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더니, 마음에 부담이 갔는지 서서 몇 마디
이야기만 나누다가 헤어졌다. 우리 부부는 항상 젊은 기분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상대방이 이렇게 어렵게 대하면 섭섭한 마음이 들게 된다.
여행이 반을 넘어서자 게을러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행 초반에는 9시면 아침일
정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10시 30분이 되서야 호스텔을 나섰다.
오늘은 프라하 성을 비롯해서 거리가 조금 먼 곳으로 갈 것을 대비해서 24시간 권
을 샀다. 가족들을 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메트로 Nam Republiky 역 앞에서 기다
리게 하고는 지하 역에 들어가서 티켓을 사 왔다. 24시간 권은 첫 사용 시간
(Validation)부터 24시간을 사용 할 수 있으며, 금액은 70 Kc으로 어린이 표는 없는
것 같았다.
어제 가보지 않은 구시가의 다른 골목길을 통해서 구시가 광장까지 갔다. 호스텔
에서 구시가 광장까지는 어떤 골목길로 가도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무척 가까
운 거리에 있었다. 아침에 보는 구시가의 광장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전혀 다른 분
위기를 느끼게 했다.
어제 저녁에 호스텔로 돌아오면서 길을 찾지 못해서 고생하던 생각이 나서 프라하
시내지도를 한 장 샀다. 지도 값으로 80 Kc를 지불하고 생각을 해 보니, 호텔에서 주
무료지도와 차이가 없는데 가격이 비싼 것 같아서 후회 했다.
* 카를 거리 (Karlova Ulice)
구시가 광장에서 클레멘티눔 앞을 지나 카를교에 이르는 카를 거리는 수 많은 상품
을 파는 쇼핑가로 그 자체가 구경 거리였다. 이 거리는 과거에 프라하 성까지 대관식
행진을 했던 유서 깊은 거리라고 한다.
<카를 거리>
카를교 입구의 구시가지 쪽 탑 앞에는 조그만 공원 같은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의
강가 쪽으로 벤치가 있는데, 이 곳에서 프라하 성과 블타바 강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라고 한다. 아내와 아들을 이 곳에 잠시 쉬게 하고는 인형극 표를 예매하러
갔다.
인형극 <돈 조반니>를 공연하는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은 카를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인형극이 유명하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예매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인형극 관람권은 적지 않은 돈을 준 후에야 구입 할 수 있었다. 금액은
어른- 490 Kc, 어린이- 390 Kc으로 신용카드로 결제 했다.
* 카를교 (Karluv Most)
구시가 쪽 카를교 탑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카를교의 모양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다리 양 쪽에 있는 고딕양식의 탑 들은 통행료를 징수 할 목적으로 세운 탑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훌륭한 전망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입장료(어른- 40 Kc, 어린이- 30 Kc)를 내고 구시가 쪽 탑으로 올라 갔다. 탑 상
부의 전망대는 육중한 구조물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고, 난간과 첨탑 지붕사이로
난 통로가 비좁았다. 그러나, 이 곳에서 바라보는 카를교의 경치는 절로 탄성이
나오게 했다.
오른쪽으로 약간 휜 카를교의 모습과 다리 양 옆으로 펼쳐진 블타바 강, 강 건너
편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프라하 성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경치는 그림
엽서 사진의 모습 그대로 였다. 카를교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이 경치를 보면서,
전망대에 올라오기를 정말로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카를교 탑의 전망대에 본 모습...>
카를교 상류 쪽으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강 수면위로 특이한 구조물이 설치 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것들은 상류쪽에서 떠내려 오는 물체가 교각에 부딪히지
않게 해서 교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카를교는 14세기에 카를 4세의 명령으로 지어 졌다고 해서 카를교 라고 한다. 길이
가 520 m나 되는 제법 긴 다리이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다리보다도 특색이 있
는 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를교는 다리 양 쪽에 설치된 탑 뿐만 아니라 난간에
설치된 30개의 성인 조각상 때문에 더욱 특이한 다리가 되었는데, 이 성인상들이 설
치된 것은 17세기 후반부터 였다고 한다.
