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사짐이 왔다
마치 집 나간 강아지가 다시 제 집 찾아 돌아온 것 마냥,
기뻐서 폴짝폴짝(물론 마음으로) 뛰었다
미국으로 들어올 준비를 하면서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이사 !
그냥 이사도 아니고 해외이사인데다 주위에 경험자도 전무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하며
나의 지식인 친구, 네이버에 도움을 요청하여 검색 또 검색, 정보 수집 또 수집
그리하여 선정한 이사업체가 현대해운이었다
사실 해외이사를 검색하면서 어찌나 불안하고 불길한 글들이 많던지
이사짐이 중간에 사라져 버린다는 둥, 이사짐이 왔는데 다 손상이 되었다는 둥, 요금이 너무 바가지라는 둥,
행여나 비싼 돈 내고 이사하는데 내 짐들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마음 졸이던 날들이었다
우리는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의 유학이 결정되어 있던 상황이었고 어차피 타지로 한동안 떠나야 할 사람들이라
결혼하면서 집도 장만하지 않았고 1년은 미니투룸에 월세로 살다가 미국 오기 몇달은 처가살이를 했다
원룸의 경우 풀옵션이 되어 있으니 살림도 다 친정에서 가져다 쓰고 우리가 산 신혼살림이라고는
밥상하나, 전기포트, 간이책상, 이것이 다였다
결혼할 때 양가에서는 결혼반지를 제외한 모든 예단과 예물을 생략했고
그래서인지 유일한 예물인 결혼반지를 우리는 결혼하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빼지 않고
고이고이 소중하게 항상 끼고 다닌다
어쨌든, 그만큼 살림이 단촐했기 때문에 해외이사를 하려고 하니 다소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른 사람들 만큼 살림 전체를 옮기는 게 아니라 보통 "해외이사"라고 지칭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또 출국할 때 다 싸들고 가기엔 책과 옷 짐이 부피가 상당했다,
더군다나 보스턴은 추운 도시라는데 겨울옷은 압축을 해도 무게가 상당한 터
여기저기 몇군데 업체와 연락을 해 보고나서 현대해운의 "드림백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이 서비스는 이사화물로 보내기는 화물이 많지 않고 항공편으로 보내기엔 부담스러운 짐들을 위해 따로 고안된 서비스 !
배편으로 오기 때문에 한 달에서 한달 반 정도 (지역에 따라 다름)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해운 측으로부터 광고비 받은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까지 이름을 거론(?)하며 소개할까 싶은데
서비스가 가히 "고객감동 서비스" 수준이라 앞으로 더 잘하라는 강화의 의미로
(내가 칭찬한다고 좋아할 애들도 아니겠지만)칭찬을 보낸다
짐이 실린 배가 LA항에 도착하고 나서도 직접 연락하여 통관이 얼마나 걸리는지 언제쯤 집에 도착할 것인지 설명해주고
그 후에도 몇 번 확인전화로 알고 싶은 사항들을 꼼꼼이 알려주고(전화와 이메일로 동시에)
문의 메일을 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전화로 친절 상담해주는 직원들을 대하다보니
참 돈 버는게 쉽지 않은건가 싶은게 맘이 짠하면서도 고마워서 박수를 짝짝짝!
