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월 23일 순흥에 있는 영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의미있는 행사를 했다. 그것은 영주문화연구회와 순흥면발전협의회가 주최한 『초군축제 아! 순흥』과 『민속놀이 초군청놀이』개발 시연회였다. 전자는 벌써 올해 3년째 계속되는 것이었고, 후자는 올해 처음 시도하는 자리였다.
『초군축제 아! 순흥』의 내용은 순흥 역사의 한 부분인 정축지변(丁丑之變)의 내용을 극화(劇化)한 것이다. 첫 해와 둘째 해에는 순흥면사무소 뒷편에 있는 봉도각을 무대로 했었는데, 주변의 자연 경관을 그대로 살린 자연스런 무대여서 관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었다. 특히 우리 나라 최고의 춤꾼이라고 할 수 있는 임이조씨는 "이런 무대라면 얼마든지 불러 주세요."라고 할 정도로 자연과 조화가 경이로울 정도로 잘 맞는 무대였다. 또 첫해에 인사차 방문하신 시장님께서 밤늦도록 자리를 지키며 격려를 할 정도로 진지한 무대였다. 임이조의 춤으로 시작한 공연은, 금성대군과 이보흠의 거사 계획과 실패로 이어지는 연극에 이어, 소리꾼 신영희의 한풀이 노래로 매듭을 짓는, 정축지변에 희생된 넋을 달래는 공연이었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영주문화연구회의 생각의 출발은 회가 출발한 10년을 맞이하여 지역에 무언가 의미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무분별하게 난립되고 있는 지방의 축제의 모델을 제시해 본다는 의욕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본다는 의미가 있는 소단위 축제였다. 그 후, 이 축제는 문화관광부에서 장려할 만한 지역의 소단위 축제로 선정되어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이 행사의 성공은 순흥 주민들의 협조와 그들의 자부심이 밑거름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민속놀이 초군청놀이』개발 시연회는 올해 처음 가진 것이었지만, 실제의 준비는 『초군축제 아! 순흥』이 시작될 때, 이미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초군축제의 기본 틀인 연극 대본을 쓴 조재현이 순흥의 또 다른 민속놀이인 『순흥 큰줄당기기』를 지도하며, 자료 수집에 들어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에 개최된 전국민속예술축제가 영주로 유치됨을 확인하고 그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 작년전국축제의 자리에서 시연을 하려고 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기가 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순흥면발전협의회가 주관을 하여 올 해 시연회를 갖게 되었다.
『민속놀이 초군청놀이』는 말 그대로 순흥 지역의 민속놀이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이다. 옛날에 행해 졌다는 '초군청재판놀이', '큰줄당기기', '지게놀이', '농악'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안동에 가면 차전놀이가 있고, 봉화에 가면 놋다리밟기가 있고, 예천에 가면 예천농요가 있는데 그 한가운데 있는 우리에게 이러한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다는 것은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비록 늦었지만 발굴이 되어 재현이 된다는 것은 우리 지역으로 보아도 퍽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날 청소년수련관에는 300명 정도의 객석이 꽉 찼다. 저녁 6시에 이날 행사의 전반부는 초군청놀이의 한 부분인 '초군청재판놀이'와 '농악'이 이루어졌다. 초군청재판놀이는 영주에서 참여한 아마추어 연극인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농악은 7∼80이 다 된 지역의 어른들이 참여를 하였다. 모두들 열심이었지만, 순흥의 어른들은 보기에도 너무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후반부는 지난 두 해 동안 공연되었던 임이조의 춤과 연극 '피끝', 민요와 판소리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날 방청한 관객들이 지역민보다 외지인들이 더 많았었다. 그리고 관객들 중 외지에서 우리 지역에 관광을 왔던 단체 손님들도 두 팀이나 있었다. 한 팀은 충남에 위치한 건양대학교 교직원이었고, 또 한 팀은 우리말글학회(영남지역어문학회)회원인 대학 교수들이었다. 그들은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돌아갈 생각을 안 할 지경이었다. 그들이 이곳에 와서 그러한 것을 구경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었고, 이 지역에 대한 이해에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2.