그러나, 카를교가 더욱 유명해 진 것은 카를교 다리 위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거리
의 예술가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의 화가, 거리의 음악가 들이 총 출동
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예술가들이 카를교 위에서 저마다의 장기를 뽐
내고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동상들과 더불어 이들의 그림을 보고, 음악
을 감상하노라면 카를교는 단순한 다리가 아닌 공연장, 전시장이 된 것 같은 느낌
이 드는 것이다.
<카를교에서 만난 거리의 예술가 들>
카를교의 성인상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조각상은 <성 네포묵> 상이다. 14세기의
신부 네포묵은 왕비의 불륜사실을 고해성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왕의 협박에
도 불구하고 고해성사 내용을 말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왕이 네포묵
신부의 혀를 자르고 몸에 돌을 매달아서 카를교에서 던져 버렸다고 하는데, 네포묵
은 17세기에 성인으로 추대 되었다.
<성 네포묵> 상의 하단부에는 이런 내용이 조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이 부분을 만
지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친 동판은 닳아서 반짝거
리고 있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보았던 베드로 동상의 발가락도 같은
이유로 닳아 없어진 것이 생각이 났는데, 머지 않아서 성 네포묵 상의 동판도 닳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성 네포묵 상의 하단부에 있는 동판>
카를교는 어제 밤에도 프라하의 야경을 보면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이지만, 싫증
이 나지 않는 곳이다. 천천히 조각상들을 감상하고 사람들도 구경 하면서 카를교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서 말라스트라나 지역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았다.
마침, 슈퍼마켓 ‘Bio Market’을 발견하고는 점심거리가 될 만한 빵과 음료수 등을
샀다. 이 슈퍼마켓은 크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많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팔고 있어서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 성 니콜라스 성당 (Charm sv. Mikulase)
트램과 차가 분주하게 다니는 길을 건너서 말라스타라나 광장으로 들어서자 성 니
콜라스 성당이 나타났다. 성 니콜라스 성당의 돔은 멀리 카를교에서도 보일 정도로
높고 웅장하다.
<성 니콜라스 성당 앞에서...>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성 니콜라스 성당'>
유감이지만, 이 성당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어른- 50 Kc, 어린이- 25 Kc. 유럽
의 많은 성당들이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그런 성당에 들어 갈 때마다, 성당이 너무
세속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입장료 때문에 조금은 불만을 가지고 들어간 성당 내부는 웅장하고 화려했다. 유
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돔 프레스코 화 뿐만 아니라, 중앙 제단의 성 니콜라스
의 조각상과 설교단 등은 입장료를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가족은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수 많은 성당들을 보아 왔기 때문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성당 외부의 모습은 건물의 특징 때문에 기억이 나지만,
몇 개의 큰 성당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성당들의 내부 모습은 혼동이 되서 잘 기
억이 나지 않았다.
* 네루도바 거리 (Nerudova Ulice)
성 니콜라스 성당이 있는 말라스트라나 광장에서 프라하 성까지 이어지는 언덕
길을 네루도바 거리라고 한다. 이 거리는 19세기 체코의 낭만주의 시인 ‘얀 네루
다(Jan Neruda)’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네루도바 거리로 들어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빗줄기가 굵어
지지 않으면 우산을 쓰는 사람이 없는데, 배낭 속에 우산은 있었지만 비를 맞으
면서 걷기로 했다. 이 곳에도 몇 가지의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네루도바 거리를 들어서면 왼쪽으로 루마니아 대사관을 만나게 된다. 파랑,
노랑,빨강의 삼색기가 걸려 있어서 쉽게 루마니아 대사관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이 대사관의 발코니를 받치고 있는 무어 인의 조각이 유명하다. 건장하게 생긴
두 명의 무어 인이 받치고 있는 발코니는 전혀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해
보였다.
<루마니아 대사관의 발코니>
루마니아 대사관 건너편에 있는 이탈리아 대사관도 볼거리가 있는 곳으로 초
록색이 들어간 삼색기로 발견하면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이 대사관 정문의 독수
리 조각상도 볼 만했다.
