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해보이는 외모의 정수민은 단단한 각오로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2년째인 올해는 중간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민기자닷컴 |
첫 인상은 선하고 부드럽습니다. 사투리가 심하지 않는 말투 역시 순둥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일면 유해보이는 외모 뒤에는 단단한 도전 의식이 숨어있습니다.
지난 1일 만 스물이 된 이 청년은 시카고 커브스 산하에서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생일이 지나고 며칠 후 작년보다 한 단계 올라선 중간 싱글A인 미드웨스티리그 피오리아 치프스로 배속됐습니다. 일리노이 주 피오리아에 있는 팀입니다.
하이 싱글A까지 올라가고 싶은 것이 올해 욕심이지만 그보다는 현재 있는 팀에서 최고의 투수가 되는 것, 그리고 아프지 않고 풀 시즌을 다 소화해내는 것이 진짜 목표입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힘들게 일하면서 뒷바라지를 해온 어머니(장서희ㆍ44)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정수민은 아메리칸 드림을 향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의 꿈 안에는 어머니와 동생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이오와 주 시더래피즈의 원정지 모텔에 이학주와 함께 묵고 있는 그와 긴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미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막 시작한 정수민의 이야기입니다.
-건강히 잘 지내는지. 현재 어디인가.
▶아주 잘 지냅니다. 현재 아이오와에 와 있습니다. 캠프 끝나고 지난 7일에 피오리아의 싱글A로 왔고 첫 원정입니다.
-홈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인가. 어떻게 이동을 했는지.
▶어딘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이오와라고 합니다. 세 번째 원정지인데 버스를 타고 매번 서너 시간씩 이동을 했으니까 꽤 멀리 온 것 같아요.(웃음)
-첫 등판을 했다는데.
▶4일전에 미네소타 마이너 팀과 경기에 나갔습니다. 그날은 두 번째 투수로 나가 4이닝 동안 안타 하나 맞고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정수민의 미국 진출 첫 승리입니다. 작년에는 루키와 로우싱글A에서 10경기(9선발)에 나섰지만 승패는 없었습니다.) 내일 두 번째로 이번에는 선발로 나섭니다.
-미국 생활이 2년째인데 작년과는 변화가 있을텐데. 첫 해에 배운 것은 무엇인지.
▶마운드에서 더욱 공격적이어야 하고 경기도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작년에 볼넷이 많지는 않았지만 코너웍 위주로 던지고 하니까 코치님이 싫어하더라고요. 일단 스트라이크를 잡는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던집니다. 그리고 시즌이 길어지니까 몸 관리를 더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경기도 많고 하니 신경도 많이 써야하고 작년보다 시간이 빨리 갑니다. 140게임쯤 하는데 5일마다 계속 등판할겁니다.
-구질도 더 개발했다고 들었다.
▶처음 왔을 때는 포심 패스트볼과 파워 커브를 던졌습니다. 그런데 와서 체인지업과 투심성 싱커를 배웠습니다. 서클 체인지업도 많이 연습해 왼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잘 떨어집니다. 슬라이더도 좀 던져보는데 그렇게 권하지는 않더라고요.
올해 156Km를 찍고 싶다는 정수민은 부단한 노력으로 빠르게 성장, 커브스 수뇌부의 눈길을 받고 있습니다. ⓒ민기자닷컴
-구속은 어떤가. 작년에 95마일(153Km)까지 나왔고 올해 97마일(156Km)가 목표라고 했었는데.
▶아직 추워서인지 91마일(147Km)정도 나옵니다. 97마일을 찍을 자신 있습니다. 근력을 계속 키우고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밸런스도 안 무너지게 잘 맞추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피드가 다는 아니지만 95마일 이상을 던지면 일단 A+ 유망주로 이름을 올립니다.)
-미국 야구는 어떤가, 미국행을 후회한 적은 없는지.
