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화의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지.필.묵을 벗어난 실험이 난무하고 서구회화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작업들이 부쩍 눈에 띈다.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쪽과 무분별한 장르파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돼 있다.
최근 열렸던 "박대성"전과 "한국화 4인"전은 전통회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진경과 사의가 교차하는 박대성의 작품은 한국화의 정신성을 잘 계승하고 있다.
작가는 글과 그림을 한 화면에 표현하는 문인화적인 방법론과 묘향에서 인왕까지의 진경을 탐색하는 진지한 태도로 전통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화 4인전에 전시된 작가들은 저마다 독자적인 방법으로 현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산수를 추상적으로 접근하는 김선두,먹의 응집과 운필만으로 전통적인 산수개념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수묵화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문봉선의 작품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한국화라는 용어는 이전에는 동양화나 채묵화로 불렸지만 80년대 들어 일반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민족적 자의식이 강하게 대두되었던 당시의 시대정신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한국화는 최근 학교에서는 비인기 학과로 전락하기 시작했고,퓨전과 크로스오버가 유행하는 미술계에서는 소외당하기 일쑤.
전통과 현대라는 화두를 짊어지고 있는 한국화는 시대상황과 쉽게 발맞추기가 태생적으로 어렵다.때문에 더더욱 한국화의 현대화를 모색하는 작가들의 노력이 의미 깊다.정보화 시대니 제3의 물결이니 해도 "고향"이 그리운 것처럼 "전통"은 힘겨운 짐이지만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한국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이해는 어쩌면 우리에게 "기본"이 아닐까?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