그런데 이 이야기를 서론으로 대신하는 것은 이 날 행사가 시사하는 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오늘 필자에게 주어진 화두(話頭)가 "선비촌 활성화를 위한 주민들의 참여 방안"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순수한 주민들의 의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나 그들만의 힘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퍽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뛰고 있다는 것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주민들의 관심은 벌써 5년 전부터였다. 결국 이 관심은 주민들의 참여라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래서 본고에서는 주민참여라는 화두를 풀어나가기 위해, 지난 5년 간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계간 영주문화에서 보도된 선비촌과 관련된 기사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서 우리들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앞으로 주민 참여 방안에 대한 소견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3
지난 1997년 영주시는 「순흥역사문화유적권 종합개발사업」을 발표하였다. 이는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청구리 일대에 2001년까지 약 4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하여 20여만평의 선비촌 및 청소년수련관을 건립하고 금성대군유적 정비, 순흥향교 중수, 테마파크공원 조성과 아울러 민속촌 조성 등종합적인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이 사업은 우리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일이었다. 자연 관광 자원과 풍부한 문화재 자원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늦어진 것을 직시하고 시작한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머무르는 관광·즐기는 레져·쉴 수 있는 휴양 시설'이었다. 다시 얘기하면 '머무르는 관광·즐기는 레져·쉴 수 있는 휴양 시설' 등 현대적 감각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지금가지 정적이던 관광 시책을 우리 지역이 가진 자연과 문화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동적이고 대중화된 관광도시로 육성한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계간 영주문화에서는 겨울호(통권18호. 1997년 12월21일 발행)에서 이 사업에 대한 지상(紙上) 토론회를 게재하여 주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지상토론회엔 조창현(당시 부시장), 홍대선(전 중앙고등학교 교장), 전재강(동양대학교 교수), 김응한(우리지역 향토사학가) 등이 기꺼이 옥고를 주며 참여를 하였다.
그리고 영주시는 선비촌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영주시의 상징인 선비를 상표화하였고, 그 일환으로 2000년 1월 10일부터 2월 29일까지 선비개념과 선비상을 공모하여 수상하기도 했다. 그 때, 선비개념공모에서 이문학(봉화군), 김태환(휴천2동), 노경철(경기도 성남), 박효정(서울 구로구) 등을 수상했고, 김임표(풍기읍)를 선비상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계간 영주문화에서는 이를 게재하면서, 우리의 정신을 찾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영주 사람들의 기질이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기획하였다. 이 좌담회는 새천년을 맞이하는 기획 좌담이기도 하였지만, 큰 의미는 그 당시 우리지역의 현안이었던 선비정신 찾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 좌담회에서 얻은 것은 우리의 정신 속에 선비의 정신이 많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관용과 판단력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비촌 건설이라는 현안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첫번째 좌담회 후 그 관심이 바로 나타났는데, 그것은 김재돈박사의 「선비촌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었다. 김박사는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세 부분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첫째, 육체적욕구 충족을 위한 방안으로 스포츠와 레저를 통한 건강증진을 제시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선비촌 주변 등산로 개발과 승마장 시설, 건강증진센터 건립을 들었다. 둘째, 정신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소수서원의 교육 도량화를 주장하였는데, 그 구체적 방안으로 서원의식 재현과 선비촌의 교육장화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물질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선비촌의 한국식호텔화와 죽계수를 이용한 자연목욕시설 개발, 토속적인 먹거리 발굴을 제안하였다.
4.
이제 주민의 관심사는 '이 선비촌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이다. 물론 아직까지의 모든 권한은 시 당국에 있다. 아마도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생각은 문화재도 아닌 것을 문화재 관리하듯이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정작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밤이 되면, 혹시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의 참여 방안이라는 과제를 두고, 적극적인 참여 방안과 소극적인 참여 방안으로 구분하여 제안을 할까 한다.