내가 알기로 해외이사 업체 중 부실하면서 말과 광고로 번지르르한 곳도 제법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곳은 적어도 그럴 염려는 없겠다
한국에서 이사짐 싸던 모습
드림백 서비스의 경우 목적지까지 "저 큰 가방 하나를 운반하는데 얼마"이런 식으로 책정되어 있다
가방 하나당 미국 까지는 129,000원(1개), 1개 이상으로 보낼때는 추가되는 가방은 99,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미국까지 38kg옮기는데 99,000원이면 정말 저렴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세상 물정을 모를지도)
이것도 지역에 따라 다르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
미국같은 경우 LA지역까지는 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데 다른 지역의 경우 LA항에서 다시 UPS라는 미국의 회사가
집까지 운반을 하게 되기 때문에 LA에서 집까지 얼마나 가느냐에 따라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LA와 보스턴은 넒은 미국 땅에서도 멀고 멀어서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지만
그래도 다른 서비스들보다는 싼 것 같았다
우리는 먼저 가방 6개에 해당하는 가격을 한국에서 선지불하고, 후에 LA에서 보스턴까지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미국에서 지불했다
한국에서 비용을 지불하면 저런 큰 이민가방을 보내주는데 저 이민가방에 본인이 직접 짐을 꾸리면 되는 시스템
한 개당 38kg까지 넣을 수 있고 조금 오버하더라도 42kg 정도까지는 1kg당 3000원씩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알뜰하게 넣어보겠다고 엄청 머리를 싸매며 몇날 며칠을 끙끙대기도 했고
무게를 초과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되니까 kg수에 맞춰서 싸보겠다고
저 무거운 짐을 신랑과 동생이 들고 체중계위에 올라가 확인된 kg수에서 자신의 몸무게를 빼는 고전 수법(?)을 동원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짐을 싸면서 에피소드가 참 많았다
짐을 다 싸고 회수 요청을 하면 택배회사에서 짐을 가지고 가고, 그럼 드디어 이사짐들은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사짐 오던 날
이사짐이 온다는 것은 이미 UPS 메일을 통해 받았고 신랑도 없이 집에 혼자있는데 긴급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어쩌나
"아, 또 영어로 물어보면 어찌 말해야하지."라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중 "삐-"하고 벨이 울렸다
나가서 나의 짐인 것을 확인하자 저 38kg짜리 박스 6개를 엄청 말라서 안쓰럽기까지한 흑인 청년이 땀을 뻘뻘흘려가며
혼자 나르기 시작했다
짐을 1층 로비까지 밖에 운반해주지 않아서 결국 저 박스를 우리 신랑이 집까지 옮겨야 했다,
집이 다행히 로비에서 문 하나 열면 바로 오른쪽 1층집
저 짐 올때는 나 혼자여서 신랑이 올 때 까지 "통행에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메모를 붙여놓았다 (물론 영어로)
난 내가 힘 좀 쓰는 앤 줄 알았는데 웬걸, 혼자 옮겨보려고 몇 번을 시도했는데 도저히 나 혼자 38kg를 옮긴다는 것은 무리였다
내 짐 누가 훔쳐갈까봐 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확인하고 또 들어갔다가 잠시 뒤 나와서 존재여부를 확인하고,
몇 번을 그렇게 왔다갔다 왔다갔다
멀고 먼 길을 돌아 이 곳 까지 왔는데 누가 가져가면 끝장이야! 라는, 그 때는 나름 비장한 각오였다
이사짐을 거실에 들이니 저렇게 꽉 찬다
회수할 때는 이민가방만 회수해가는데 저 짐들이 배를 타고 운송되면서
운송되기 전 현대해운측에서 자체적으로 짐을 한 번 더 싸는지 저리 꼼꼼하게 포장처리가 되어 있다
어찌나 단단하게 외부 포장을 하셨는지 저 박스 여는데 또 한참
짐을 하나 둘 확인하니 특별히 파손되거나 손상된 물품은 없었다
(내 오르골에 서 있던 남자 토끼 장식이 하나 떨어져 나갔는데 이건 청구할 수 없으니까 )
신랑이 다시 학교 간 사이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6개의 짐을 다 푸니 방안이 또 너저분해졌다
짐을 싸는 것도 노동이지만 짐을 푸는 것도 노동, 이래저래 짐을 다시 분류하고 당장 필요한 건 빼놓고
9월 이사할 때 까지 안 쓸것은 따로 분류해서 정리
그래서 최종결과가 저런 모양새다, 딱히 놔둘데가 없어서 이민가방 몇개는 서랍장 대신 겸 저렇게 사용하기로
언제 오나, 언제 만나나 했는데 내새끼들 같은 짐까지 오고 나니 반갑기도 하고 안심도 되고
한편으로는 9월까지 정리할래야 할 수 없는 이 공간에서 지내야하는구나 싶어 조금 막막하기도 하고
뭐 별 수 있나, 긍정적인 쪽에 마음을 쏟자, 어쨌든 우리 짐이 무사히 오지 않았는가 (겨울옷이 생겼어!)
떠나온 곳에서의 일은 하나씩 정리가 되고 있고
새로이 머물고 있는 곳에서의 일은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