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팔불출이라 놀려도
문 남선
오랜만에 찾아 온 기쁨에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둘째 아들 때문이다. 지금처럼 pc공급이 흔치 않던 아들의 초등 일학년 때. 아들은 워드 자격증을 따겠다며 컴퓨터 학원을 보내 달라고 했다. 여상 다니는 누나들도 한 번에 합격하기 힘들다던 시험에 학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일학년 땅꼬마는 워드 자격증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정보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 동상을 받기도 했다. 역대 정보 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을 보면 대부분 그 대회를 목표로 프로그램이 짜인 강남의 고액 학원을 보내며 뒷바라지를 한 애들이었다.
아들의 수상 이후 학교에서 아들의 별명은 송화의 빌게이츠였다. 컴퓨터뿐이 아니다.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도 해외 거주 경력이 있는 친구들을 제치고 형제는 전교 1등과 2등을 차지했다. 시댁 생활비까지 책임지고 있던 터라 늘 지친 내게 두 아들은 희망 그 자체였고 꿈나무였다.
하지만 그렇게 당차고 똘똘하고 배포 큰 녀석이 어느 날부터 옆길로 실실 새기 시작했다. 매스컴에서 떠들던 일진이란 소속에도 몸담고, 술을 마시다 들킨 벌로 노란 옷을 입고 수업 시간에 열흘씩 운동장 청소도 하고, 담배를 피우고, 길바닥에 침을 아무데나 뱉고, 툭하면 싸움질에, 오토바이도 칠팔십 번을 타며 무던히도 내 속을 썩였다.
전교 일 이등을 다투며 상을 휩쓸던 아이들의 모습이 변해 버린 건 순전히 남편과 나의 책임이었다. 과한 건 아니함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도가 지나친 효와 형제애는 가정의 화목마저 깨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으로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다 녀석이 정신을 차린 건 고3 여름쯤. 정확히 표현하면 내가 정신을 차렸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노는 일에 굳어진 습관 탓에 성적은 욕심만큼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못했다. 서울 하류 대학 정도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아들은 분노하며 어느 날 인제의 문안사라는 절로 훌쩍 떠나 버렸다.
캠프잭슨(카투사 훈련소)에서. 왼쪽 푸른 완장 두른 아이가 아들.
그래도 두어 달 뒤 하산한 아들은 합격 자체가 J대 수준 이상이라는 종로학원에 합격했다. 처음 성적은 보나마나 반 석차 60등 언저리이지 않았나싶다. 어떤 친구가종로학원이 미쳤구나! 안 우경이를 받아주니...라며 놀리기도 했다한다. 마음을 잡은 아들의 성적은 첫 달엔 28등, 다음 달엔 18등, 12등 ,9등까지 올랐다. 종로학원은 대략 반 석차 15등까진 서울대에 진학할 수가 있고 10등 정도면 지방 의대 수준은 된다고 본다.
난 한동안 힘든 것도 잊고 회사일과 가정일 그리고 수험생 뒷바라지인 1인 3역을 억척스레 해내었다. 그러나 그 곳에도 복병이 있었으니……수능을 3달 정도 앞둔 시점. 핸드폰 요금이 28만 원쯤 나오고 아들의 눈빛은 초점을 잃고 있었다. 여자 친구를 사귀었는데 삼각관계라나? 어린 녀석이 사랑도 참 요란하게 했다. 이미 물꼬 터진 봇물처럼 망가진 아들의 마음 상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나 역시 안 봐도 뻔한 결과의 예측을 짐작하고도 남기에 반은 미친 여자가 되었다.
삼수를 하겠다기에 단호히 거절하며 말했다네가 달라는 한 번의 기회를 분명히 엄마는 주었고 난 100% 뒷바라지를 했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건 너 자신이니 그리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모든 문제는 현 위치에서 네 스스로 찾아보라며 잘라 말했다.
