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염 제조 과정/대나무통에 서해안 천일염을 넣고 황토로 봉한 후 고온에서 아홉 번 구우면 소금이 녹아 용암처럼 흘러내린다./부안군 상서면 소재 개암죽염에서ⓒ부안21신비의 대나무 소금 ‘죽염’한국산 천일염이 아무리 품질이 우수하다해도 원염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금 속에는 불용성분, 즉 불순물이랄지 유해성분이 섞여 있다.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천일염에는 미량의 비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그대로 먹으면 인체에 해롭다.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질이 있어 두부 만들 때 사용하는 간수는 염화마그네슘이 주성분인데 독이 있어 먹으면 위장을 해롭게 하고, 다량 섭취할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이렇듯 유독한 마그네슘도 열을 가하면 염소는 증발하여 무독하게 되고, 마그네슘은 산화마그네슘이 된다. 그러므로 천일염은 굽거나 끓여 사용해야 좋다.
천일염을 1시간 정도 구우면 소금 알이 굵어지면서 소금 속의 독이 우러나와 색깔이 시커멓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지독한 가스가 나오는데 이 가스를 화초가 맡으면 시들어 버리고 심하면 사람의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고 한다. 계속 1시간 정도 더 구우면 시커먼 소금의 독이 다 날아가면서 소금이 밑에서부터 하얗게 변하고, 독이 터지느라고 소금이 탁탁 튄다.
소금이 모두 하얗게 되고, 유독가스가 없어지고, 탁탁 튀는 현상이 없어지면 다 구워진 소금이다. 이렇게 굽거나 볶은 소금은 불용성분은 다 타 없어지고, 각종 미네랄은 그대로 남은 양질의 소금으로 식탁용, 김장용, 조리용으로 사용하면 좋다.
또한, 천일염을 물에 녹여서 불순물을 가라앉힌 다음 윗부분의 걸러진 물을 다른 그릇에 부어서 끓이면 지독한 악취와 함께 소금의 결정체가 생긴다. 이 소금을 다시 1000도 정도의 고열에 넣어서 녹인 다음 걸러서 다시 끊인 소금이 ‘용염’이다. 끓인 소금 역시 불용성분은 제거 되고, 각종 미네랄은 그대로 남은 양질의 소금이다. 건강식용, 피부마시지용, 양치질용으로 사용하면 좋다.
죽염 제조 과정과 죽염 제품들/부안군 상서면 소재 개암죽염에서ⓒ부안21그렇다면 대나무통에 소금을 넣어 황토로 봉한 후 고열에 여러 번 구워내는 죽염은 더할 나위 없는 양질의 소금이라 하겠다. 먼저 죽염 제조과정을 살펴보면...
대나무를 한쪽은 뚫리고 한쪽은 막히도록 대나무의 마디 사이를 자른 다음 그 대나무통에 천일염을 밀어 넣어 단단히 다진다. 이때 대나무는 서해안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왕대나무가 좋고, 천일염도 서해안 천일염이 좋다고 한다. 서해안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이 특히 더 높고, 인체에 유익한 핵비소를 가장 많이 함유한 소금이라고 한다.
다음은 황토를 햇볕에 잘 말려 가는 채로 거른 뒤 걸쭉하게 반죽하여 소금 넣은 대통 입구를 봉한다. 특수 고안된 로(爐)에 대나무통을 황토로 봉한 부분이 위로 가게 하여 2~3층으로 세워 놓고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면 대나무 진이 소금에 녹아들면서 타 없어지고 소금덩어리만 남는다. 소금덩어리를 빻아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대나무통에 넣어 굽기를 여덟 번 반복한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소나무 장작을 지필 때 송진가루를 뿌려 주어 고열을 가하면 소금이 녹아 마치 용암처럼 흘러내린다. 흘러내린 액체는 열이 식으면서 돌덩이처럼 굳는데 이것을 곱게 빻는다. 이 과정에서 천일염 속의 불용성분은 타 없어지고, 각종 유독성 광물의 성분은 인체에 유익한 물질로 변화되어 여러 신비한 효능을 갖는 것이다.
문자그대 竹과 鹽이 만나 죽염으로 탄생했다. 그렇다면 대나무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 것일까. 대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잎까지 약용되는데 ‘신농본초경’에는 댓잎은 맛이 쓰고 성질이 차 해소, 종양, 해열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뿌리는 기운을 돋우고 갈증을 해소하여 허약함을 다스린다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대나무를 활용한 처방은 34종류가 되는데 산후열, 생리불순 등 부인과 질환과, 소아발열, 파상풍, 음주두통, 잇몸출혈 등 다양하다. 또한 예부터 대나무가 간접적인 열을 받아서 약성분이 진의 형태로 흘러내린 액체를 ‘죽력竹瀝’이라고 하는데 중풍, 반신불수에 긴요하게 쓰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담을 멎게 하고 뇌졸증으로 인한 언어 장애와 팔다리가 아픈 것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하고 인체의 모든 감각기관과 배설기능을 원활히 한다고 한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우리나라 서해안 천일염과 대나무의 뜨거운 불 속에서의 만남은 단순히 식품차원을 넘어 약품으로 변신되는 것이다.
/허철희/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