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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7 회차 댓재 - 피재( 삼수령) (11구간)
산행일시: 2005년 9월 11일 날씨:맑음
산행구간 : 댓재-황장산-잡목지대-큰재-자암재-덕항산-구부시령-1,161.6봉-푯대봉-건의령-피재
(삼수령)
산행거리 : 26.1 km
산행시간 : 03시 05분-13시 55분 (10시간 50분)
댓재(810m)이다.
이슬비가 내린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비오는 날은 비오는 날 대로지만 이슬비의 운치는 웬지 서글프다.
지난 여름의 더위를 식히려는 날개짓과 시원한 바람 한 줄기에 나에게 속달로 보내와 준 하늘의 재촉이라 생각한다.
산은 나에게 늘 변함없이 정겨운 친구이며 출렁이는 연인이며 진정한 선생님이 되어준다.
오늘도 산을 오르면서 설렘의 순간은 여전하다.
20여분 오르고 로프가 설치된 구간을 넘으니 이내 황장산(1,059m)이다.
지금까지 대간길 중 들머리서 가장 짧은 거리에 가장 짧은 순간에 산 정상에 서 보기는 처음이다.
생각보다 너무 초라한 정상, 아무것도 없는 정상. 그냥 넓지 않은 공간 공터일 뿐이다.
윈쪽으로 반짝거리는 삼척시의 불빛에 자꾸 눈이 간다. 유독 야경을 좋아하는 이유에서 그런지 모른다.
그냥 산 속을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진행해야 하는 순리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어두움 속을 한번 더 쳐다 보라고 인사하는 참취 마타리아가 어떤 빛깔? 어떤 표정을 할까?
처음 맞이한 삼각점(1.059봉)오르니 하늘에 반짝이는 별 너무도 빛난다.
오늘같이 하늘의 별을 보기란 아주 오랫만인 것 같다. 별들의 잔칫날이다.
윈쪽으로 이어지는 불빛으로 아마도 오늘 새벽은 반짝 거리는 동화속 세상을 만난 듯 하다.
아직도 덜 자란 아줌마인것은 분명하다. 그냥 좋다. 별을 바라보면서.
잡목지대의 억새가 내 눈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가을이라고 알리면서 그래도 관심가져 달라고 보챈다.
혼자서 가만히 바람속를 조용히 웃어 보는 것 산을 걸으면서 산처럼 살겠다고 약속하면서 걷는다.
오늘은 처음부터 골찌표를 단다. 이래저래 오늘 심상치가 않다. 모두가 뒤틀려 있다.
희미한 랜턴 불빛이, 등산화 끈이, 비올것 같아서 급히 입은 우의와 바지가,
큰재이다. 모든 산님들이 웅성이고 있다. 누군가 길을 잘못들었다고 한다. 늦게 온 난 그냥 서 있을뿐이다. 손에 든 요물단지 확인을 하고서야 진행한다. 배추밭을 같이 하면서 걷는다. 밭에서 배추를 실으랴 한창 분주한 모습이 불빛에 들어온다. 임도를 걸으면서 노오란 달맞이꽃 ,보라색 쑥부쟁이는 길가의 내 마음을 더욱 부드럽게 한다.
맨 꽁지서 그렇게 혼자서 걷는다. 파 헤쳐진 배추밭을 가로질러 마루금이 어데인지 보이지 않는 길을 그냥 걷기도 한다.
언덕 오르니 앞에 산님들이 움직이는 가로등처럼 진행하고 있다. 잘못 들어선 것을 확인한다. 나도 모르게 뛰었다. 알리기 위한 뜀박질이다. 웅성이고 있다. 이미 잘못 들어섰다고 진행을 멈춘듯 하다. 넓은 임도에 파헤쳐진 배추밭에 어두움 속에 정상적인 마루금을 알 수가 없다. 선두와 후미 모두가 한곳으로모여 잠시 진행을 멈춘 순간 배추에 눈독을 들이는 분들도 있다. 어느분은 소풍 온 기분으로 느껴 진다고 한다.