네루도바 거리에서 찾아내는 가장 큰 볼거리는 집집마다 문 위에 붙어 있는 표식
이다. 번지수가 도입되기 전에 프라하의 집들은 집주인의 직업을 상징하는 다양한
표식을 문 위에 붙여서 구별 했다고 한다. 네루도바 거리의 집들은 지금까지 표식
을 잘 보존하고 있어서, 보물 찾기를 하는 심정으로 여러 모양의 표식을 찾으면서
즐거워 하였다.
우리가족이 찾아 낸 것만 해도, 3개의 바이올린, 금 컵, 양, 열쇠, 두개의 태양, 백
조 등이 있었다. 3개의 바이올린은 18세기 초에 바이올린을 만들던 사람의 집이었
고, 두개의 태양은 시인 ‘얀 네루다’의 생가라고 한다.
<네루도바 거리의 표식>
네루도바 거리에서 계단을 올라가서 ‘로레타’로 향했는데, 아들녀석이 뭔가를 가
리키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 곳에는 식당을 안내하는 간판 대신, 주방 도구 몇 가지
를 걸어 놓아 식당을 표시하고 있었다. 네루도바에서 보았던 표식과 그 모습이 겹
쳐져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의 표식 -> 간판 대신으로...>
* 로레타 (Loreta)
로레타는 특이한 형태의 성당이다. 이탈리아어로 로레토(Loreto)라고 부르는 이
성당은 중앙에 직육면체의 산타 카사(Santa Casa)라는 예배당이 배치되어 있다.
산타 카사는 천사장 미카엘이 나사렛의 동정녀 마리아에게 예수를 잉태할 것이라
는 소식을 전한 집이라고 한다. 산타 카사는 천사에 의해서 이탈리아의 ‘로레토’라
는 곳으로 옮겨졌다는 전설이 있다.
프라하의 로레타는 얀 후스의 종교개혁 이후에 약화된 카톨릭 세력을 강화시키려
는 목적으로 이탈리아의 로레토를 본 따서 설치한 성당이다.
로레타의 겉 모습은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으로 깔끔하면서도 화려하고 세련되게
보인다. 건물 정면에 있는 종탑의 종들은 매 시간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노래를
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레타의 입구에는 여러 개의 조각상이 서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출입문 위에 설치된 요셉과 세례 요한의 조각상이 제일 눈에 띄었다.
<로레타>
입장료(어른- 80Kc, 어린이- 60 Kc)를 내고 받아 든 티켓이 참으로 예쁘다. 로레
타 전면의 모습과 로레타가 자랑하는 다이아몬드 성채가 인쇄된 티켓은 기념품으
로도 손색이 없는 것 같았다.
로레타에서는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외벽
에 조각으로 새긴 산타 카사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한 장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산타 카사의 내부에는 제단을 설치 해 놓았지만 특별한 볼거리는 없는 곳
이었다.
<산타 카사>
산타 카사를 둘러싼 정방형의 건물 1층에는 여러 개의 예배당이 배치되어 있다.
회랑 한쪽 구석에서 발견한 곳에서는 얼굴에 수염이 난 슬픈 모습의 여인상이 세
워져 있는데 슬픈 전설이 있었다. 어느 나라의 공주가 기독교도가 되었는데, 이
교도 인 시실리의 왕과 결혼을 피하려고 간절히 기도를 하다가 얼굴에 수염이 나
서 결혼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도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십자가
에 못 박혀 순교를 하였고, 후에 이 공주는 성인으로 추대되었다는 전설이다.
로레타의 2층에는 종교 의식에 사용되었던 도구들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그 중
에서도 6,0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성체대는 ‘프라하의 태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로레타를 대표하는 보물이다. 그 밖에도 여러 종류의 보석으로 장식된 성
체대도 볼 수 있었다. 한 때, 성당을 다녔던 아내의 말로는 성체대는 성당의 제단
을 장식하는 중요한 제물이라고 한다.
