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소리
“성부와 성령과 함께 세세에 영원히 살아 계시고 다스리시는 천주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이것은 미사 중에 공식기도문을 끝낼 때 하는 기도 종결문입니다. 이 기도문처럼 우리 그리스챤들은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세 영원히 살아 계시고 다스리는 임금님이심을 믿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분이 엄위하신 왕으로 세상 마지막 날에 ‘하늘의 구름을 타고’(마르14,62) ‘영광을 떨치며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고 와서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아’(마태25,31) 당신의 왕국을 완성하시고 다스리실 것을 믿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온 천하의 왕이십니다. 또한 우리의 왕이십니다. 예수께서는 눈이 먼 소경 둘이 보게 해 달라고 청하자 ”내가 너희의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다고 믿느냐?”하고 묻습니다. “예,믿습니다.주님.”하고 대답했던 소경들처럼 예수님은 우리 모두의 소원을 들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다른 세상의 왕과는 전혀 다른 왕이십니다. 그 분이 가지신 왕권은 결코 부귀와 영화, 권세가 아닙니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과 그 분의 왕권은 어떤 나라이며 어떤 것입니까?
예수님은 현세적인 야심을 가지고 있는 제자들에게 또 당신을 십자가형에 처한 빌라도 앞에서 당신의 나라는 세상의 것이 아니며 세상의 것과 다르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의 권세가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 신자들 중에도 하느님의 나라를 이 세상의 것인양 잘못 생각하고 현실적인 부귀와 영광, 승리만을 추구하여 십자가를 외면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지상에서의 모든 사명을 완수하시고 죽으시고 묻히시어 부활 승천에 앞서서 비천한 탄생과 온전한 봉사의 생애, 그리고 결정적으로 십자가에서 수난과 죽음을 거치셨습니다.
그 분의 왕도는 첫째도 십자가, 둘째도 십자가입니다.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그 십자가의 길을 따라 당신을 따르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을 버리고 매일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16,24)”는 말씀을 우리 그리스챤들은 어느 누구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마태오복음 25장의 최후의 심판기준은 다름아닌 이웃사랑입니다. 바로 이웃사랑이 또한 하느님사랑의 길입니다. 그러나 최후의 심판기준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노력과 수고를 해야 합니다.그 지름길은 다름 아닌 십자가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희생하고 주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바로 하느님나라의 입국자격을 얻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명색이 신자라고 하며 집안에, 차에, 몸에 많은 십자가를 걸어 놓고 몸에 지니고 있으면서 십자가의 의미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패배가 아닙니다. 십자가는 장식물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수치가 아닙니다. 십자가는 승리입니다. 십자가는 영광입니다. 십자가는 기쁨입니다. 십자가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자신감과 긍지에 차서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만이 진정한 의미의 하느님나라의 백성으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습니다.그러한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서야 우리는 구름을 타고 영광스럽게 오시어 우리의 모든 소망과 염원을 이루어 주실 영광의 왕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왕, 세상 온 천상 천하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리 높여 찬양하며 그 분의 뒤를 따르는 우리 신자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갑시다. 아멘. 연중34주일그리스도왕대축일에 나 춘성(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