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오랜만에 목수일 한번 해 본다.
삽지껄에 만들어 놓은 우체통이 삐끄덕 거려서
수리한답시고 떼어다 놓았는데 그럭 저럭 한달 이상이 흘렀다.
우리집은 대 저택이라서 대문에서 집까지 한 오분 걸어서 들어와야 한다.ㅋㅋ
우체통이 없으니 집배원 아저씨가 집안까지 가져다 주는데
우리집 개가 또 주인놈 닮았는지 사납기를 이를데 없다.
집배원 아저씨 무서워 죽겠단다.
일전에 다른집에 새퍼트에게 한번 물린 이후 상당히 민감해 졌다는 것이다.
농사일에 차일 피일 미루다가
맘 먹고 오후 일과 제치고 우체통 수리 보수에 들어 갔다.
난 확실히 농부는 아닌갑다.
농부 체질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만은 농사일 할 때하고
이런일 할 때하고 맘 상태가 왜 이리 다른지 모르겠다.
아주 신이 났다.
국민교육헌장이라고 알는지...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개발하고..." 확실히 이 대목은 맘에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타고난 소질대로 살면 신바람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소질이야 있던 없든 타의에 의해 선택된 인생들이 얼마이던가?
거기에 비하면 요사이 아이들은 더 불쌍하기 이를데 없다.
소질이야 있던 없던 부모의 선택된 소질되로 소질을 개발해야 하니
없는 소질이 개발한다고 개발이 되는 것이던가.
암튼 이렇게 신바라나게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개발된 소질을 살려서 목수일에 나섰다.
오후 내내 뚝딱거려서 우체통 하나 세웠다.
행복한 빨간 내마음으로
빨간우체통 빨갛게 칠해서
대문앞에 세우니
내 빨간 심장이
빨간 열정으로 쿵닥거린다.
-단양박목수-
싱글로 지붕도 올리고
집배원 아저씨가 편지 넣는 투입구
아래쪽으로는 뚜껑을 올리고 편지를 꺼낼수 있도록 했다.
잠금장치도 달고
넣기 힘들고 꺼내기 힘든 큰 소포는 위 뚜껑을 열어서 넣고 꺼낸다.
나무 소재는 전부 방부목이다.
이제 빨간 페이트로 칠을 하고
우체통을 세울 기둥(지름25cm)
두충나무 껍질 벗겨서 말린 것인데 핸드그라인더로 매끄럽게 갈아 내고
하얀 페인트를 칠하고 다시 로고를 세겨 넣었다.
원래 하담채가 우리집 이름인데 처음 이사 왔을때 택배 아저씨들이 찾기 힘들어 해서
하얀집으로 했더니 금방 메모리가 되었다.
드뎌 입구에 세웠다.
빨간 우체통 뒤로 하얀집도 보이고
오미자 철망도 보이고(아직도 미완성..)
시퍼런 마늘밭도 보이고..
좋은 소식들만 가득하길 바라면서...
밭메는 마눌 불러다가 빨간우체통 앞에서
인증샷 하나 찍어 본다.
첫댓글 너무 멋지네 친구!
재주 많은 친구가 부럽네 그려!
화이트 하우스엔 오바마와 미셀이 사는곳인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건 일이아니고 행복한 놀이가 아니겠는가,,,
나도 연장통 들고 썰고 베고 박고 끼워넣고 하는거 좋아하는데,,, 아직 다른곳에 메인 몸이라, 좋아하는 일은 못하고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내,,, 인생살이가 마이 고달프구나,,,행복하게 사는 친구가 부럽내,,,
간단하게 백악관이라하시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