<다이아몬드 성체대 '프라하의 태양'>
* 프라하 성 (Prazsky Hard)
로레타에서 언덕 길을 내려와서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프라하 성 정문 앞에 있
는 슈테른베르크 궁전은 프라하 국립미술관으로 사용 되고 있는 곳인데, 피카소,
브뤼겔, 클림트, 코코슈카, 샤갈, 뭉크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프라하 성을 보기에도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미술관은 포기하기로 했다.
프라하 성은 16세기 말까지 보헤미아 왕가의 궁전으로 사용되었으며 동유럽의
왕성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성 안에는 성 비타 성당을 비롯해서, 왕궁,
성 이지 성당, 황금 소로, 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라하 성의 정문 위에는 ‘거인 타이탄의 전투’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고, 조각상
아래에는 체크무늬의 경비초소가 있어서 조각상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프라하 성 정문에는 근위병 교대식이 있었다. 다른 나라의 근위
병 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옷 차림은 아니지만, 절도 있는 모습이 씩씩해 보였다.
<프라하 성 정문 근위병의 교대식>
2개의 안뜰을 지나서야 성 비타 성당이 나타났다. 성 비타 성당과 마주보고 있는
건물에 프라하 성의 관광 안내소가 있고 이 곳에서 입장권을 살 수 있었다. 입장권
은 코스 별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우리가족은 A 코스를 패밀리 티켓으로 300 Kc
에 구입했다. 입장료는 생각했던 것보다 저렴했다. A 코스 티켓은 성 비타 성당과
첨탑, 왕궁, 성 이지 성당, 화약탑, 황금소로 등 프라하 성의 모든 장소를 입장 할
수 있는 티켓이다. 경험상 가장 많은 코스를 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
문이다.
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 되었는데, 아직 점심식사를 하지 못했다. 성 비타 성당
앞의 적당한 곳에 앉아서 아침에 준비한 빵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베르사이유 궁
전이나, 쇤부른 궁전에 갔을 때 처럼, 프라하 성도 넓은 곳이기 때문에 식사 시간
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을 예상하고 미리 점심식사를 준비해 간 것이다.
* 성 비타 성당 (Katerdrala sv. Vita)
성 비타 성당은 바츨라프 왕의 명령에 따라 짓기 시작해서 카를 4세 시대에 재
건축을 시작하고 1929년에 비로서 완성이 된, 1000년의 건축역사를 가진 성당
이다.
<성 비타 성당>
성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스테인드 글라스이다. 그런데, 다른 성
당에서 보던 스테인드 글라스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
다. 이 스텐인드 글라스는 단순한 성화가 아니라, 9세기에 체코에서 활동한 선교
사 치릴(Cyril)과 메토드(Method) 형제의 활약을 표현한 것으로 화사한 색깔이 오
히려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스테인드 글라스는 20세기 초에 활동한 체코의 아르
누보 예술가인 알폰스 무하(Alfons Mucha)의 작품이라고 한다.
성당의 벽을 따라서 설치된 예배당에는 왕이나, 성인들의 묘가 있었다. 그 중에
서도 가장 눈 길을 끄는 것은 제단 오른쪽에 순은으로 만들어져 있는 ‘성 네포묵’
의 묘이다. 카를교에서 본 ‘성 네포묵’의 조각상을 보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다. ‘성 네포묵’은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성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 네포묵의 묘를 지나서 입구쪽으로 나오면 바츨라프 광장에서 본 바츨라프 동
상의 주인공인 바츨라프 2세의 묘와 예배당이 있다. 바츨라프 2세는 성 비타 성당
의 문 앞에서 이복 동생들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지하의 왕실 무덤을 둘러 보고는 성당 오른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서 첨탑을 오
르기 시작했다. 287개나 된다는 첨탑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
로 했다. 일반 건물로 친다면 10층이 넘는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셈인데, 좁은
계단을 빙빙 돌면서 올라가는 것 때문에 더 힘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사람
들끼리 서로를 격려하면서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첨탑에서는 프라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프라하에 있는 전망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전망대가 바로 성 비타 성당의 첨탑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망대에서는
프라하의 구시가 뿐만 아니라, 카를교, 말라스트라나 지역이 보인다. 프라하 시내
를 내려다 보면서 우리가족이 다녔던 코스를 되 짚어 볼 수 있었다.
