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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장단 틀에서 보이는 세종시대의 장단1) 전인평 Ⅰ. 머리말 지난 20여 년 동안 장단 연구를 하면서 고악보 장단에 오랫동안 매달려 왔다. 그러나 막상 나의 연구 성과를 남에게 전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고악보 장단이란 것이 오늘날 장단과 너무 달라서 초보자들이 상상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세종실록』 악보의 여민락(與民樂)을 예로 들어보면, 장구형 한 틀이 256정간이나 되어 매우 길다(전인평 2000: 272-303). 선위(宣威)는 한층 더 길어서 32정간 24행에 반복이 한 번도 없어서 무려 768정간이 한 틀이다. 그래서 조선 초기의 장단과 오늘날 장단과의 비교를 이 논문에서 시도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다루는 조선 초기의 장단은 『세종실록』 악보의 장단과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의 장단을 말한다. 무려 500여 년 전의 장단을 오늘날의 장단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줄 알면서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조선시대 장단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서로 비교되는 장단은 동일한 이름을 가진 것은 아니고 가장 가깝다고 판단되는 것들이다. 특히 장구형의 구조가 비슷한 것들을 비교했다는 뜻이다. 이 비교에서 각 장구점의 성질은 무시하고 장구점이 놓이는 장소를 주목하였다.2) 왜냐하면 장단은 장구뿐 아니라 북, 꽹과리 등이 다양하게 연주하기 때문에 장구점의 내용보다는 리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즉 같은 리듬을 다른 악기로 연주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이런 비교는 가능하다고 하겠다. 1. 연구 방법: 정간의 압축 본 연구에서 사용한 중요한 연구 방법은 조선시대의 장단을 압축하는 것이다. 압축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시용향악보』의 상저가(相杵歌)에서 비롯되었다. 상저가는 방아 찧는 소리이다. 『시용향악보』 시절인 16세기나 오늘날이나 방아 찧는 동작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방아 찧는 동작은 방아공이를 올리는 동작과 내리는 동작 두 동작으로 이는 2박의 음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시용향악보의 동작은 ‘덜커덩’이라는 노랫말을 16정간에 넣어서, 3자를 각각 5정간, 3정간, 8정간에 넣고 있다. 그렇다면 8정간에 공이를 올리고 8정간에 내린다는 가정에 이른다. 그래서 8정간이 한 박으로 읽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본 연구에서는 정간을 압축하되 어느 때는 대강을 한 단위로, 때로는 8정간 3대강을 한 단위로 압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압축하고 나면 한 눈에 장단형태가 보이는 이점이 있다. 앞으로 악보 설명은 다음과 같이 구별하여 사용할 것이다. 정간보는 가는 선으로 표시하고, 대강보는 굵은 선으로, 3대강 압축 악보는 겹줄로 표시할 것이다. 대강보의 칸은 각각 3정간․2정간․3정간을 나타낸다. 8정간 3대강 압축 악보는 한 칸이 8정간이 된다. 다음에 세 가지를 보인다. 가) 정간보(아래 한 칸은 정간보 한 칸에 해당)
나) 대강보(한 칸은 한 대강)
다) 3대강 압축 악보(한 칸은 8정간)
