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는 다림질을 하고 귀로는 영어 테이프를 듣고 입으로는 Welcome to my house!
일흔일곱 나이에 또 다른 배움으로 오늘도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는 이대전씨.
이씨의 직업은 세탁업(북구 중흥동 "믿음 세탁소"). 낡디 낡은 간판이 그의 세탁소 인생을 말해 준다. 그가 세탁소를 운영한 지는 25년.
세탁소 앞 유리에 누런 테이프로 무언가가 쫙 붙여져 있다. 그것은 영어로 된 고린도전서 13장 " LOVE".
<If I speak in the tongues of men and of angels, but have love, I am only a resounding gong or a clanging cymbal... .> 이씨의 입에서 영어가 쉴틈없이, 막힘없이 나온다.
아들 며느리가 맞벌이를 하는데 어느날 중학교 손자 녀석이 와서 영어를 물어 보더라고요. 아는 게 있어야 설명을 해주지. 그때부터 맘을 먹었어요. 영어 공부하자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어언 3년. 일흔이 넘은 나이에 영어공부를 시작했던 첫 걸음은 단어공부. 아침마다 오치동 집에서 중흠동에 있는 세탁소까지 오는 버스 안에서 그가 쥐어든 것은 영어단어장.
일반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일흔이 넘은 나이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테지만 이대전 할아버지는 평생을 '배움'에 정진했기 때문에 영어도 분제가 아니었다.
세탁소 안쪽에는 논어, 맹자부터 조선왕조실록, 엘빈 토플러의 권력이동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빼곡하다. 이뿐이랴. 거울에는 민주주의, 민주정치, 민주제도...의 뜻을 한문으로 써 놓은 종이가 붙어 있고, 신문에서 읽었던 좋은 내용을 모아 놓은 상자가 있고, 곳곳마다 배움의 흔적들이다.
"내 꿈이 원래 목사였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소학교밖에 못 나왔어요. 여태껏 일만 하면서 살아 왔지만 무언가 알아간다는 게 큰 기쁨입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내가 아직도 부족하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잖아요."
세탁소 일을 하다가 조금 허리 펼 시간이 있으면 할아버지는 책을 읽고 노트에 글을 썼다고 한다.
수첩에 빽빽이 적혀 있는 글들이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말해준다.
3년간 꾸준히 공부한 덕에 할아버지의 입에서는 술술술 영어가 나온다.
"간단한 회화 정도만 할 수 있는 정도에요. 단어만 연결하는 정도. 나보다 월등하게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취재할 만한 것이 되겠어요."라며 손사래를 치는 이대전 할아버지.
영어공부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미국인이 세탁물을 맡기러 왔길래 Welcome to my house!로 시작해 그 미국인과 'You are my sumshine'노래를 함께 불렀다고 한다.
그 때 세탁소유리에 이 노래가 붙어 있었는데 이씨가 "You give me teaching this song?"라고 제안을 했고 손님과 주인이 하나 되어 팝송을 유쾌하게 불렀던 것. 요즘 손자 녀석과 영어문제집을 함께 푸는 게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못 이룬 꿈을 위해 교회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고, 장로로서 활동하면서 설교도 여러 차례 해 왔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영어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영어로 부르게 됐다.
눈을 지그시 감고 찬송가를 부르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대전 할아버지가 살아오면서 항상 잊지 않는 생각, "Boys, be ambiti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