<성 비타 성당의 지붕과 장식물...>
첨탑에서는 프라하 성 내부를 내려다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대통령 궁으로
사용되는 성의 일부와 왕궁, 성 이지 성당도 보인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장면은
첨탑에서 내려다 본 성 비타 성당의 지붕 모습이다. 고딕 양식의 지붕 옆으로 날카
로운 장식물들이 설치된 모습이 특이해서 카메라를 전망대 밖으로 내밀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 왕궁 (Stary kralvsky palac)
프라하 성에서 성당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궁전이라고 한다. 그 중 일부
는 대통령 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일부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하고 있었다. 성 비
타 성당을 나와서 성 이지 성당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공개를 하는 왕
궁이 나온다.
블라디슬라프 홀(Vladislavsky sal)은 특이한 둥근 아치 모양의 천정이 있는 굉
장히 큰 방이다. 이 곳에서는 대관식과 각종 연회가 벌어지거나 기사들의 마상시
합이 열린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말을 탄 기사들이 홀로 출입하는 ‘기사들의 통
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블라디슬라프 홀의 오른쪽에 있는 발코니에 내려다 본
프라하 성의 정원 모습도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블라디슬라프 홀>
그 외에도 왕궁에는 대법관의 방과 의회당, 성인 예배당 등이 있다. 왕궁 2층에
있는 방을 구경하러 들어 갔는데, 그 방의 용도가 궁금해서 안내를 하던 할머니에
게 물어 보았다. 영어를 못하는 할머니는 관람객 중에서 영어를 하는 체코인을 데
려와서 방의 용도를 설명해 주었다. 방은 왕의 서재였다고 한다.
영어로 방의 용도를 설명해 준 체코 아저씨는 자기 아내가 이란 사람이기 때문에
아시아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아내를 우리에게 소개하면
서 친근감을 표현했다. 열심히 설명해 준 체코 아저씨에게 한국에서 준비해 열쇠
고리를 답례품으로 줬다. 모처럼 만에 선물을 사용해 봤다.
* 성 이지 성당 (Bazilika a Klaster sv. Jiri)
영어의 조지(George)를 체코어로 읽을 때 발음이 되는 ‘이지’라는 이름은 2세기
에 영국에서 살던 평범한 농부로, 사탄과 악마를 상징하는 용을 잡아서 성인으로
추대 된 인물이다. 성 이지게 봉헌 된 ‘성 이지’ 성당 옆으로는 성 이지 수도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성 이지 수도원은 별도의 입장권을 구입해야 들어 갈 수 있다.
성 이지 성당은 특이하게도 벽면이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성당의 상부에는
‘성 이지’가 창으로 용을 찔러 죽이는 모습을 조각해 놓아서 성당의 유래를 알 수
있게 했다.
<성 이지 성당>
성당의 지붕 양 쪽에는 아이보리색의 첨탑이 2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오른쪽 첨탑
이 조금 더 크다. 프라하 성의 사진을 찍어 보면, 이 첨탑들이 성 비타 성당과 함께
프라하 성의 스카이 라인에 포인트를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성당 내부는 칠이 벗겨지고 퇴색된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
습이 프라하 성에서 가장 오래된 장소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였다. 성당 옆
쪽에 보헤미아 왕가의 무덤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성당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들었다.
* 황금 소로 (Zlata ulicka / Golden Lane)
성 이지 성당을 나와서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성의 서쪽 출구를
통해서 프라하 성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황금 소로를 찾다가 길을 잘 못 택한 것
이다. 황금 소로의 입구는 성 이지 성당의 뒤쪽 길을 돌아가서 찾을 수 있었다.