2. 용어의 정의 가. 장구점의 길고(長) 짧음(短) 장단은 타악기로 치는 장단(長短)을 말하지만, ‘장단’이란 말을 다시 읽어보면, ‘길고 짧은’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장단에서 장구점 간의 거리를 살펴보면 한국음악의 장단이 ‘길고 짧은 장구점’의 조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길고 짧은 것으로 가장 간단한 것은 2:1이다. 즉, 2는 긴 것(長)이고 1은 짧은 것(短)이다. 그리고 3은 긴 것이 늘어난 것(增)이다. 3:2관계에서는 3은 긴 것이고 2는 짧은 것이다. 그리고 5는 늘어난 것이다. 긴 음(長)과 짧은 음(短)은 절대적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이다. 즉 2:1, 3:2 그리고 5:3처럼 각각 다르지만 이것은 결국 길고 짧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늘어난 것이란, 긴 것보다 더 길게 늘어난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길고 짧은 구조는 3:2, 5:3, 8:5 등으로 변화한다. 영산회상 장단 악보 중에 가장 연대가 오랜 것은 『동대금보』(東大琴譜)이다. 이 『동대금보』의 영산회상 장단 장구형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의 세 가지이다. 즉 3박, 2박, 1박의 세 가지 장구점이 나올 때, 2박은 긴음이고 1박은 짧은 음이고, 늘어난 음이란 3박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래서 장구형 네 점의 비율이 6:4:4:6, 3:2:2:3, 2:1:1:2인 것은 장단단장(長短短長)으로 해석하였고, 2:2:1:3 또는 3:3:2:4는 장장단증(長長短增)으로 해석하였다. 다음에 예를 들어 보인다. 길고 짧은 조합(長短短長)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3) a) 『동대금보』의 만영산: 雙鞭鼓鞭이 長短短長 6:4:4:6 b) 『동대금보』의 삭영산 2장: 雙鞭鼓鞭이 長短短長 3:2:2:3 c) 『동대금보』의 염불도드리: 雙鞭鼓鞭이 長短短長 2:1:1:2 길고 길고 짧고 늘어난 것(長長短增)은 다음 두 가지가 있다. a) 『동대금보』의 평조타령: 長長短增으로 2:2:1:3 b) 현행의 타령: 長長短增으로 3:3:2:4 지금까지 나온 여러 사례를 종합해 보면 길고 짧음(長과 短)은 다음과 같이 확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세종실록』 악보에는 5:3과 8:5의 비례가 있다.4) 정리해 보면, 2:1 ⇒ 3:2(6:4) ⇒ 5:3 ⇒ 8:5로 확대된다. 길고 짧음 이외에 길고 짧은 음을 더한 증(增 늘어난 것)이 있다. 2:1의 증은 3이고, 3:2의 증은 5이며, 5:3의 증은 8이다. 이를 권오성은 피보나치 리듬으로 설명하였다.5) 다음에 전개할 분은 긴 것(長), 짧은 것(短), 늘어난 것(增)의 세 가지 단위로 사용할 것이다. 나. 박판 장단과 장구점 장단 오늘날의 장단 개념으로는 장구점의 반복이 장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종시대에는 장구점의 반복이 장단을 나타내지 못할 때도 있어서, 장구점의 반복이 곧 장단이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전인평 2000:198). 장구점의 반복이 장단이 될 수 없는 것은 『세종실록』의 전인자(前引子) 치화평(致和平) 등에서 볼 수 있다(전인평 2000: 272-303). 치화평의 경우, 반복하는 리듬형은 5정간 + 3정간 + 5정간 + 3정간 + 5정간 + 3정간 + 8정간이다. 그래서 그 리듬형은 5 + 3 + 5 + 3 + 5 + 3 + 8인데, 장구점이 리듬형의 반복과 일치하지 않고, 계속 바뀌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장단은 장구점의 반복이 아닐 때도 있다. 즉, 장구점의 반복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장단이 될 수 있다. 