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에서 내려와 순천으로 가는 길이 밀린다. 비가 내린다. 동주가 사는 아파트에 가서 동주를 싣고 나온다. 딱히 갈 데도 없다.
식당에 들러 소내장탕과 밥 한 공기와 소주를 한 병 시킨다.(그러고 보니 점심을 안 먹었다) 동주는 두 잔 마시고 나는 네 잔 마신다. 찜질방을 찾다 병화가 일하는 닻우화원 앞에서 전화 하고(병화는 녹동에 있다. 그의 친구 안관옥과도 통화한다) 그리고 로얄 사우나에 간다.
거기서 잠자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머리가 하얀 장돌뱅이? 떠돌이 장수 무엇을 팔러 다닐까? 속옷을 옷을 입은 채 탕에 와서 벗고 빨래를 하는 노동자, 술꾼, 어쩌다 아이들도 있기는 하다.
그리고 나는?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 놓고 자는데 일어나 보니 병화한테서 전화가 여러 번 왔다.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불은 단순히 추위를 막아주는 것만이 아니라 적당한 무게로 안정감을 주는 물건이라는 것을 느낀다. 가정인가. 아마 ‘규칙적’으로 이쪽 저쪽으로 뒤척였을 것이다.
남해 일출
수면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네시 반 정도다. 그냥 일어나기로 한다.
비는 그쳤을까? 카운터에 앉아있는 젊은이는 잠이 가득하다. 온통 잿빛으로 어둡지만 빗방울은 보이지 않는다. 샤워를 하고 소금으로 이를 닦는 것처럼 하고 나온다.
남해 금산 미조에 가서 아침 해를 보기로 하고 운전한다. 고속도로는 조용하다. 하동 남해로 나와 남해군으로 들어서는데 연료 경보가 온다. 상주나 금산, 미조는 포기하고 동쪽 해안을 가기로 한다. 남해 대교 아래로 내려가 좁은 길을 간다. 조금 밝아지기 시작한다. 잠이 온다. 신문의 해돋이가 07:15쯤이라고 기억한다. 차를 세우고 잠을 잔다. 눈을 뜨니 밝아졌고 일곱시다. 횟집이 있는 동네 끝까지 가서 차를 멈추고 방파제에 가본다. 방파제를 돌아 바위를 걷는다. 해가 보이려 하는데 구름이 방해한다. 하늘에 새 무리가 줄지어 날아간다.
하늘은 해를 보여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해가 있음을 안다. 보든 안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나에게 말한다. 해의 밝음으로 혼자 나를 찍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