황금 소로는 중세에 연금 술사들이 살았다는 좁은 골목으로,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집들이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1500년 경에 처음으로
이런 집을 지었을 때에는 성을 지키는 군인들을 위한 주택이었다고 하는데, 17세
기 경에 금 세공업자와 연금 술사들이 머물면서 ‘황금 소로’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황금 소로>
<황금 소로에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우리가족이 황금 소로에 도착했을 때에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
다. 좁은 골목길의 한쪽 벽에는 학생들이 단체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더욱 비좁
게 느껴졌다. 관광객들이 줄기를 기다리면서 학생들의 그림을 보았는데, 작은 스케
치 북에 색연필이나 파스텔로 그리는 그림이 제법 그럴 듯 해 보였다.
황금 소로에 있는 집들은 각각 다른 색깔로 칠해져서 쉽게 눈에 띄는데, 문 위에
번지수를 표기해 놓았다. 이 집들은 현재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로 이용되고 있다.
작은 집중에는 체코의 대문호 ‘프란츠 카푸카’가 작업실로 사용했다는 파란색의
‘22번지’가 제일 인기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22번지
의 벽에는 카프카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붙어 있었다.
<카프카의 집>
황금 소로에 있는 집들을 드나들면서 느낌 점은 이 집들이 프라하 성의 건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지 실제로 작은 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은 머리를
숙이지 않고도 들어 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였으며, 집의 천정도 생각보다 낮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판잣집이나 쪽방에 비교하면 오히려 큰 집이라고 할 수 있
었다.
아들녀석은 황금 소로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재미있는 기념품을 사왔다.
자유자재로 구부러져도 심이 부러지지 연필인데,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한다.
황금 소로를 나와서 성 이지 성당을 지나 화약탑으로 향했다. 그러나, 시간이 벌
써 5시가 넘었고, 화약탑의 문은 잠겨 있었다. 짧은 시간에 프라하 성을 돌아 본다
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프라하 성의 기념품 점에 들어가서 프라하의 안내책자와 그림엽서를 몇 장 골랐
다. 프라하 안내 책자에는 우리가족이 미처 돌아보지 못한 프라하 성의 모습들이
사진으로 나와 있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듯 했다.
* 왕실 정원
아쉬움을 남기고 프라하 성의 북쪽 문을 통해서 프라하 성을 떠났다.
왕실 정원은 북쪽 문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자 오른쪽으로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프라하 성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왕실 정원은 왕가의 동물원, 승마장, 온실 등이
있던 취미생활 공간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꽃과 잔디가 잘 다듬어져 있고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설치된 조용한 정원이다.
<왕실 정원의 아름다운 모습>
왕실 정원의 동쪽 끝에는 벨베데레(Belveder)가 자리잡고 있다. 벨베데레는 16
세기에 체코의 왕을 겸임한 페르디난트 1세가 아내에게 지어준 여름 별궁이라고
한다.
우리가족은 왕실 정원에서 꽃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음 목적지를 어
디로 할 것인지를 의논했다. 저녁 7시 30분에 인형극이 시작하기 까지 2시간 정도
의 여유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안내책자를 찾아 보다가 패트신 공원 전망대를 가
보기로 했다.
* 프라하의 트램
패트신 공원으로 가는 길을 찾는 데에는 아침에 산 프라하 지도가 요긴하게 쓰
였다. 지도에는 트램의 노선이 같이 표시되어 있는데, 지도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트램의 번호와 정류장의 위치가 표시 되어 있다. 붉은 색의 점이 원으로 표시된
경우는 양쪽 방향의 정류장이 동일한 장소에 있다는 것이고, 반원인 경우에는 한
쪽 방향의 정류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24시간 권과 함께 이 지도만 있으면, 프라하 시내의 어느 곳이건 갈 수
있다. 부다페스트에서도 시내 지도에 트램과 버스 노선이 같은 방식으로 표시되
어 있어서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생각이 났다.
<프라하의 트램> -> 빨간색이 예쁘다...