이를 필자는 박판 장단이라 하였다. <표 1> 치화평(致和平)의 장구점 박 박 8 8 5 3 8 8 8 5 3 8 鞭 鼓 雙鼓 鞭 雙 鞭 鼓 鞭 雙 鼓 雙 鞭雙 鼓 鞭 雙 鼓 雙 鞭 그러므로 『세종실록』의 치화평의 장구점은 다만 리듬을 표시할 뿐이다. 그러므로 치화평은 장구점이 장단의 주기를 표시하지 않고, 박판6)이 표시한다. 박판 장단이란 장구점의 주기가 길어서 장구점의 주기가 곧 장단으로 인지하기 어려워 박판이 장단을 표시하는 것이다. 『세종실록』의 여민락, 치화평을 비롯한 모든 음악의 장단이 여기에 속한다.7) 장구점 장단이란, 장구점이 장단을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장구점의 반복이 곧 장단의 반복이 되어 장단을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장구점의 반복이 장단을 표시하는 것은 오늘날의 정악 장단, 산조 장단 등으로, 이것은 장구점 쌍(雙)이 장단의 단위 나타낸다. 옛 음악 중 장구점 장단을 찾아보면, 『세조실록』(世祖實錄) 악보의 경근지곡(敬勤之曲)이 있다(『世祖實錄』 1972: 90).8) 장구점이 고요편쌍(鼓搖鞭雙)으로 규칙적으로 나와서 장단이 장구점으로 표시된다. 박을 함께 쳐서 장단을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 <표 2> 경근지곡의 장구점과 박판 박 박 鼓 搖 鞭 雙 鼓 搖 鞭 雙 5 3 5 3 5 3 5 3 장구점 장단은 장구점의 주기가 짧아서 장구점의 주기가 곧 장단이 되는 것이다. 『칠현금보』의 여민락, 『아양금보』의 도들이․가락덜이 및 현행의 여민락․영산회상 그리고 산조장단이 여기에 속한다. 다. 장단과 장구형 앞에서 논의한 대로 조선초기의 장단에는 박판 장단과 장구점 장단이 있다. 치화평 장단은 박판 장단으로 16정간이 한 장단의 단위가 되지만 장구형 길이는 매우 길어 256정간이 한 장구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장구형은 단순히 장구점의 조합을 말하는 것이다. 장단은 박판 장단의 경우 박판으로 구분되는 것이고, 장구점 장단의 경우에는 장구점으로 장단의 주기가 구분된다. 자세한 것은 필자의 다른 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전인평 2000: 272-303). 이제부터 조선조 초기 음악의 장단과 오늘날의 민속악 장단을 비교해 보겠다. 조선조 초기의 음악이란 『세종실록』 악보와 『시용향악보』를 대상으로 하였고, 오늘날의 민속악 장단이란 대체로 산조나 판소리에 사용하는 장단을 말한다. Ⅱ. 전인자 장단과 중중모리 장단 전인자(前引子)는 『세종실록』의 봉래의(鳳倈儀)라는 춤곡에 첫 음악으로 춤추는 기생(舞伎)의 입장과 퇴장에 사용한 음악이다. 노랫말은 없는 순 기악곡이다. 1. 장단과 장구형 전인자의 장단은 박판 장단이다. 전인자와 여민락의 장구점 구성을 보면 고요편고쌍편(鼓搖鞭鼓雙鞭)으로 동일하지만, 그 리듬을 보면, 전인자는 5:3:5:3 5:3:8 정간의 비율이고, 여민락은 8:8:8:8 8:8:16의 비율로서 서로 다르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같은 장구점을 가지고 있어 장구형은 같지만 장단은 동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표 3> 『세종실록』의 전인자 박 박 박 박 고요편고쌍편고○ 편고쌍편고요편○ 쌍편고요편고쌍○ 고요편편고편쌍고○ 5 3 5 3 5 3 8 ○ 5 3 5 3 5 3 8 ○ 5 3 5 3 5 3 8 ○ 5 3 5 3 3 2 3 8 ○ <표 4> 『세종실록』의 여민락 근 심 지 목 풍 역 불 올 유 작 기 화 유 분 기 실 根 深 之 木 風 亦 不 扤 有 灼 其 華 有 賁 其 實 박 박 박 박 고요편고쌍편고 ○ 편고쌍편고요편 ○ 쌍편고요편고쌍 ○ 고요편편고편쌍고 ○ 8 8 8 8 8 8 16 ○ 8 8 8 8 8 8 16 ○ 8 8 8 8 8 8 16 ○ 8 8 8 8 5 3 8 16 ○ 전인자 장구점의 비율을 장단증(長短增)으로 분석해보자. 5:3:5:3 5:3:8은 장+단+장+단+장+단+증이다. 이것을 8정간을 한 칸으로 압축보하여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악보 1> 전인자 8정간 압축보
