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 지나고 영화 한편 감상하다가....써본 글입니다^^;
재탕이라 쑥스럽지만 여기는 처음이기에...올려봐요~
저급한 문화만 확산시키는 CJ의 굴업도 망치기.... "좌시하지 않을거라" 외쳐보며...!!
전 돈 많~으면 미스 포터같은 사람이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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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 추석에 극장가의 화려한 새 영화들은 하나도 못보고
그저 뒷북 한번 쳐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예고편을 보고 꼭 보고 싶었던
'미스 포터(Miss Potter)'입니다.
이 영화는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여자가 직업을 갖는 것은 더더군다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되던 19세기 영국에서
한 32살의 노처녀 동화작가(삽화도 담당) 베아트릭스 포터의 세상을 향한 도전과 성공,
그리고 아픔과 극복에 대한 드라마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스터입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 '피터 래빗'의 작가이자 삽화가이기도 하죠.
서점에서 우연히 피터 래빗 100주년 기념 일러스트집(영문판)을 보고 그림만 구경하면서
'정말 멋진 삽화가다...'라고 감탄했던 적이 있었는데...
영화의 전반부는 그녀의 일과 사랑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화책은 성공하고, 그녀의 작품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팬이자 출판업자와 사랑에도 빠지지요.
하지만 잘 나갈 것 같은 인생에도 아픔은 있는 법, 스포일러성이라 여기서 중지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녀는 큰 아픔을 겪고... 그녀의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동화세계도 먹구름이 끼게 됩니다.
하지만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했던 어린시절 무한한 상상력의 고향이자 동물친구들의 고향, 윈더미어 호수로 유명한 레이크 디스트릭(Lake Districk) 지역의 '힐탑'이라는 농장으로 이사합니다.
그녀의 마음의 고향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개발업자들의 진출에 무참히 파헤쳐질 위기에 처해있었고,
지역사회에서도 찬반양론이 분분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을 다음 세대를 위해 보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어린시절 그녀의 동물친구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었던 친구 '힐리스'라는 변호사와 함께
매물로 나온 농장들을 사들이며 '땅을 사서 지키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녀는 자연보호단체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에 그녀 소유의 땅 500만평을 기증함으로써
진정한 보존을 이뤘습니다.
게다가 지금 그녀의 땅을 포함한 윈더미어 근방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보호받고,
관광을 가면 내셔널 트러스트 소속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안내를 해준다고 합니다.
후손을 위한 아름다운 자연과 경관을 물려주고자 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환경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많이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개발업자들에게 '그 땅을 내버려 두세요' 라고 호소하기 보다,
더 높은 가격에 낙찰받은 후 '내 땅에 상관 마세요'라고 말할 줄 아는
똑 부러지는 그녀의 기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렇게 지켜라'라고 확실하게 보여줄 줄 아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후손들도 보고 누렸으면 하는 아름다운 자연이, 부지불식간에 팔려버렸다면?
한겨레 [왜냐면] ‘천연기념물의 보고’ 굴업도, CJ “보호할 동식물 없다”며 통째 사들여 골프장 밀어붙여
굴업도는 한 때 핵폐기장 문제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며 몸살을 앓았던 섬입니다.
인천 바다의 아름다운 섬 중 하나로, 거주민이 몇 가구 남지 않은 작은 섬이지만 지니고 있는 자연환경은
땅의 넓이로만 따질 수 없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희귀 동식물이 보고되었는데요, 아이러니컬하게도 어느새 섬 대부분을 사들인 CJ의 사업계획서에는
희귀동식물이 '없음'으로 표기되었다고 하더군요. (참고 포스트 : 굴업도를 두번 울릴 13년만의 거짓말)
한겨레 골프장 건설 굴업도에 희귀동식물
제가 다녀온 굴업도는 이런 곳이었습니다.
선사시대 굴 매니아, 굴업도 사람들
또 가고 싶고, 다른 이들을 데려가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100년 후에도 200년 후에도
태어날 대한민국의 미래들이 볼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은 곳...
베아트릭스 포터의 마음처럼, 제 마음에도 이 아름다운 섬을 지켜
후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굴업도는 CJ가 주민들도 모르게 사들였고,
앞으로 골프장과 함께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굴업도에 골프장이라면, 제 머릿속에 연상되는 풍경은 싹 갈린 봉우리들 위에 돋아난
녹색의 좀비같은 잔디 뿐입니다.
해변의 굴밭도... 농약에 찌들은 섬의 자연에 질식해 사라져갈 것이고요.
CJ엔터테인먼트와 CGV는 투자, 수입, 배급, 상영까지 가능한 영화관람사업 중에서도 가장 탄탄한 구조를 자랑합니다.
CJ를 통한 영화가 초기 흥행이 되든 안 되든 상영관을 오래 유지하면서
영화관에 '아무영화나'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어쩔 수 없이 '아무영화'로 끌어들이는 일은
CGV에서는 빈번한 일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하지 않은 영화는 큰 상영관에서 장기상영은 더더욱 어렵고
일찍 상영을 끝내는 건 공공연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CGV의 상영구조에 불만을 가진 영화팬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CGV의 횡포)
보고싶은,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위해 상영 연장과 상영관 사수를 위한 청원까지 하는 영화팬들도
여기에 많이 좌절된다고 합니다.
영화 배급사가 영화를 고르는 안목은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돈을 위해서라면 작품성 보다는 흥행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리라 생각됩니다.
미스 포터는 분명 흥행에 박차를 가하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오는 대작 스케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유의 잔잔함과 시대배경을 살린 장면들, 그리고 한 여성의 자아독립에 대한 의미와
소중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고자 하는 정신을 적절히 살려내고 있습니다.
기준이야 어쨌든, CJ엔터테인먼트에서는 '미스 포터'와 같은 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 봅니다.
영화는 그들의 기업정신, 사업방식과는 전혀 동떨어진 다른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대기업이 동화작가 한사람 보다 못하다니..증말 챙피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