원하던 학교는 이미 진학할 성적이 안 되던 아들은 이제 학교의 grade(등급)에는 의미를 두지 않겠다며 영국 문화원과 유명 어학원이 가까이 있는 D대학교를 선택했다. 그것도 절에 다녀온 녀석과의 인연이었던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남편. 물려받은 재산은 고사하고 출발부터 빚만 잔뜩 지고 장가 온 제 아빠! 그런 남편의 사정을 아들이 헤아려줄리 있겠는가? 아들은 남편에게 30박 31일의 유럽 배낭 여행비를 당당히 요구했고 수능을 치른 며칠 뒤 유럽으로 긴 여행을 떠나 버렸다.
미군 동료들과 함께( 뒤에 보이는 산이 도봉산임)
유럽 13개국을 돌고 온 아들의 마음은 많은 경험과 고생으로 대범해지고 시야가 넓어진 듯 보였다. 그 해 D대는 개교 100주년이었다. 신입생 모두가 어학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르고 있었고 귀국 후 치른 영어 시험에서 월등한 성적을 받아 5학점을 따고 장학생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문화원과 YBM 어학원 다니기, 일주일에 대여섯 시간씩의 봉사활동(장애아 돌보기등) 평균 4.1학점 이상 맞추기등. 아들은 자신이 꿈꾸는 미국의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필요충족 조건을 맞추며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카투사 지원을 했다면서 만약 행운이 자신에게 돌아오면 졸업 후 미국의 대학원에 진학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탈락될 경우엔 미국 대학에 편입하는 절차를 밟겠으니 그리 알고 있으라고 말했다.
아들이 진학하고 싶어 하는 학교는 현재 자신의 처지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세계 제 1위의 카네기 메론 공과 대학원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의 대학원 몇 곳도 생각하고는 있다. 거기서 공부를 끝낸 뒤 후일 중국을 견제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의 나라가 인도이기에 인도에 진출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송화의 빌게이츠란 명성을 되찾고 싶었던 향수가 가슴 속에 늘 살아 있었나보다.
늦게 정신을 차린 망나니가 마음을 잡아가는 것이 대견하고 예뻐서 나는 부처님 대하듯 정성을 쏟았다. 그러면서 가끔씩D대엔 100년에 한번 씩 전설적인 인물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데... 100회 입학생인 네가 D대의 전설을 한 번 만들어 봐라며 기를 추켜올려 주기도 했다.
오늘 아들은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좋은 행운을 얻었다. 만 명 정도의 지원자 중 약 10:1(합격자 약1000명)의 경쟁률을 뚫고 운 좋게 카투사 합격을 했다. 기뻐하며 아들은 군 복무 기간에 거의 완벽하게 미국인 지식층 수준의 어학 실력을 양성한 후 높은 SAT(미국식 수능)성적을 올린 후 원하는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각오를 펼쳐보였다.
우리 집엔 한 10년 정도 좋은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늘 늦게 마음잡은 아들에게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지름길이 될 수 있는 큰 기쁨이 다가왔고 아들의 기쁨에 내 기쁨도 배가 되었다.
나는 믿는다. 아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어떠한 난관도 해쳐나가며 계획대로 실천 해 나갈 것이라는 걸. 망가진 아이들 앞에서 한 때는 남편과 결혼한 걸 내 인생의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때의 그 생각이 아이들로 인해 180도 바뀔 날이 올 거라는 것도.
남들은 말할 것이다. 이 정도 일로 그리 좋아 하냐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내게 누가 팔불출 엄마라고 놀려도 좋다. 부끄럽지 않다. 팔불출 엄마의 마음 깊은 곳에 이미 아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과 꿈이 있기에……
2006년 12월 12일
첫댓글 이제는 예쁘기만 한 우리 아들입니다. 물론 처음엔 무지 예뻤지요. 그러다 오랜기간 참 밉기도 했지요. 다시 예쁜 아들로 돌아왔지요. 고맙게도 돌아 온 우리 아들을 위해 썼던 글입니다.