2. 현행 중중모리 장단과의 비교 현행 중중모리는 중간 속도보다 약간 더 빠른 장단이다. 다음에 현행 중중모리를 분석한 것, 현행 중중모리의 12정간 악보, 압축한 대강보를 차례로 보인다. <표 5> 중중모리 장단의 분석
중중모리 장단 2:1:2:1 2:1:2:1은 장:단:장:단 장:단:장:단의 구조이다. 『세종실록』 봉래의 전인자 장단 5:3:5:3:5:3:8의 구조는 장:단:장:단: 장:단:증의 구조이다. 두 가지를 비교해 보면, 앞 부분 3/4이 공히 장:단:장:단:장:단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Ⅲ. 치화평 장단과 휘모리, 자진모리, 단모리 그리고 타령 장단 치화평(致和平)은 『세종실록』의 봉래의(鳳倈儀)라는 춤곡의 세 번째 음악이고 속도는 중간 속도의 음악이다(전인평 1999). 『세종실록』에는 치화평 상․치화평 중․치화평 하가 있는데, 여기서는 『대악후보』에 따라 그 상중하를 각각 1․2․3이라고 부르겠다. 『세종실록』 악보에는 치화평 1․2․3이 다 기재(記載)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치화평 3만 연주하였다고 한다. 『악학궤범』에 기재된 내용을 보면 치화평 3만이 연주되었기 때문에 이 논문에서는 치화평 3만 살펴볼 것이다.9) 1. 노랫말 치화평의 노랫말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쓰고 있다. 용비어천가는 모두 125장이지만, 『대악후보』의 치화평 1․2는 3장 주국장(周國章) 까지만 있고, 치화평 3은 16장 도망(逃亡)장까지만 있고 졸장(千世章)은 없다. 여기서는 치화평 3의 제2장(불휘장)만 살펴질 것이다. 치화평의 노랫말은 여민락의 한시(漢詩) 4구와는 달리 우리말이고, 전3구 후3구의 구성이다. 2. 장단과 장구형 치화평의 장단은 박판 장단이다. 여기에서는 『악학궤범』의 기록에 의거, 실제로 연주한 치화평 3의 장단만을 대상으로 고찰하겠다. 다음에 노랫말의 리듬과 장구 리듬을 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표 6> 치화평 3의 노랫말 리듬과 장구점 리듬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치화평의 장구 장단은 매 구마다 다르고 반복이 없이, 복잡하게 보인다. 그러므로 장구장단의 규칙성은 여기에는 없다. 앞에 제시한 것을 알기 쉽도록 이번에는 장구점만 모아 보겠다. 치화평의 장구점 리듬형은 8정간 + 8정간 + 5정간 + 3정간 + 8정간이다. 치화평은 중간 속도의 박판 장단으로 한 장단의 주기가 16정간 음악이다. <표 7> 치화평(致和平)의 장구형 박 박 8 8 5 3 8 8 8 5 3 8 鞭 鼓 雙鼓 鞭 雙 鞭 鼓 鞭 雙 鼓 雙 鞭雙 鼓 鞭 雙 鼓 雙 鞭 雙 鼓 鞭鼓 雙 鼓 鞭 雙 鞭 鼓 雙 鼓 鞭鞭 鼓 鞭 雙 鼓 鞭 鼓 이것을 8대강 압축 악보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악보 2> 치화평 8정간 압축 악보
3. 현행 장단과의 리듬 비교 치화평 장단의 리듬과 현행 민속악 장단 리듬을 비교해 보자. 민속악 장단 중에서 치화평 장단의 리듬과 비슷한 구조는 휘모리, 자진모리, 단모리 그리고 타령 장단이 있다. 휘모리는 보통 12/8로 적는다. 이를 4대강으로 나누어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자진모리장단도 보통 12/8로 적는다. 다음에 자진모리를 4대강 악보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악보 3> 휘모리 대강보(전인평 2001: 279)
<악보 4> 자진모리 대강보(전인평: 276)
