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탁을 유심히 살펴보면 콩으로 만든 음식이 매번 빠지지 않고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수한 된장찌개, 두부조림, 콩나물무침 등 듣기만 해도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들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유통되는 콩 식품의 82%가 유전자가 변형된 콩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여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애틀에서 열리고 있는 뉴라운드(NR) 협상에서 유혈사태까지 초래하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환경론자들의 주된 이슈는 유전자변형식품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의 농산물 수입에 큰 타격을 입고 있어 반발이 그 어느 나라 보다 거세다. 이에 따라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강력한 건강 유해물 또는 생태학적 시한폭탄으로 간주해 '프랑켄슈타인 식품' 또는 '팜아마게돈 (farmamageddon)'으로까지 혹평하는 헤드라인을 언론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변형식품이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면역체계를 손상시킨다는 보고와 함께 도입된 새 유전형질이 재래종으로 옮겨가거나 잡초로 옮겨가 새로운 형질의 생물이 탄생하는 등 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된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유전자변형식품이 무엇이고 어떤 유익이 있고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유전자변형식품(GMO)이란
유전자변형농산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은 흔히 유전자재조합 또는 유전자조작식품(Genetically Engineered, G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식물이나 미생물, 동물로부터 필요한 유전자를 얻어 다른 동식물에 주입시킴으로써 유전적으로 변형된 새로운 동식물을 말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보건복지부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에는 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한 정의를 신설, '어떤 생물의 유전자중 유용한 유전자만을 채취해 다른 생물체에 삽입,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재배, 육성된 농, 수, 축산물을 이용해 제조, 가공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이라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이런 GMO를 만드는 기술은 종래의 교잡종에 의한 방법-예를들면, 통일벼를 만든 방법과 같이 우수한 형질을 갖는 품종간 교배-의 연장으로 보면서 크기나 성분, 함량 또는 질병에 대한 내성 등의 성질을 갖는 특정 유전자를 도입한 신기술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GMO는 재래적 교잡 방법에 의해 생산된 작물과 다를바 없고, FDA는 생산기술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제품을 문제 삼는다는 기준으로 94년 옥수수를 시작으로 98년까지 39개 품목을 이미 안전한 식품으로 승인한 상태다. 다시 말하면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FDA의 입장은 식품으로서 안전하다는 것이다.
GMO의 현황
GMO는 80년대부터 연구가 본격화 돼 86년부터 96년까지 45개국에서 60개 작물, 약 2만 5천 건의 개발시험이 이루어졌다. 그중 FDA의 검증이 완료돼 시판되고 있는 39개 품목은 옥수수가 11건, 토마토 6건, 면화 5건, 감자 4건, 콩 3건 등이다. 상품화를 위한 노지재배 단계에 있거나 시판을 위한 등록단계에 있는 농산물도 30여종 된다. 세계적으로 현재 재배되고 있는 면적은 99년 대두가 21.6 백만 ha로 가장 넓고, 옥수수 11.1 백만 ha, 면화 3.7 백만 ha 등이며, 그 재배면적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미국의 경우 GMO 작물의 재배면적은 콩 30%, 옥수수 25%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5 내지 10년 사이에 미국의 식품 및 면화는 100% GMO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되어 FDA의 승인을 받은 GMO로는 나비의 유충을 죽이는 미생물 독소인 Bt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옥수수에 삽입한 내충성 Bt 옥수수, 몬산토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제초제 내성 대두, 바이러스에 강한 내성을 갖는 파파야, 미국 칼진사에 의해 유통기간중 물러지는 성질을 개선한 토마토와 딸기 등이 있다. 상품화는 안되었지만 개발에 성공한 작물로는 비타민과 철분이 강화된 쌀, 필수 아미노산이 듬뿍 담긴 고구마 등 수 십 종에 달한다.
