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년 2월 14일 목요일 10:30 ~ 오후 3:00 용추계곡
삼한사온이 맞게 어제까지 매서운 추위가 오늘은 포근함으로 바뀌었다.
햇살이 따스해지니 마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이번 주에 용추계곡을 한 번 가봐야 하는데, 이리저리 머리를 굴러도 목욜 밖에 없었다.
저녁에 조카 돌잔치가 있긴 하지만 몇 몇 사람들과 연락을 한 후 용추를 갔다.
용추계곡은 겨울가뭄으로 물을 찾기 힘들었다.
바닥에 훤히 드러난 돌멩이들이 지난 가을 어떤 시련들을 겪었는지 말해 주는 듯 하였다.
굳이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고, 정자들을 세우고,
산을 오르는 이들의 노곤함을 쉬게 한다는 목적으로 곳곳에 긴 의자들을 만들고
등산대회다 뭐다 몸살을 앓았을 지난 해의 용추의 아픔들이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코 끝으로 느껴지는 바람에 막힌 코가 뻥 뚫린다.
산 입구에 낮은 풀덤불사이에 온갖 산새들이 모두 모였다. 숲속나라 잔치가 벌어졌나 보다.
아니 우리들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 주는 듯 하였다.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 보다 산을 내려오지나 않을 지 처음 부터 심상치 않았다.
노랑턱맷새를 만났다. 역시나 뒷모습만 살짝 담아져 애를 태운다.
소나무 숲 사이 동박새들과 붉은머리오목눈이 들이 보였다.
소나무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겨울이 지나 나무에 새 잎들이 돋으면 그 자리에 있되 눈에 띄지 않는 친구다.
넥타이 맨 박새들도 많이 보였다.
1년 내내 볼 수 있는 이 녀석 역시 머지 않아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을 친구다.
산새를 보기에는 쌍안경이 있어야 할 듯 하다.
지빠귀류로 보이는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이 친구도 그 중 하나 이지 않을까
삿갓나물 군락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차 한잔을 하기로 하였다.
낙엽사이 무언가 뚫고 올라오리련만 아직은 시기상조인듯 하였다.
직박구리 한 마리가 우리 근처에 다가와 소나무 가지에 앉았다.
곶감, 쵸코렛, 사과, 귤, 커피, 유자차, 생강차, 한라봉 등 간식들이 푸짐하였다.
한라봉을 먹고 속껍질을 옆에 던져 놓았더니,
직박구리 기다렸다는 듯이 살짝 내려 앉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먹이가 없어 배고파함이 전해져 왔다.
박새들과 함께 곤줄박이들이 많이 보인다.
이끼속을 헤집고 먹이를 먹기도 하고, 부리에 빨간열매 한 쪽을 물고 날아다니다 잠시 쉬어가는 녀석도 있었다.
뒷머리와 턱, 앞목이 검다. 이마와 밤은 연노란색이고 배는 갈색이었다.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먹이를 찾거나, 가지나 줄기를 두드려 먹이를 찾았다.
박새류, 붉은머리오목눈이 등과 함께 친구되어 재미나게 어울리고 있었다.
딱새들도 많이 보였다. 딱새의 암컷과 유리딱새가 참 많이 닮았다.
옆 날개깃에 흰 점만 없다면 유리딱새가 조금은 더 작아 보이지만 거의 비슷하다.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벌레집들이 많이 보인다.
망태기 모양으로 잘도 엮어서 만든 애벌레집에 누군가 머무르고 있었다.
괜히 방해가 되지 않을까 살짝 사진만 한 장 찍고 모른척 돌아섰다.
온 산에 나무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쇠딱따구리도 있었지만,
곤줄박이와 딱새들도 부리로 나무를 두드리고 있었다.
혹 그 두드리는 소리에 작은 먹이들이 기절을 하는 것은 아닐지......
얼레지 군락을 막 지나치려고 할 때 갈색의 큰 동물체가 후다닥 도망을 갔다.
노루였다. 너무도 순식간이라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였다.
따뜻한 생강차와 유자차를 마시며 간식을 먹고 있는데 숲속 곳곳에서 굶주린 산새들이 주위를 맴돌았다.
아주 작은 유리딱새를 만났다. 물론 암컷이다.
겨울철새 또는 봄, 가을에 흔히 지나가는 나그네 새라고 한다.
수컷은 몸의 윗면이 파란색이고 아랫면은 흰색이다.
암컷은 몸의 윗면이 연둣빛이 도는 갈색이며 허리와 꼬리는 흐린 파란색이다.
단독 또는 암수가 함께 높은 산의 침엽수림 속에서 생활하지만 겨울에는 평지로 내려와 작은 무리를 이루기도 한단다.
먹이는 곤충류나 거미류, 식물의 열매 등을 먹는다고 한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동박새를 다시 만났다. 역시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이 근처에 많았다.
버들강아지가 이른 봄을 알려주지만, 숲속에서는 아직도 겨울기운이 느껴진다.
며칠 날씨가 따뜻해지고, 비가 한 번 내려주면 우리들이 기다리던 봄 풀꽃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산을 내려오는데 풀숲사이에서 마치 어린아이가 지나가듯 낙엽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꿩 두 마리였다. 급히 도망가느라 뒷모습들만 보이며 뒤뚱뒤뚱 도망가는 모습이 우스웠다.
목은 광택이 나는 청록색이며 흰색 고리 모양의 띠가 선명하였다.
몸통은 광택이 나는 적갈색이나 황갈색 바탕에 흑갈색과 검정색의 반점이 있었다.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라 불리는 아이들이다.
울음소리는 목을 쭉 뻗고 날개를 치며 "꿩 --, 꿩--"하고 운다고 한다.
먹이는 각종 나무 열매와 풀씨, 곡식, 새싹 등 식물성 먹이와
지렁이, 메뚜기, 거미, 지네, 달팽이 등 작은 동물성 먹이를 모두 먹는다.
산을 오를 때는 보지 못한 소나무 닮은 녀석이 소나무 형태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제각각 자신들이 무엇에 쓰는 용도인지 상상하여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지나가는 등산객 한 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통신회사에서 세운 전화탑이라고 한다.
아~~하 그래서 통화가 되지 않던 곳인데 산 정상부근에서 전화통화가 가능했구나.
산을 오르는 그 몇 시간 동안의 전화의 불통의 불편함도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안전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통화가 되지 않으면 난감할 일이다.
그래도 한 번 쯤 다시 생각해 볼 문제들 아닌가!
조금 힘들다고 어떻게 하고, 불편하다고 어떻게 하고, 더디다고 어떻게 하고,
30분이라는 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따지자면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을 테지만,
그 30분의 단축을 위해 산을 몇 개나 깍고, 들을 뭉개고,
자연들이 훼손되어지는 가치는 왜 값으로 환산해 보지 않는지, 그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누구를 위한 발전, 무엇을 위한 발전인지 진하게 생각해 볼 일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