트램은 메트로와는 달리 지상으로 달리기 때문에 시가지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
어서 좋다. 우리가족이 탄 트램은 빨간색이 칠해져 있어서 무척 예뻐 보였다. 왕실
정원 앞에서 18번 트램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22번으로 갈아 타고는 패트신 공원
으로 향했다.
* 패트신 공원 전망대 (Petrinska rozhledna)
패트신 공원은 프라하 성과 이어져 있는 반대편의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프라하
성에서 로레타와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지나서 걸어 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족은
패트신 공원으로 올라가는 등산전차(Lanova Draha)를 타기 위해서 트램을 타고
공원 아래쪽으로 갔다.
패트신 공원으로 올라가는 등산전차는 계단식으로 생긴 전차인데 부다페스트의
부다 왕궁으로 올라가는 등산전차와 비슷하게 생겼고, 루체른의 필라투스에 경험
한 등산열차 생각도 나게 한다. 이 등산전차는 24시간 권이 있으면 무료로 탈 수
있어서 공짜로 타는 기분이 들었다.
<등산 전차>
등산전차를 타고 올라간 패트신 공원은 한가한 곳이었다. 이 공원은 외국인 관광
객들은 거의 볼 수 없고 프라하 시민들이 조용히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곳이
다. 프라하에서는 관광객들이 붐비는 장소만 다니다가 이 곳처럼 평범한 체코 사
람들이 생활하는 장소는 처음으로 본 것 같다. 우리들이 보고 다녔던 관광지는 프
라하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트신 공원에는 파리의 에펠탑을 본떠서 만든 60m 높이의 전망대가 있다. 이 곳
에서 프라하 성과 시내를 내려다 보면, 성 비타 성당의 첨탑에서 보는 경치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전망대로 향했다.
<패트신 공원의 전망대>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기 전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지 물어봤는데, 전망대에는 계단만 설치되어 있어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는 답을 들었다. 미련 없이 전망대 관람을 포기했다. 하루종일 혹사 당한 다리를
끌고 전망대 꼭대기까지 올라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패트신 공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성의 경치는 카를교나 시내에서 보는 경치와
는 또 다른 모습이다. 등산전차를 왕복으로 탄 것과 프라하 성의 모습을 본 것만
으로도 패트신 공원에 간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패트신 공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성의 모습>
트램을 타고 카를교 근처로 돌아와서 슈퍼마켓 ‘바이오 마켓’에서 물과 음료수 등
을 샀다. 이 슈퍼마켓이 목이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트램을 타고 블타바 강을 건너서 인형극을 공연하는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으로
향했다.
*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 (Narodni Divadlo Marionet)
프라하에서 유명한 인형극은 ‘마리오네트(Marionette)’라고 불리는 실로 조종하
는 인형을 이용한 인형극이다. 인형극은 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을
공연하는데, 오페라의 줄거리에 코믹한 내용을 추가해서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우리가족은 프라하에서 인형극을 공연하는 극장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
하는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으로 인형극을 보러 갔다.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의 입구 간판>
극장 입구에서 아침에 예매한 입장권을 내밀자 컬러 사진이 인쇄된 팜플렛과
프라하의 문화를 소개하는 책자를 준다. 오페라 내용을 소개하는 자료도 준비
되어 있었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다녀간 영향으로 한글 소개 자료도 있었다.
이 자료는 오페라 <돈 조반니>를 본 적이 없는 우리가족에게 오페라 내용을 이
해 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안내자료가 되었다.
극장은 생각보다 시설이 좋지는 않았다. 객석 수도 많지 않았고, 의자는 나무
로 되어 있어서 오랜 시간 동안 공연을 보기에는 편안한 자리는 아니었다. 공연
이 시작되었지만 성수기가 지나서인지 객석의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관객 중에
는 한국인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형극은 예상 했던 것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흥미진진
했다. 오페라가 진행 되는 중간중간에 나와서 웃음을 안겨주는 인형으로 된 지
휘자의 모습도 재미 있었고, 중간에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무대에 등장하는
장면도 예측 할 수 없었던 구경거리 였다.