언니 정말 마음고생 많이 했네 고놈이 이제라도 정신 차렸어니 다행이다 그래도 든든하겠다 아들내미 둘 씩이나 있잔아 나는 무슨복인지 새끼땜에 속 썩는일은 아직은없어 엄마 아빠가 말 못하니까 지가 다 알아서했어 대학도 지가다 알아서가고 애미 .애비.는 대학시험 보는날 골프장 가서 놀다왔다 ㅎㅎ그래도 시험 척 붙어갖고 .....벌서 4 학년이다 <건축과> 1년더다녀야한다 이과는 5년 이거던 우리 소은이 이쁘지 ?????
내가 오랫동안 힘들었던 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난 정말 죽자사자 치열하게 삶과 맞부딪히며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그런데 어느날 두 아이 모두 너무도 먼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을 알고는 그날 부터 나는 완전히 미쳤었다. 그리고 5년을 심하게 아파가면서 모든 일 뜯어치우고 애들과 나만 생각하며 살았다. 이제 저녀석은 차라리 그것이 전화위복처럼 된듯 잘하고 있단다.
소은이가 참 잘 컸더구나. 한국은 건축과가 4년인데(의대만 6년) 브라질은 건축과도 5년이구나. 소은이가 잘 컨 이유는 넌 모르겠지만 난 안다. 부모는 아무것도 안해 줘도 된다. 그저 풍부한 사랑과 정성만 쏟아주면 아이가 그 사랑과 정성을 피부로 마신단다. 그런 아이는 결코 100% 옆길로 나가지 않는단다. 그건 너희 부부가 화목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건 가난과도 상관 없는 일이란다. 어리석게도 난 어느날 부터 10년 이상을 그 반대로 해왔었었거던. 다 지난 일이다.
언니말이 맞는거같다 언니 나는 다시 태어나도 우리 경호씨 만날꺼다 내가 아무리 지랄해도 다 받아준다 그리고 천성이 착하고 양반이다 언니니가 점 풀이한거 1번 딱이다 너무 신기하더라 언니 형부한테 잘해줘 부부가 제일이다 언니 알았제
ㅎㅎㅎㅎ 잘 해주다가도 수틀리면 아직도 벌준다.
누가 그러더군요 세상일 맘 먹은대로 된다는데 자기 자식은 맘대로 못한다고요 그말이 딱 맞는거 같아요. 그래도 아드님이 심한 홍역후에 자기가 깨우치고 알아서 훌륭하게 성장했으니..그 또한 훌륭한 부모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희옥님! 자식이 잘 되고 못 되는 건 오십 넘어 판단해 보니 그거 모두 부모 탓이에요. 물론 자식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 반성하면서 그것이 제탓이라고 후회도 하겠지만 내가 볼땐 거의 부모탓이 많아요. 우리 아들이 그리 된 것도 우리 부부탓이고(내 글을 자주 접하다 보면 이유를 알게 될거에요)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으니 오히려 전화 위복이에요. 보통애들과는 너무도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해봐서...ㅎㅎㅎㅎ
아들이 없는탓에 자식키우는 어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저로선 감당하기 조차 힘든 경험이었네요~~ 근데 아들들은 그런 경험들도 결코 나쁜것만은 아닌듯하네요~~ 하나뿐인 제동생도 고3때 퇴학처분을 받아 부산고에서 창원고로 전학을 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 지금은 두아들의 아빠로 한가정의 가장으로서 너무 열심히 사는모습이라~~언냐의 아들도 이제 속썩이는 일따윈 다끝냈으리라 생각되네요~~더구나 군대까지 다녀온후면~그동안 고생시킨 엄마뜻 거슬리는 일은 안할것같네요~~~기대해보세요~~~그아들이 속썩인만큼 기쁘게 해드릴테니~~~
본시 속 썪인 녀석이 효자라는 말 있잖아요? 이 아이가 카투사 추첨 되면서 부터 10년 이상 꼬이기만 했던 모든 일들이 정말 신호탄처럼 술술 풀리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됐어요. 미야님의 동생도 자신의 그런 경험 탓에 정말 좋은 가장이 됐을거라 믿어요.
