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훈이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한쪽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잔뜩 부어 있었다.
"어떻게 된거니?"
"쉬는 시간에 복도를 걸어가는데 한 반 친구가 아무 이유도 없이 펀치를 날렸어요."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네.......,"
어떤 엄마는 아이가 맞고 들어오면 그래도 한 대 때리고 들어오는 게 차라리 더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바보처럼 맞고 들어오면 너무 속이 상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때린 아이 역시 상처가 되었을 것 같아 바로 음료수며 과일을 준비해서 그 집에 찾아갔다. 때린 친구는 없고 그 엄마만 있기에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아드님과 통화라도 할 수 있느냐?"라고 했더니 전화를 연결해 주었다.
"건훈이가 무엇을 잘못했니?"
"아니요."
"그래, 아줌마는 건훈이를 사랑하듯이 너도 사랑해. 앞으로는 함께 잘 지냈으면 좋겠어."라고 울먹이며 말을 했더니
"잘못했어요. 평소에 너무 건방진 것 같아 한 대 때린다는 게 그만........,"
"괜찮아. 다 그럴 때가 있는거야."
그리고 다음 날, 그 친구는 정식으로 사과을 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진정한 사랑이 담긴 말 한마디는 그 친구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여 주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사춘기가 되면 그냥 무심코 쳐다만 보아도 "째려본다."라고 하며 한대 쥐어박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키도 컷고 골목대장이었다. 하루는 옆집 친구를 때려서 그만 코피를 나게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혼이 날까 무서워 다락방에 하루종일 숨어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다 소중한거란다. 그 집에서는 딸이 맞고 들어와 얼마나 속이 상하겠니? 가서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고 다시는 그렇게 아이들을 때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란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었다.
그렇다. 바로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한 법이다. 때린 이유야 어떻건 간에 맞은 아이, 때리는 아이 부모 모두 속이 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럴 때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기보다는 서로 자식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용을 해주어야 한다.
언젠가 아이가 너무 폭력적이라는 엄마의 고민을 들어 보았다.
"제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학교 아이들을 자주 때려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집에서는 아주 순한 편이거든요. 하지만 밖에서는 왜 그렇게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는 '너도 얼마나 아픈지 한 번 맞아 보아라.'고 말하며 매질을 했습니다. '왜 다른 친구들을 때렸냐?'고 물으면 '같이 놀아주지 않아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린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장난치면서 싸우는 아이의 모습에 방관하기도 했습니다."라며 마음아파 했다. 때린 아이도 역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매질을 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고 이해를 해주어야한다.
언젠가 꽃동네에 갔을 때 수녀님은 언어폭력을 쓰는 아이 이야기를 해 주셨다.
"고 3인 남학생이 있는데 늘 엄마를 죽인다는 말을 한답니다. 때로는 '살기'도 느껴진다고 해요. 그 부모는 아이를 지리산 청학동에 있는 서당에도 보내 보았고, 인성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곳은 다 보내 보았는데 나아지지 않았고, 지금은 꽃동네로 와 봉사를 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요즈음은 위와 같이 부모나 선생님에게 언어폭력을 쓰는 사례도 많이 생기고 있다.
또한 폭력을 쓰는 아이들이 분노 조절을 못하고 너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간헐성 폭발장애'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그 장애의 원인이 보통 출산시 외상, 영아기 간질, 뇌염, 과잉행동, 두뇌의 외상, 폭력적인 부모와의 갈등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그와 같은 장애라면 상담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보는게 좋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폭력은 외국의 경우에도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데. 캐나다는 지난 50년간 5배가 증가했고, 미국에서는 7배나 증가했다. 그러한 폭력은 바로 좌절감에서 온다. 그 좌절감의 원인은 혼자 버려진 느낌, 부모와의 대화 부재, 무시 등이다.
아이가 밖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먼저 그 원인을 잘 알아내어 대처를 해 나가야 한다.
"아이가 평소에 잘못하는 게 있다고 매를 자주 들지는 않았는지?"
"부부싸움을 하면서 아빠가 폭력을 휘두르는게 아닌지?"
"부모가 집에서 너무 엄격하게 하는 건 아닌지?"
"자녀의 말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질책만 하지 않는지?"
"평소에 폭력적인 게임을 즐겨하거나 그런 TV영화를 좋아하는지?" 등의 많은 이유가 있을 수가 있다. 대부분 밖에서 폭력을 쓰는 아이의 부모들은 한결같이 "집에서는 아주 착하고 말을 잘 듣는데 그럴리가 없다."란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언가 억압된 불만이 밖에서 그렇게 표출 될 수가 있다.
하지만 부모로서 아이에게 가장 큰 폭력은 "무관심"이라는 것이다. 늘 관심있게 아이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아주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늘 따스한 눈으로 아이를 대하고 잔소리 대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가족이라는 소중함을 깨닫게 해야 한다. 또한 가시돋힌 말 한마디 역시 폭력이 되어 아이 가슴에 박힌다. 사랑이 담뿍 담긴 진심어린 말 한마디는 아이들의 가슴을 더욱 따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은 그저 한없이 너그러워야하고, 비워야하고, 때로는 슬픔을 안고 살아야한다. 부모로서 겸손한 마음과 자녀에 대한 기도만이 내 자녀가 가장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 '엄마의 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작가 박동주 글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