고냉지 배추밭
날이 샜다. 오른쪽으로 광동댐이주단지(귀네미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댐을 막아 태백, 도계, 사북, 고한지역에 상수원으로 이용을 하는데 당시 광동댐 지역에 살던 주민을 이곳에 옮겨 새로운 마을을 조성한 곳이란다.
광동댐이주단지
자암재다. 이정표엔 장암재로 기재되어 있다. 모든 산님들이 이곳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한다. 이럴땐 가족 분위기로느껴진다. 제각각 짊어지고 온 베낭속에서 꺼내 먹는 인심좋은 정겨운 훈훈한 정을 느끼기도 한다. 無心님이 주신 빵과 대추토마토가 너무도 달다.
윈쪽으로 들어오는 환선굴과 깊은 단애, 깍아 지듯한 수직계곡 카르스트 지형은 이곳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뒤 돌아온 배추밭의 정경도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과 진행하는 앞의 조망은 나무가 있는 그냥 산일뿐이다. 햇볕도 난다. 더운 듯 하나 이마에 땀은 흐르지 않는다. 산행 하기에 너무도 좋은 날이다.
환선봉에서 오랫만에 밥을 먹는다. 허지만 싸 가지고 온 정성보다 입맛이 없다.
덕항산(1,070.7m)
맑은 날은 동해 바다가 보인다고 하나 희미할뿐 바다로 보이기는 좀 어색하다.
산불초소, 아주 조그맣게 세워 놓은 표지석, 산님들이 걸어놓은 표시기 나무, 동쪽으로 굽이굽이 겹쳐진 검은 능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옛날 산 밑에서 주막을 하던 여인이 지아비들이 계속 요절하는 바람에 지아비 아홉 명을 두었을 정도로 인생의 어려운 삶을 표현한 이름이라고 한다. 구(九)부(夫)시(侍)령(嶺) 어느 유식한 산님이 가르쳐준 오늘의 선물이다.
먼저 대구에 구자숙 언니가 봉화 청옥산에서 보았다고 하였던 노루궁뎅이 버섯으로 우린 횡재를 하였다. 그것도 한송이가 아닌 너무 많은 횡재를 하면서 사진찍고 또 ... 하면서 신기한 노루궁뎅이 버섯을 .. "언니 요물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참고로 노루궁뎅이 버섯에 대하여 공부해 보았습니다.
1) 초기에는 흰백색이다가 나중에는 담황색을 띠며 자실층은 침 표면에 발달되어 있고, 조직은 백색이며 스펀지 모양이다. 버섯 모양이 마치 노루궁뎅이를 닮았다하여 "노루궁뎅이 버섯"이라고 부른다.
2) 항종양, 항염, 항균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치매, 암, 당뇨병에 듣는 효능 만점이며 식품학적으로 자실체인 버섯은 탄수화물, 단백질, 아미노산, 효소, 무기염류 및 비타민등 풍부하고 지질과 열량이 낮다.
3) 결국 자연산 노루궁뎅이 버섯은 산삼보다 더 귀한 버섯이다.
노루궁뎅이 버섯
?
길고 긴 고갯길을 수없이 넘고 또 넘지만 그래도 오늘은 살맛나는 세상이다.
간식거리가 힘든 나를 달래고, 뚝깔 비슷한 제법 큰송이 흰색 어수리, 키가 큰 보라색의 각시취하며, 수없이 지천으로 깔린 보라색 쑥부쟁이류 하며, 길개 고개 하늘 향해 솟아 있는 분홍색에 가까운 장대여귀, 노오란 고들빼기, 노오란 눈괴불주머니 진보라 카펫트를 깔아 놓은 듯한 꽃며느리밥풀 꽃들이 초원을 꿈결속에 거닐었다.
칼잎용담
고들빼기
마루금에서 얼마를 벗어나 있을까? 푯대봉(1,009.9m)이다.
잡목이 우거진 별로 조망이 되지 않는 아쉬운 그런 표정으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으로 기억되리라.