ㅎㅎㅎㅎ 모전자전이군요. 엄마는 어릴적 핵죠에서 완장차고. 아들은 장성하여 국방부에서 완장차고. ㅎㅎ 근데 늠늠한 모습 보기좋습니다. 근데 엄마의 관심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영식군은 큰 인물 될 것입니다. 가~장 큰힘이 엄마의 관심이니까요.
아들 둘 동시에 20일 차이로 군에 보냈는데 군데라는 것 보내보니 좋은 곳이더라구요. 국방부가 여러모로 사람을 뒤바꿔놔요. 여러분! 무조건 군 기피하는 것은 한번 쯤 제고 해보시길.... 어쨌든 군대는 안가는 것보담은 가는게 좋은 것 같아요.
기본이 된 아들 이네요...큰 그릇이 될께예요
고마버요. 울 아들 이뿌게 봐줘서. 이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이런 글도 썼지 안그랬음 나 화병땜시 글 한줄도 못썻을거에여. <자식은 숙제다>라는 내글도 있지만 나 숙제하느라 옴팡지게 힘들었시유.
옛말에도 있잖아요. 속썩인 자식이 나중에 부모한테 효도한다고...앞으로 효도받을일만 남았네요.
아들 두 녀석이 있는데 쟈는 드러내놓고 속 썪였으니 내가 빨리 게획을 세워서 치료를 했고 한 녀석은 티도 안나게 속을 썪여서 뒤늦게 발견했기에 병이 깊어져서 아직도 속 썪고있는 중이다. 나 엄청 효도 받을 일만 남았구낭. ㅎㅎㅎㅎㅎ
선배님!! 송화의 빌게이츠가 될거예요 믿으세요... 그때 저 기억해 주세요 잔치에 초대도 해주시구요~~~ 야무져 보입니다
그려요. 이제는 저녀석 나도 믿어유. 모두 다 궁유 자굴산(?)의 정기를 이어 받아 다 잘될거여유. 풍수학적으로 보면 자굴산의 기를 받은 100명의 유명한 인물이 나온다는데 여지껏 98명이 나오고 아직 두명이 남았다고 그럽디다(돌아가신 엄마 말에 의하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게 뭐냐면 그 정기가 부림으로는 안빠지고 입산으로 빠지기 땜시 쬐꼬만 학교에서 자꾸만 유명한 사람이 나온다 이 말이더라구요. 이건 엄마 말이 아니고 풍수설에 입각해 엄마가 구술했던 내용입니다. ㅎㅎㅎㅎㅎ
울우경이 늠름한 모습보니 맘이 든든한데.......언니 맘 고생한거 알지만 이젠 우경이도 태경이도 잘되어 있으니 걱정 끊으셔요 이젠 언니가 하고 싶은것 다하고 살아도 되잖아.자식은 언제나 부모것이 아니잖아........
남들은 그리 말해도 너는 죽 여지껏 날 봐오고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앗는지 알잖냐. 내 꿈, 내 욕심... 어쩌냐? 이제 막 시작했는데....
언니 대신 작은형부가 잘되어 있잖아.그누구 보다도 아버지의 기대의 대상이였던 울 작은언닌데.......욕심은 이제 좀 버리고 꿈은 피워 가고 있잖아.......언니야~난 언니가 누구 보다도 열심히 살았다는것 다안다.이젠 꿈을 향해 달리세요~~여기서 이런 얘기 하니까 좀 그렇다.ㅋㅋ
니눈엔 너거 형부가 잘된 걸로 보이나? ㅎㅎㅎㅎ 에이그, 쯧쯧..... 꼭 우리 시어머니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우리 아들은 출세해서 ....(생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만하자........집안 얘기들은......ㅎㅎ
그만하면 남편 잘 만났지머 울매나 착한사람인데 못된놈 만나봐라 콱 쥑이지도 못하고 허긴 요즘세상엔 그냥 버리뿌더라 ㅎㅎㅎ
내가 코가 삐뚜러졌냐? 입이 삐뚜러졌냐? 거기다 아이큐 90 이하인 맹순이냐? 아무것도 모르면 뭔 소리를 못하것냐? 그냥 조용히 하자. 야그 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뭐. 죽은 우리 엄마 아부지나 아시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