GMO를 식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회사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네슬레, 다농 등 9개 회사로 다국적 식품회사를 중심으로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수요는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며, 2010년에는 그 시장규모가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긍정적인 면-녹색혁명의 꿈
이처럼 GMO의 개발과 더불어 재배면적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이유는 대량생산을 통한 식량문제의 해결이라는 목표 때문이다. 초다수성, 내병성, 내충성, 유해환경 내성 등의 형질을 도입하면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정된 토지에서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화학합성으로 만들어진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 등의 농약 사용을 억제해 오히려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 또한 극한 환경(사막, 가뭄지역, 고염, 고산성 지역 등)에서 자랄 수 있는 작물의 개발도 유전자의 변형으로 가능하다.
많은 양의 식량은 수송 및 저장중에 분해되거나 손상을 입게되어 버리게 된다. 제네카사의 감자는 이런 성질을 막을 수 있는 제품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칼진사는 토마토의 과육을 단단하게 유지해 주는 펙틴이란 성분 분해에 관련된 효소인 폴리갈락트로나제라는 효소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수송 및 보관중 물러지는 성질을 개선하였다. 또한 특정 향기, 원하는 모양, 좋은 질감을 갖는 식품의 개발로 고부가가치의 식품을 만들 수도 있다. 고온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고 몸에 좋은 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된 콩기름을 생산하고, 원하는 성분이 다량 함유된 우유를 만들 수 있다. 비단 식품 뿐 만 아니라 유전자의 변형은 백신이나 다른 약용성분을 함유한 식물을 만들 수 있고, 플라스틱 재료, 양질의 면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제2의 녹색혁명'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면-GMO 과연 안전한가?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GMO는 많은 위험성을 갖고 있다. GMO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물질을 생산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로 1989년 유전자변형으로 생산된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섭취한 사람 중 37명은 사망하고 5,000명 이상이 불구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원인은 DNA의 재조합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유전자가 일부 삽입돼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1999년에는 영국에서 GM 감자를 쥐에 먹인 결과 면역체계에 이상이 일어났고, 위장장애, 바이러스 감염 등의 심각한 이상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1994년 FDA는 많은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몬산토사가 제출한 성장호르몬(rBGH)을 주입한 소로부터의 우유생산을 승인했다. 과학자들은 이 소의 우유는 사람에 대해 유방암, 전립선암 및 직장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었다.
대두에 브라질 땅콩의 유전자를 도입한 경우 콩을 먹은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가 발생했다. 불행히도 FDA나 다른 식품검역 관청들은 GMO에 새로운 알레르기원이 있는지에 관한 인체나 동물실험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형된 식물의 경우 종래의 작물이 갖는 질병 예방효과를 오히려 감소시킨 다는 보고도 나왔으며, 영양학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인간이 섭취하지 못했던 성분이 도입돼 음식물의 기본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검사를 거쳐야 안정성 여부를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충제나 제초제에 내성을 갖는 작물은 이들 농약에 대한 약해는 없지만 한편으로 농작물이 잡초나 병충에 강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죽이기 위하여 농부들은 더 많은 농약을 뿌려대어, 결국 토양오염 및 식품에 잔류농약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또, GMO의 꽃가루가 재래종으로 날아가 재래종과 수정되면, 본래의 유전형질은 사라지고 변형된 유전자만 남게되는 일종의 유전적 공해물질(genetic pollution)로 작용할 수도 있어 GMO를 '유전자 터미네이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 옥수수재배업자협회(ACGA) 보고에 의하면, 20종의 재래종 옥수수 종자를 검사한 결과,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의 꽃가루가 재래종 옥수수에 옮겨가 이중 45%의 유전자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유전자 변형 물고기 한 마리가 자연상태의 물고기 전체를 소멸시킨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인디애나주 퍼듀 대학의 윌리엄 뮈러와 리처드 하워드 연구팀이 '뉴 사이언티스트'라는 잡지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관상어는 성장속도와 생식시기가 훨씬 빠르지만, 암컷물고기가 통상 큰 물고기와 교미하려는 경향 때문에 작은 자연상태의 물고기는 생식단계에서 도태된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유용 곤충과 토양 미생물을 죽이게 되어 생태계의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제초제 내성 작물로부터 잡초로 유전자가 옮겨가면 슈퍼잡초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 새로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양상 할 수 있다는 점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회 윤리적, 종교적 논쟁