<마리오네트... 주인공 '돈 조반니'와 함께...>
그러나, 인형극이 공연되는 긴 시간 동안, 무대 뒤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전문가들
의 손놀림을 보면서 왜 프라하의 인형극에 사람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이 인형을 다루는 솜씨는 섬세하고 부드러워서 인형극을 보는 동안
인형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프라하의 역사적인 유적 뿐만
아니라 이런 인형극이 프라하 관광산업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현실이 부러
웠다.
인형극이 끝나서 극장 문을 나왔을 때에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어제 밤에
도 프라하의 야경을 보다가 밤 11시가 넘어서 숙소로 돌아갔는데, 오늘도 또 10시
가 넘었다. 프라하는 저녁 늦게 까지 사람들을 잡아두는 마력이 있는 도시라는 생각
이 들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아직도 저녁을 먹지 못했다. 여행책자를 살펴 보다가
식당을 하나 찾았다. 구시가 광장을 지나서 호스텔 근처에 있는 식당인데, 가격이
저렴하다고 나와 있다. 이제는 주소만 알면 어디든 찾아 갈 수 있는 감각도 생겼다.
식당 입구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고, 그 옆의 칠판에 ‘오늘의 메뉴’에 해당되는
굴라슈가 59 Kc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어제 저녁에 먹은 굴라슈가 90 Kc 였던
것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가격이다. 식당 내부는 허름했지만, 사람들로 꽉 차 있
었다.
굴라슈 2인분과 검은색이 나는 체코의 전통 맥주 ‘피보(Pivo)’와 음료수를 시켜서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굴라슈는 어제 먹은 것 보다 맛이 조금 떨어
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빵을 많이 줘서 만족스러웠다.
프라하의 식당에서는 계산서를 달라고 하면, 담당자가 주문을 받아 적는 긴 종이
에 요리와 음료수의 금액을 적어서 즉석에서 계산을 해주는 방식이 특이하다. 봉
사료(Service charge)는 약 20% 정도로 계산하는 듯 했다. 오늘의 저녁 식사 값
은 불과 230 Kc로 8 유로 정도에 해당하는 적은 금액이었다. 체코에서 남은 코루
나를 다 써야 했으므로, 현금으로 저녁 값을 지불했다.
<프라하 야경...> * 아쉬운 마음에 한번 더 올립니다...
11시가 넘은 시각에 호스텔로 들어와서는 프라하를 떠나기 위한 짐 정리를 했다.
다음 날 아침에 독일의 드레스덴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짐 정리를 마치고 나자, 어제 저녁에 피곤해서 잠이 든 사이에 아내와 아들녀석
이 라면을 끓여 먹었다는 생각이 났다. 마침, 배낭에 라면이 2개 남아 있어서, 주
방으로 가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여행을 떠나서 처음으로 3식구가 같이 라면을
먹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서양 음식에 길들여 졌는지 매콤한 라면이 맛은 있었지
만, 속이 쓰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포만감을 느낀 우리가족은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지 출 (9/9)
- 프라하 시내 지도 80 Kc
- 인형극 <돈 조반니> 예매 1,370 Kc (490x2+390) * Visa Card
- 24시간 교통권 210 Kc (70x3)
- 카를교 타워 110 Kc (40x2+30)
- 슈퍼마켓 (빵, 음료수) 138.5 Kc
- 성 니콜라스 성당 125 Kc (50x2+25)
- 그림엽서 (성 니콜라스 성당) 10 Kc
- 로레타 220 Kc (80x2+60)
- 그림엽서 (로레타) 15 Kc (5x3)
- 프라하 성 입장료 (A 코스) 300 Kc (패밀리 요금) * Visa Card
- 기념품-연필 (황금 소로) 110 Kc
- 프라하 책, 그림엽서 (프라하 성) 510 Kc
- 화장실 (패트신 공원) 2 Kc
- 슈퍼마켓 (물, 음료수) 118 Kc
- 저녁식사 230 Kc
------------------------------------------------------------
<소 계> 3,549 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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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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