적극적인 참여 방안은 주민들이 선비촌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비촌 건물을 분양을 하던지, 관리권을 주민에게 이양하든지 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선비촌을 한국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우리의 전통적 연관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선비촌 건립의 궁극적인 취지가 '머무르는 관광·즐기는 레져·쉴 수 있는 휴양 시설'임을 상기해 보더라도 꼭 검토되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전재강교수나 김재돈박사도 선비촌의 한국식 호텔화를 제안하지 않았던가? 이웃나라의 예를 살펴보자. 일본을 여행할 때, 권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현대식 호텔에 묵는 것보다 일본식 전통 객관에 숙박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전통 객관에서 심신을 풀고자 일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일본의 객관보다 더 좋은 여건이다. 하루 혹은 이틀이나 사흘, 내방객의 일정에 따라서 선비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준다면 도시인들은 물론 외국인까지 한국의 선비체험을 하기 위해 몰려들 것이다. 혹자는 화장실 등 시설미비를 얘기하는데 조선시대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는가를 반문하고 싶다. 물론 이 운영에 참여하는 주민은 그 취지를 잘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손님이 왕이라는 오늘날 숙박인들을 양반이나 선비로 모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좀더 적극적인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영주의 문중들과의 연결이다. 운영 자체를 문중에서 관리를 하게 한다면 각 문중이 갖고 있는 고유의 놀이나 음식, 풍습들이 소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문중의 날을 지정 운영하며 문중 Comming day를 실시한다면 내방객의 확보는 물론 선비촌의 전국화에도 훨씬 크게 기여할 것이다.
소극적인 참여 방안은 개별적인 주민들의 개별적인 참여 방안이다. 아마도 안정적인 관리를 고려하는 공직자들에겐 더 마음에 들 수 있는 방법일 듯 싶다. 공무원들이 전체를 관리한다 하여도 선비촌 운영에는 적지 않은 인원이 필요할 것이다. 최소한의 관리에 필요한 인원도 있어야 하겠지만, 프로그램마다 적합한 인물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적합한 인물이란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 일꾼들을 말한다. 일단은 선비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안에서 하는 일꾼도 있어야 할 것이고 집밖에서 하는 일꾼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음 그러한 일꾼들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옛 생활을 재현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운영체계를 빨리 확정하고 필요한 인물의 섭외나 교육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기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의 연령이 많다고 생각할 때, 젊은 인물들의 교육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인물들은 공개 모집을 해야 할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 프로그램 자체를 공개 모집할 수도 있고, 프로그램에 맞는 인물을 모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개 집행은 반드시 필요하다. 참가하는 사람이 떳떳해 짐은 물론이고, 그 과정 속에서 주민들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응모자들의 기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5.
이번 토론회에서 주민들의 참여 방안에 대한 것이 필자에게 분담되었다. 그래서 맨 처음 생각한 것이 과연 주민들이 그 역할을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글머리에서 소개를 하였듯이 순흥초군청에 참여한 인물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이었다. 70이 훨씬 넘은 동네 어른들이었다. 그 분들은 젊은이보다 더 열심히 참가를 하였다. 그리고 구경꾼들은 우리보다 더 많이 공부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보며 즐거워했었다. 그래서 이 논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주민들의 참여 자세는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영이나 관리는 안목이 있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 또 전문가라면 지역 주민을 어떻게 참여시켜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잘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마디 꼭 하고 싶은 말은 있다. 그것은 지역 사랑이다.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식솔들 보다, 우리 지역을 생각하고, 이 지역과 이 선비촌의 미래를 위해 기획을 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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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첫댓글선비촌의 운영권은 선비촌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선비촌 운영주체의 결정과정에서 많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들었고,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때 분명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선비촌의 운영에 지나치게 상업주의가 만연하는 것은 선비촌 본연의 정신을 깨트리는 것이라 봅니다. 소수서원에 대한 사랑과 소수서원의 선비정신을 잘 계승시킬 수 있는 분들이 소수서원의 운영권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견을 올려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선비촌 본연의 전통을 살리고, 순흥의 문화를 계승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선비촌의 운영권은 선비촌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선비촌 운영주체의 결정과정에서 많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들었고,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때 분명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선비촌의 운영에 지나치게 상업주의가 만연하는 것은 선비촌 본연의 정신을 깨트리는 것이라 봅니다. 소수서원에 대한 사랑과 소수서원의 선비정신을 잘 계승시킬 수 있는 분들이 소수서원의 운영권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견을 올려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선비촌 본연의 전통을 살리고, 순흥의 문화를 계승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