유전자변형농산물은 기존의 농업 종사자의 삶의 터전을 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농산물들은 대개 특허화 되어 있어 종자를 구입하는데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파종 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적기 때문에 많은 일손이 남게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선진국들은 이를 통해 개도국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 또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라는 비난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독점하듯 종자나 의약품업계의 독점 기업이 나타나, 이런 현상은 생명체에 대한 지적재산권제도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합의 될 경우 더욱 현실화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종교적으로 유전자 조작기술은 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으로 간주해 기독교를 포함한 여러 종교단체들은 근본적으로 GMO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기독교의 경우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인 입장이 있다. 긍정적인 입장은 피조물은 모두 흙으로부터 나왔으며, 인간의 경우는 다른 피조물과 달리 흙에서 나왔으되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아 땅을 정복하고 다른 생명체들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셨다. 정복하고 다스림에 있어서 인간의 기술적 정열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마치 인간의 생명이 위협을 받을 때 흙으로부터 철, 동, 알루미늄 등을 채취해 이용하였던 것처럼 식량난의 해결을 위해 유전자 변형을 통한 방법은 잡초나 병충해를 죽이기 위해 화학농약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연상태의 유전자를 사용하므로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정적인 입장은 "곡식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지니라"(신 25:4)는 말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동·식물을 이용할지라도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필요성과 본래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은 이런 관계 즉, 다른 피조물과 동반자 관계를 파기하는 행위인 것이다. 또한 유전자의 혼합을 통한 다른 종의 생산은 하나님의 지혜로 창조된 다양한 종들의 순수성을 보전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네 포도원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라"(신 22:9)라는 말씀은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된다. 더욱이 하나님으로부터 피조물을 정복하고 다스리도록 위임받은 인간이 창조의 섭리에 따른 유전자의 구조에 나타난 하나님의 지혜만큼 기술, 통찰력, 예견 능력 등을 소유하지 못했다. 만약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 유전자를 작물에 넣었지만 이것이 잡초에 옮겨가게 되면 하나님께서 정하신 자연계의 질서인 먹이사슬, 국부적 생태계, 심지어 식품의 안전성 등의 파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를 섞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닐 수 있지만 매우 복잡한 농작물의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은 인간의 능력과 책임에 대한 오용이 된다는 주장이다.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전자변형식품은 21세기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동시에, 인체에 유해한 악마의 씨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변형식품은 이미 상품화되어 우리의 식탁을 오르내리고 있고, 더욱이 그것이 유전자변형식품이라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먹고 있다. GMO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유전자가 변형된 것과 재래종을 섞어 팔기 때문에 구별은 더욱 어렵다. 사실, 인체 유해성 여부는 장기간의 철저한 검증과 실험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재상태에서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때이른 공론일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섭취하는 식품의 출처를 알고 선택할 권리는 가져야 한다고 본다. 각국이 수입되는 농산물의 유전자변형 여부를 표시토록 하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영국은 1999년 9월부터 접객업소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을 표시없이 팔면 최고 5천파운드의 벌금을, 프랑스,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국가도 대형수퍼에서 유전자변형식품을 팔지 않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 역시 2001년부터는 유전자식품 표시제를 본격 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먹거리에 있어서 소비자 스스로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 생각된다. 더 나아가 안정성이 입증될 때까지 유전자변형식품의 상품화에 있어서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만약 유전자 변형식품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인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큰 죄악이 될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유한한 인간의 과학에 대한 오만이 하나님의 영역인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까지 넘보려고 한다면 하나님의 특별 심판이 있음을 인식하고 겸손한 자세로 과학에 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