앞의 두 장단은 앞 두 대강에 한 음씩 들어간다는 점, 셋째 대강에서 두 점을 몰아넣는다는 점, 셋째 대강의 두 음의 길이가 앞이 길고 뒤가 짧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음에는 타령 장단과 비교해 보겠다. 타령 장단은 영산회상에서도 사용하기 때문에 민속악 장단 범주에 넣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이 장단은 산대도감놀이에서도 사용한다는 점에서 민속악 장단 범주에 넣어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넣었다. 타령 장단이 나오는 가장 오랜 현존 악보는 『동대금보』의 영산회산이다. 다음에 『동대금보』 영산회상의 장구형은 다음과 같이 2:2:1:3 비례로 쌍편고편이 나온다. 『동대금보』의 타령 악보는 다음과 같다. <악보 5> 영산회산 타령의 2:2:1:3 비례
『동대금보』의 타령 장단은 8정간인데 비하여 오늘날에는 12정간으로 늘어나고 여러 가지 변화형을 보인다. 다음에 여러 변화형을 보인다. <악보 6> 여러 가지 타령 장단 ① 『동대금보』의 타령(2:2:1:3)
② 『봉산탈춤무보』의 타령(3:3:2:4)
③ 현행 영산회상의 타령
④ 현행 영산회상의 군악
⑤ 계면 가락 도드리
⑥ 양청 도드리
위 여러 가지 중에서 『동대금보』의 타령과 가장 가까운 세 가지를 추려내어 보이고 다음에 대강보를 만들어 보이겠다. <악보 7> 타령 장단의 변화 장단 ① 『동대금보』의 타령(2:2:1:3)
② 『봉산탈춤무보』의 타령(3:3:2:4)
③ 계면 가락 도드리(3:3:2:4)
④ 양청 도드리(3:3:2:4)
<악보 8> 타령 장단의 대강보
타령 장단은 앞 두 대강에 한 음씩 들어간다는 점, 셋째 대강에서 두 점을 몰아넣는다는 점, 셋째 대강의 두 음의 길이가 앞이 길고 뒤가 짧다는 점이다. 취화평 장단의 리듬과 비교하면 마지막 대강이 치화평은 장구점이 들어있고, 타령 장단은 장구점이 비어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체 4대강에서 3대강의 리듬 구조가 동일하다. Ⅳ. 휴명 장단과 중중모리 장단 휴명(休命)은 『세종실록』 정대업의 9번째 곡이다. 정대업 중에서 개안(凱安) 영관(永觀)그리고 보태평의 의인(依仁)․형광(亨光)․보예(保乂)․융화(隆化)․역성(繹成)의 장구형을 이 범주에 넣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장구형은 『세종실록』 악보 봉황음(鳳凰吟)(『세종장헌대왕실록』 1972: 23권, 355),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중 납씨가(納氏歌)와 유림가(儒林歌)에도 같은 장단이 나온다. 휴명의 장단은 박판 장단이다. 1. 노랫말 휴명의 노랫말은 한문으로 4언 1구, 4구 1행 즉, 12구의 구성이다. 휴명의 노랫말 배자법은 규칙적이다. 모두 5정간과 3정간이 교대로 나오는 흥청이는 장구형이다.10) 아기재회 제명시순 수기창의 신단독운 我旂載回 帝命是順 誰其倡義 神斷獨運 5 3 5 3 5 3 5 3 5 3 5 3 5 3 5 3 2. 장구형과 장단 휴명의 장구형은 32정간이 한 틀이 되어 반복하고 있다. 휴명은 장구형과 노랫말의 흐름이 서로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휴명의 장구형은 제1강에서 시작하여 대체로 5정간과 3정간이 반복하는 규칙적 장구형이다. 박판 3 2 3 3 2 3 / 고 ○ 고 편 ○ 쌍 / 고 편 고 편 ○ 쌍 / 고 ○ 쌍고편 ○ 쌍 / 고 ○ 편 편 고 쌍 / 앞의 세 번째 줄에서 쌍고는 각각 2정간 1정간의 길이로 나타나 있다. 이 장단을 8정간 압축 악보로 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악보 9> 휴명의 8정간 압축 악보
휴명 장단 리듬은 5(긴음)와 3(짧은음)이 한 대강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전체 8대강 중 5대강이다. 3. 현행 중중모리 장단과의 리듬 비교 휴명 장단 리듬형과 가장 가까운 것은 중중모리 리듬이다. 다음 악보에서 앞의 것은 정간보이고 뒤의 것은 대강보이다. <악보 10> 중중모리 장단과 분석