▶공도 잘 던져지고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후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미국까지 왔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야죠. 훈련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몸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현재 188Cm에 92Kg입니다.) 몸무게는 2Kg 정도 늘었는데 근육이 많이 생기고 필요없는 살은 빠진 것 같아요.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공 던진 다음날에는 20분 정도 롱 러닝을 반복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합니다. 그 다음 날은 중장거리 러닝을 하고 복근 운동을 많이 합니다. 다음날은 단거리 빠르게 뛰는 것을 반복하고요. 던지는 날만 컨디션 조절하느라 다른 운동은 안합니다.
-올해는 어떤 목표인가.
▶욕심은 하이 싱글A까지 올라가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우선 여기서 최고의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승수보다는 평균자책점이 낮은 시즌이 목표입니다. 다치지 말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고요.
-야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초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였습니다. 김해의 한림초등학교에 다녔었는데 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었어요. 그런데 야구하는 동네 형 아버지가 권하셔서 김해 에인절스라는 리틀 야구팀에 들어갔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아버지는 택시 기사를 하셨고, 어머니는 공사장에 식사를 대는 식당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 이혼을 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저희 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정말 고생 많이 하시면서도 저에 대해서는 모든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동생은 고1인데 운동은 안 하고 공부를 합니다. 요즘도 자주 어머니와 통화하는데 늘 걱정이시죠.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셔서 얼마 전에 수술도 하시고 몸이 안 좋으셔서 지금은 쉬시는데 몸 나으시면 또 식당을 하신다고 합니다.
-어머니도 생활이 쉽지 않으시겠다.
▶커브스와 계약하고 부산으로 옮기셨어요. 계약금이 51만 달러였는데 이것저것 빼고 30만 달러쯤 남았습니다. 지금은 그것으로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더 빨리 자리 잡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요.
-그 어려운 가운데도 야구를 잘 했나보다.
▶김해 에인절스는 당시 최강이었어요. 6학년 때 전국 대회에 두 번 나가 다 우승했습니다. 저는 3루수, 투수, 5번 타자를 했고, 삼성에 간 박민규가 중견수, 투수, 3번 타자를 치면서 제일 잘 했습니다. LG에 간 이성진도 있었고, 신고 선수로 프로에 간 선배도 몇 명 있었습니다. 김해 내동 중학교에 다니다가 3학년 때 부산중학교로 전학 갔고, 부산고에서 계속 야구를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봉급으로 어머니를 도와드릴 수준은 안될텐데.
▶2주급인데 500달러쯤 됩니다. 미국 친구 3명과 한 아파트에 사는데 아파트비 내고 밥 사먹고 그러면 빠듯하지요. 절약해서 저축하고 싶지만 거의 불가능해요. 힘들고 고생되지만 제가 좋아서 왔으니까 꼭 성공해야죠, 미국까지 왔는데. 어머니도 빨리 도와드리고 싶고요. 맨날 걱정밖에 안 하시거든요. 전화 통화할 때만이라도 안심시켜 드리려고 하는데 항상 걱정이세요.
-아파트는 투 베드룸인가.
▶그렇죠. 4명이 사니까 방 하나에 두 명씩 써요. 미국 애들이랑 친하게 잘 지내요. 얘기도 많이 하고 좋아해 줘요. (이)학주도 미국 애들이랑 함께 살아요. 팀에 남미 애들도 많고 다 친하게 지내지만 걔들은 너무 시끄러워서 룸메이트 하기는 힘들어요. (웃음)
-여가에는 어떻게 지내나.
▶별로 시간도 없지만 인터넷으로 한국 코미디 프로나 지난 영화, 드라마 같은 것 다운해서 보기도 해요. 그런데 매일 경기에, 원정에 별로 시간은 없습니다.
-올 시즌도 건강히 지내고 열심히 해서 계속 발전하기 바란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빨리 빨리 올라가고 싶지만 일단 있는 팀에서 최고가 되겠습니다. 꼭 좋은 투수가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