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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폐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양산했던 2004 아테네 올림픽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참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만큼 후유증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림픽이었지요. 금, 은, 동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기쁘고 선수들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아무래도 '구리(銅)'보다는 '은(銀)'이 좋고, '은'보다는 '금(金)'이 좋은 것이 사실인지라 아쉬움도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림픽이 끝난 지금, 빛났던 순간들과 아쉬웠던 순간들을 다시 보여주고 평가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게도 아쉽고 기뻤던 게임은 정말 많지만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재방송이나 우리 선수의 무용담이 아닙니다. 제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 대만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8월 26일 열린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대만의 천쉬친 선수의 눈물 이야기입니다.
메달 수여식때 금, 은, 동 세 메달중 금메달을 따낸 선수의 국기(國旗)가 가장 높이 게양되며 그 국가(國歌)가 울려퍼진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 상식이 무너졌습니다. 천쉬친 선수의 금메달 수여 후 게양되고 있는 국기는 대만의 국기가 아닌 대만 올림픽 위원회의 기(旗)였습니다. 그 전에도 대만 출전선수의 국기를 자세히 보신 분들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만의 국기는 청천 백일 만지홍기(旗)라는 것이지만, 게양되던 기는 오륜기가 그려진 대만 올림픽 위원회기였던 것입니다. 물론 연주되던 국가 역시 대만의 국가가 아닌 올림픽 위원회가(歌)였지요.
그 내막인즉슨,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중국측의 항의로 인해 대만의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되먹지 않은 횡포에 자신이 조국에 안긴 첫 금메달과 함께 마땅히 게양되어야 할 조국의 국기도, 국가도 없이 올림픽기에 거수경례를 하던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은 아직도 제 가슴이 깊이 남아 잊혀지지 않습니다. 죽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그것은 눈물이 아니라 한(恨)이었습니다. 곧이어 남자 태권도에서 따낸 대만의 두번째 금메달 역시 마찬가지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전 그 모습을 보며 처음부터 끝까지 고(故)손기정 선수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 주인공들만 바뀌었을 뿐, 바로 반세기전 우리의 모습에 다름아니었습니다. 반세기전 식민지하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을 문명화와 세계화를 호가하고 있는 2004년 세계 한복판에서 목도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나라안의 근심(內憂)이 사라진 나라는 밖으로 그 세(勢)를 떨치려는 법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웃나라 일본이 그랬고, 지금의 중국이 그렇습니다. 이들 두 나라는 각각 세계의 공장으로써, 오랜 경제불황 탈출로써 내우를 벗어던지고 밖으로 국운의 상승세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국운과 올림픽 메달수는 비례합니다. 러시아를 제끼고 미국을 턱 밑까지 압박하고 있는 중국과, 이번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이 앞선 두 올림픽의 메달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일본, 이들의 대약진과 아테네 올림픽의 메달, 그리고 우리의 최근의 계속적인 국가외교적 좌절과는 정확히 비례합니다. 천쉬친 선수의 저 눈물을 그저 딴나라 사람의 눈물로만 여기며 저 눈물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때 우리의 눈물 또한 준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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