중중모리 장단 리듬은 2(긴음)와 1(짧은 음)의 구조가 전체 8대강에 해당한다. 휴명 장단의 리듬과 중중모리 장단의 리듬은 모두 긴 음과 짧은 음이 순차적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상사성을 보인다. 이러한 상사성은 4대강 중 3대강에 해당하여 75%, 즉 3/4의 상사율을 보인다. Ⅴ. 맺음말 음악사를 살펴보면, 옛날의 민속악도 후세로 오면 클래식이 된다. 서양음악사에서 중세의 그레고리안 찬트가 세속음악에서 기원하였고, 수많은 명곡이 민속음악에서 주제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판소리 농악 등은 악(樂)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장악원에서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조의 장악원에 해당하는 오늘날의 국립국악원에서는 정악반 외에 민속악반을 두어 과거의 민속음악을 제도권에서 흡수 관장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 다룬 음악은 원래 궁중에서 궁중 행사에 사용하던 음악이었다. 이렇게 궁중에서 사용하던 음악 장단이 오늘날 민속음악의 장단과 공통점이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본 논문에서 세종시대 조선조 초기의 장단과 현행 민속악 장단을 비교한 결과를 요약하여 결론으로 삼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 비교한 조선 초기의 장단은 모두 박판 장단이고, 현대 민속악 장단은 모두 장구점 장단이다. 필자는 조선시대의 장단을 압축하여 어느 때는 대강을 한 단위로, 때로는 8정간 3대강을 한 단위로 압축하여 한 눈에 장단이 보이도록 하였다. 우리나라 장단의 길고 짧은 장구점은 2:1 ⇒ 3:2 ⇒ 5:3 ⇒ 8:5로 확대된다. 필자는 이 논문에서 장구점을 길고 짧은 음 외에 길고 짧은 음을 더한 증(增 늘어난 것), 세 가지로 분석하였다. 2:1의 증은 3이고, 3:2의 증은 5이며, 5:3의 증은 8로 간주하였다. 『세종실록』 악보의 전인자 장단은 현행의 중중모리 장단과 구조가 동일하며, 치화평 장단은 휘모리, 자진모리, 단모리 그리고 타령 장단과 유관하며 휴명 장단은 중중모리 장단과 관계가 있다. 이 논문으로 무려 500여년 전 세종 대왕이 창안한 음악의 장단을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마친다. <요약 악보> 1. 전인자와 중중모리 장단 가. 전인자 8정간 압축보
나. 중중모리 장단의 분석
2. 치화평 장단과 휘모리, 자진모리, 단모리 그리고 타령 장단 가. 치화평 8정간 압축 악보
나. 휘모리 대강보
다. 자진모리 대강보
라. 『동대금보』 영산회산 타령의 2:2:1:3 비례
마. 『동대금보』 타령과 다른 타령 장단 비교 ① 『동대금보』의 타령(2:2:1:3)
② 『봉산탈춤무보』의 타령(3:3:2:4)
③ 계면 가락 도드리
④ 양청 도드리
바. 타령 장단의 대강보
3. 휴명 장단과 중중모리 장단 (1) 휴명의 8정간 압축 악보
(2) 중중모리 장단과 분석
참고문헌 『동대금보』 한국음악자료총서, 권22(서울: 국립국악원, 1987 영인). 『世祖實錄』 (서울: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2), 90쪽. 김기수 편저 1976. 『국악전집』 4 (영산회상). 서울:국립국악원. 이혜구 역주 1972 『세종장헌대왕실록』 (서울:세종대왕기념사업회) 23권, 355쪽. 장사훈․한만영 1975. 『국악개론』. 서울:한국국악학회, 전인평 1990 “정악장단의 형성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논문집』(서울: 중앙대학교), 291-327쪽. 1999 “세종실록 봉래의의 장단과 속도,” 성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박사학위 논문. 2000a “세종시대의 장단 연구,” 관재성경린선생구순기념 『국악학논총』(서울: 국악고등학교동창회), 272-303쪽. 2000b 『새로운 한국음악사』 서울: 현대음악출판사. 2001 『실크로드 음악과 한국 음악』(서울: 아시아음악학회). 2004 “한국음악 장단의 논리.” 