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아재
옥양목 주우 허리츰 늦으막이 추스리시고
그 시절엔 드물던 아랫배 쑤욱 내밀고
걸으시던 모습 눈에 선히 떠오르며
이발소 안이 떠오른다
나는 소위 가리야게라는 머리 모양이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뒷머리를 일자로 자르는 한밤 이발소
단발이었고 우리반엔 계영이만 긴머리를 했다
그 시절 어느 엄마가 아이들 갈래머리 따아 줄
여가가 있었을까
각설하고 나는 가리야게를 하자면 이발소엘 가야했다
때가 묻어 빨간색이 거의 자주색으로 변한의자위에
빨레판 같은 판자를 얻고 그위에 날 앉힌이는 봉화 할배가 아니고
얼굴이 하얗고 눈이 쪼맨하던 이발사 아저씨
그때 내 눈에 아저씨지 결혼도 안한 총각이었으리라
이름이 입에 뱅뱅 도는데 딱 짚어 지질 않는다
나는 아직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일이
성에 차질 않는다
그시절 그 얼굴 하얀 그이는
판자위에 앉은 내목에 얇은 외올베 수건을
물 샐틈도 없이 둘러 두고
그위에 요철이 있는 수건을 또 두르고
다시 달타냥 망토같은 흰 게이프를 둘러서
머리를 자르기 시작하신다
그러니 머리카락 한 조각도 옷에 묻질 않는다
그런데 머리 한번 자르는 값이 액면으로 치자면
그 시절 같으면 논값이나 되는 돈을 받는 요즘 한다하는
미용실에도 그렇게 용의주도한 배려를 본 일 없다
여자애가 머리를 자르러 이발소를 가는 일은
드문 일이었기에
아부지가 가실 때만 따라 간 게 아니었나 싶다
수염이 유난하시던 우라부지
봉화아재
가죽즐을 앞쪽으로 당기며 벼른 면도칼을 새끼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무성한 수염을 밀어내면
푸른 색을 띠며 살아는나던 아버지의 턱선
그땐 아직 못 보았던 아랑드롱의 그것에 질바없던
한인물 하셨던 우라부지
닳아 거의 몽당이 된 세이빙 솔은 추울 땐
연통에다 부벼 온기를 더하던 기억
외양은 코티분통이지만
알 수없는 향의 흰분가루,
함석으로 만들어진 물조루라고 불리던
샤워꼭지?
빨간색 이쁜이표 세수비누
비누곽에다 대고 거품을 일으키던 잽싼 아재의 손목 스냅
특유의 이발소 냄세까지 기억에 소환된다
뒷머리를 밀어 올려야하는 가리야게를 하자면
바리깡으로 해야하는데 바짝 깍는게 아니어서
녹슨 기계에 머리카락이 잘리지 않고 끼이면
비명이 저절로 뒤어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학생이 되도록 나는
이발소를 드나들었다
미옹실가서 받는 그 머리카락 대접이 싫어서
이발소 를 늘 고수했는데
아마 중학교 이학년 쯤에
이놈아 이제 이발소는 그만 오너라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한밤 이발소와 인연은 끝났다
이후로도 하교하는 내동생 상헌이를 잡고
일쑤 장기판을 벌이시던 아재와 인사는
하고 지냈지만
첫댓글 원식이가 퇴직해
한밤에 상주하먼서 한밤 마을이야기들을
끄집어 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