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보 시론 (1999. 6. 26)
신학대학원의 과제
본 교단의 신학대학원은 이제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여러 모로 수고하시던 허순길 박사님께서 정년 은퇴하심으로 고려신학대학원은 이제 제3 세대가 이어받게 되었다. 소위 3 박사와 허 박사로 대표되는 제2 세대는 고려신학교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였으며, 오늘날 우리 교단 교역자의 대부분을 길러 낸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이 분들의 역할과 공로에 대해서는 앞으로 역사적으로 평가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 교단의 지도자들이 이러한 역사의 기로에서 미래를 향해 진취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우리 모두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문제는 새로 취임한 원장을 중심으로 본 신학대학원과 온 교단이 힘을 합쳐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신학대학원이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여 감당해야 할 주요 과제는 무엇일까? 이것은 단지 신학대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단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힘써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당면한 주요 과제 몇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로 풀어야 할 긴급한 과제는 ‘목회자 연장교육과정 개설’이다. 목회자들을 위한 연장교육의 일환으로 목회학박사과정 개설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당면 과제이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는데 오래 전에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들은 목회 현장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각종 세미나와 모임에 쫓아다니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너무나 분명하다. 따라서 목회자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기회의 제공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이 과정을 속히 개설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 신학교와의 협력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우선 학위와 관계없는 연장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필요한 줄로 생각된다.
둘째로 ‘고급신학교육과정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여기서 고급신학교육과정이란 신학대학원 3년을 졸업한 사람들이 입학하는 신학석・박사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은 지금 부산 영도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천안의 신학대학원 교수들이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원자 수가 미미하고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든 이 과정을 활성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활성화함으로써 수준 높은 교역자들을 배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좋은 개혁주의 신학을 수도권과 중부권의 타교단에까지 널리 보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도의 신학석・박사과정을 천안으로 완전히 이전하든가, 아니면 부산과 천안 두 곳에서 동시 개설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본 교단과 한국 교회의 발전을 위한 진지하고도 구체적인 발걸음이 될 줄로 생각한다.
셋째로 우리 교단의 장래를 위해 ‘우수한 신입생 유치’가 시급하다. 본 신학대학원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준은 해마다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우리 교단의 장래가 염려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 동안 신학대학원이 중부권으로 옮기면 이 문제가 자연히 개선될 줄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작년의 신입생 지원 상황을 자세히 분석해 볼 때 그렇지 않음이 드러났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여 자조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신입생 모집 정원을 조금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작년 총회 때 충분한 토의도 없이 통과된 신학대학원 분담금 자율화 조치가 다시금 의무화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범교단적인 장학기금 모금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수한 학생들에겐 3년 동안 등록금 전액과 생활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파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뜻있는 분들이 앞장서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려신학대학원은 작년에 역사적인 천안 이전을 단행하였다. 우리 신학대학원은 학생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관과 초대형 규모의 도서관을 비롯한 대규모의 최신식 시설을 갖추었으며, 또한 13명의 전임교수와 한 명의 겸임교수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시설과 인력을 가지고서 그저 부산에서 하던 대로만 하고 있다면 무엇 때문에 신학대학원을 천안으로 이전하였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건물만 크게 짓는다고 신학교육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이다.
이제 우리 신학대학원은 이러한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것은 신학대학원만의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니며 온 교단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교단의 장래는 지금 우리가 미래를 위해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1999년 6월 26일자 기독교보 시론. 변종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