『한국음악의 멋』(서울: 아시아음악학회), 312-334쪽. Kwon Oh-Sung 2002 Mathematical Principle in Korean Traditional Music, A search in Asia for a New Theory of Music, Quezon: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center for ethnomuicology, pp. 89-97. <추기> 왜 한국의 고악보에는 3박자가 없는가? 우리나라 음악의 특징으로 흔히 3박자 음악이 많다고 한다. 장단을 연구하면서 필자가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오늘날에 그렇게 흔한 3박자가 20세기 이후의 악보에나 나오고 그 이전에는 3박자 음악이 없다. 그렇다면 3박자는 20세기 이후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란 말인가? 장단 전문 학술 서적에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교정 단계에서 이 글을 추가하게 되었다. 한국 음악 장단 연구를 해보니, 한국 음악의 장단은 길고 짧은(長短) 음의 구성이다. 즉, 한국 사람들이 즐겨 사용해 온 리듬은 2:1, 3:2, 5:3, 8:5처럼 길고 짧은 리듬이었다. 오늘날에도 비교적 오래된 음악일수록 이런 리듬이 많이 나온다. 가곡, 영산회상, 농악 그리고 굿 음악 등에 남아 있는데, 젊은 음악인은 이 리듬을 어려워한다. 다시 말하면 옛날에는 2:1, 3:2, 5:3, 8:5 등 여러 가지 길고 짧은 리듬을 다양하게 사용하였는데, 오늘날에는 단순한 2:1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이다. 『세종실록』 악보에 한 정간에 세 음을 적은 것이 보이는데, 이를 보면 15세기 세종 당시에도 한 박을 세 박으로 나누는 전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음악의 특징으로 “3박자 음악이 많다.”라는 말은 “한 박자를 셋으로 나누는 것이 많다”라고 수정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아리랑이 3박자라고 하지만 이것은 12/4 박자인 중모리 장단으로 3박이 넷 모여 한 장단을 이루기 때문이다. 결론으로 요약해 보면, 예전에 흔히 쓰던 여러 가지 길고 짧은 리듬 중에서 가장 단순한 2:1만 많이 사용하게 되어 오늘날 “한국음악의 특징은 3박자 음악이 많다”라고 말하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 내용은 다음에 논문 형식으로 따로 발표하려한다. 검색어: 시용향악보, 세종실록 악보, 세조실록 악보, 상저가,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Abstract> Jangdans of the 15th Century Joseon Period and Contemporary Jangdans Chun In-Pyung The aim of this article is to ascertain that jangdan (rhythmic cycle, literally means 'long' and 'short') of the 15th centuries' music under the reign of the King Sejong is related to that of folk music in the present day. Sejongshillok, the Sejong Chronicles, compiled in 1454 informs us that the music at that time was used for rites that were practised in ceremonies in the court. As its method the jangdan of the 15th century is compressed in order to be seen easily and then this is to compare with that of the current folk music. Ratios of the rhythm of 'long' and 'short' of jangdan is extended as in 2:1 to 3:2 to 5:3 to 8:5. The