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배드민턴 코트를 만들면서
어린이들이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친다. 날씨가 찬데도 즐겁게 셔틀콕을 쳐 넘긴다. 체육관이 없는 시골학교, 운동장에 배드민턴 코트가 없으니 배구장이나 평균대를 사이에 두고 치는 아이도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꾸 미안한 생각이 든다.
겨울철 추위를 이기는데 좋은 운동 같아 보였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소를 물색했다. 좁은 운동장 어디에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 이동식으로 설치하면 좋겠다고 선생님들이 조언해준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양지쪽에서 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에서 치려면 이동식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구 점에 물어보니 이동식은 네트를 포함해서 한 조에 30만원이고 고정식은 10만원이라고 알려준다. 코트를 2개는 만들어야 어린이들이 싸우지 않고 칠 수 있을 것 같다.
궁리 끝에 이동식을 학교에서 제작하기로 했다. 네트 높이가 155cm이므로 지주 4개를 사서 용접하고, 자동차 폐타이어에 콘크리트로 고정시키면 근사한 이동식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지주를 사오고 시멘트를 사고 네트도 2개 샀다. 용접은 학교 앞에 있는 LG농기구 수리 센터에 들고 가서 부탁했다.
“겨울철에 어린이들이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운동기구를 만들려고 한다.”
는 설명을 듣고는 일이 밀려 있는데도 다른 일을 제쳐두고 먼저 용접해주었다. 젊은 기술자는 “아이들 놀이 기구인데…….” 라고 말하며 꼼꼼하게 용접해준다. 거의 2시간이나 걸려서 지주 4개를 튼튼하게 용접했다.
“얼마를 드리면 되지요?”
라는 나의 물음에 젊은 기술자는 “됐어요. 아이들이 사용할 운동기구인데요, 뭐.”라고 말하면서 안 받아도 된다고 말한다. 무척 고마운 일이다. 도저히 그냥 들고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 원 짜리 지폐 두 장을 드리면서
“담배나 사세요.”
라고 말했더니, 기름 장갑 낀 손을 흔들면서 자꾸만 물러선다. 안 그래도 된단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이렇듯 가슴이 따뜻한 분들이 많다. 너무 고마워서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고 도망치듯 들고 나왔다. 너무 적게 드린 것 같아 미안스러웠다.
이동식 배드민턴 지주 2조를 구입하려면 60만원 들어야 하지만, 우리는 네트 2장(4만원)을 포함하여 단돈 7만원으로 2조를 만들어 운동장 동쪽 양지바른 곳에 나란히 설치했다.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은 집에 가는 것도 잊고 이 겨울에도 땀을 흘리면서 배드민턴을 칠 줄 알았는데, 하던 뭐도 멍석 깔아놓으면 안 한다고 했던가? 네트까지 걸어놓은 배드민턴 코트는 늘 비어 있고 어린이들은 안 하던 배구를 시작한다.
“배드민턴 왜 안 치니?”
“바람이 불어서 못 쳐요.”
오후에 수업을 마친 선생님들과 운동장으로 나가 함께 쳐보니 바람 때문에 셔틀콕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실내에서 해야 할 운동을 밖에서 해보려고 했던 것이 잘못 되었나보다.
바람이 불어 11월 한 달 내내 놀고 있던 배드민턴 코트에 12월이 되고 바람이 덜 불자 어린이들이 모여든다. 셔틀콕과 라켓을 구입해 주었더니 쉬는 시간이며 점심시간이면 많은 어린이들이 배드민턴을 치면서 즐긴다. 이제 5,6학년 어린이들의 실력이 향상되어 점심을 먹고 나서 복식으로 게임을 하니 여간 즐겁지 않다. 수업을 끝낸 선생님들도 한번 해보자고 한다. 5시가 되어 어두워지는데도 땀을 흘리며 배드민턴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교육이란 여건 조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함을 느끼고,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어린이들과 생활하는 이 일은 역시 즐겁고 보람되는 일이다.(2002)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집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살만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미란엄마[www.newskorea24.com]
항상 따뜻한 가슴으로 교육에 임하는 교장선생님께 고개가 숙여집니다. 범산[www.newskorea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