령(嶺)이라고는 좀 넓은 공터와 임도와 어느 산님들이 타고온 차량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색깔이 좀 틀리다는 느낌이 든다.
백인교군자당이 있다고 하는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았지만 신기함 보다는 실망할것 같은 예감과 힘든 고갯길을 유독 많이 넘으면서 지친 날 건의령을 그냥 보낸다. 대전에서 오셨다고 북진하는 산님들이 무리지어 우리가 걸어온 길을 진행하는 모습도 들어온다.
오랫만에 뵙는 청상님이 너무 힘들어 하시다 이곳에서 탈출하신다는 마음이 영 좋질 않다. 힘들어도 같이 갔으면 좋으련만.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소나무 숲을 만나면 너무도 좋다. 이어지는 소나무가 하늘과 땅을 맞닿아 내 굽은 마음을 곧게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내 힘든 심신을 든든하게 위로와 힘을 주는 왕팬이랍니다. "늘 푸르게 살라"는 주문과 함께
선두는 이미 도착하였다는 무전기 소식이 옵니다. 오늘 오랫만에 후미 대장을 맡아 늦어지는 제가 너무도 송구스럽습니다.
아마도 에코치산님은 무진장 오늘 산행에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제가 못난 탓에 사진찍고 힘들고 .산행길에서 얻은 양 발가락 엄지가 간등간등 흔들흔들 거리고 그래도 같이 가는 길 정겨운 얘기 고마웠습니다.
끝이 보이는가 하면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봉우리를 넘으면 피재가 나오겠지? 얼마나 잘 생겼길래 그렇게 안 보여주는걸까?
얼른 가서 전어구이 먹어야 하는데, 전어구이는 피재까지 가지 않는 산님은 내 줄것 같지가 않다. 가도 가도 산을 넘어 고개를 넘어 시멘트가 포장된 임도를 지나 또 산길를 걸어 이내 산신각의 전어구이 냄새와 산님들의 모습이 들어 온다.
피재 (삼수령) 920 m이다.
조형물을 세우는지 한참 공사중이다.
햇빛이 찌는듯한 한나절이다. 번개탄에 올려놓은 석쇠가 옛날 어릴적 생각을 스치고 지나간다. 전어구어 대느랴 바쁘신 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피어 오르는 연기처럼 고소한 향기 휘날리며 퍼지는 훈훈한 정겨운 모습과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그냥 늦은 이유로 먹기만 한 제가 송구스럽습니다.
사방이 나무에 가려 지루한 마루금을 그래도 오늘 나름대로 간식거리에 휴식에 노루궁뎅이 버섯에 뒤에서 가는 산님들과의 정겨운 얘기에 잘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삶의 씨줄과 날줄 속에 갖가지 무늬로 각인되어 가는 그 마루금들을 거닐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추억이라 불러도 좋을 순간들이 지금 이었으면 하고, 머무르고 싶은 시간이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버스는 오던길을 되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태백에서 영월를 지나 제천으로 충주로 돌아 옵니다.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9월11일 남원의 매요마을-봉황산-중재구간을 밟아 지리산 천왕봉에서 함백산싸리재까지 전 구간을 비로소 마쳤습니다. 다음은 싸리재에서 댓재구간을 2번에 나누어 종주할 계획인데 한번은 댓재를 출발해 구부시령이나 건의령까지 해볼 셈이어서 꼼꼼하게 요물님과 운해님의 산행기를 정독했습니다.
산을 즐겨 찾으면서도 산식구들을 제대로 알지못해 죄송해 하고 있습니다. 야생화, 나무, 그리고 조류에 관한 책을 사 놓았지만 아직도 식별이 잘 안되어 그들에 미안한 노릇입니다. 대간 종주에만 신경써 산식구들과 대화를 제대로 못해서일 것입니다. 여우궁뎅이 버섯의 자태가 이름 그대로 매혹적입니다.
저보다 주력이 훨씬 좋으십니다. 부럽습니다.
대간 길 끝까지 안산, 그리고 즐산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