Jeoninja jangdan appeared in the manuscript of Sejongshillok is identified with the structure of the jangdan shown in the current jung- jungmori. The Chwihwapyeong jangdan is related to the jangdan of hwimori, jajinmori, danmori and taryeong. The Hyumyeong jangdan is also linked to jungjungmori of the current music. It is interesting that such jangdans of the 15th century court music are still remained in those of the contemporary folk music. It is hoped that this article will help readers understand better those of music that the King Sejong established in 1491. 1) 본 논문은 2004학년도 중앙대학교 교내 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한 결과물임. 2) 장구점의 성질을 무시하였다는 것은 장구점 쌍편고편(雙鞭鼓鞭)중 어는 것이 나오더더라도 개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하자만 장구점이 네 점이 5정간+3정간+5정간+3정간으로 나오면 장구점이 쌍(5정간)+편(3정간)+고(5정간)+편(3정간)으로 나오거나 또는 고(5정간)+요(3정간)+편(5정간)+쌍(3정간)으로 나오거나 같은 장단으로 고려하였다는 뜻이다. 3) 1813년 편찬의 『동대금보』는 영산회상 장단이 적혀있는 가장 오랜 악보이다. 한국음악자료총서, 권22(서울: 국립국악원, 1987 영인). 4) 다음 박판 장단과 장구점 장단에서 5:3과 8:5의 예를 볼 수 있다. 5) 우리나라 장단은 3박과 2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2박은 1:1이고, 3박은 2:1, 5박은 3:2이고, 8박은 5:3의 비율이다. 이와 같이 1, 2, 3, 5, 8, 13, 21, 34 등의 수열을 피보나치 수열(Fibonacci number series)이라고 한다. 피보나치 수열이란 1877년에 Edward Lucas란 수학자가 12세기의 수학자 Fillius Bonacci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피보나치 수열의 구성 원리는 연속되는 각 숫자가 바로 그 앞의 두 개 숫자를 합하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 피보나치 수열은 황금분할(Golden-Mean, ratio, section)의 속성과 함께 완벽한 수열로서 인간에게 친숙한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형식의 아름다움과 완벽함에 대한 미학적 개념과도 관련을 맺고 있는 숫자에 의한 수열이다(권오성 1999: 120). 6) 여기에서 박판(拍板)이라 함은 악기 이름으로 사용하는‘박’(拍)을 말한다. 흔히 ‘박’이라고 하면 1拍․2拍 등의 拍과 악기이름 ‘拍’이 혼동될 염려가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악기이름을 ‘拍, ‘박판’이라고 부르겠다. 7) 이 밖에도 『大樂後譜』의 북전, 서경별곡, 진작4, 이상곡, 쌍화점, 봉황음1․2․3, 자하동1과 2, 진작3, 동동, 횡살문, 정읍 등이 있다. 8) 『세종장헌대왕실록』 권23의 뒤에 부록으로 수록한 악보. 9) 치화평은 上中下篇 중 하편 수장(首章)이하 십육장과 졸장(卒章)만이 사용된다. 致和平則只用下篇首章以下至十六章及卒章 鳳來儀 주 참조(『世宗實錄』 권140; 鳳來儀. 『세종장헌대왕실록』 권23: 133). 10) 이런 5정간+3정간 연속 리듬은 『세종실록』 봉래의(鳳來儀)의 전인자(前引子)와 후인자 장구형에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