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오랜 방랑생활을 접고 끌려가듯 간 곳이 논산직업훈련소였다. 그곳에서 처음 목수일을 배우고 지금껏 쭉 목수일을 해왔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정착한 것이 미국식 목조주택 기술이었다. 처음에 자격증을 딸 때는 한옥을 중심으로 하는 목수일이었지만 지금은 발달된 시스템에 따라 짓는 미국식 목조주택을 주로 짓고 다니고 있다.
그때는 목공 공구들이 전혀 없었다. 있다고 하면 밀어넣는 전기 대패나, 그 외 수동에 가까운 공구들이 몇 개 있을 뿐이었다.
천정 반자를 만들 때도 지금의 콤푸레셔나 타카 총이 없이 머리에 합판을 이고 망치로 실못을 박았다. 전기 손대패도 없어 원목을 손대패로 직접 밀어내어 각을 잡고 원하는 형태의 나무를 만들어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목공 공구들이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한다. 요즘의 목수일은 목공 공구만 잘 다룰 수 있으면 반목수라고 한다. 자르고 박고, 재단하고 형식에 맞추면 훌륭한 목수 치급을 받을 수가 있다.
얼마 전에 전북 쪽에서 만난 목조주택 빌더는 일을 배운지 3년만에 마스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3년 되었다는 이 친구는 3D 도면 작업이나 목조주택 전체 일머리를 빠삭하게 습득한 친구였다. 오히려 오랜 경험과 여러 잡다한 과정으로 배운 나보다도 틀에 잡힌 기술이 돋보였다.
이렇듯 현대의 목수일은 공구와 시스템에 의한 원리만 제대로 배우면 누구나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그게 미국식 목조주택인 투바이 퍼 공법인 것이다.
아직도 시골 쪽이나 목조주택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사람이 사는 집은 무조건 벽돌집이나 시멘트 콘크리트 집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게 튼튼하고 오래가고 따뜻하고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건축에서 목조주택 만큼 건축자재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집은 없다. 목조주택에서 사용하는 건축자재가 현대건축에서 가장 발달된 자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한옥이나 슬라브집에서도 목조주택에서 사용하는 자재들을 도입하고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먼저 목조주택은 가장 경제적인 집이다. 따뜻하고, 아름답고, 친환경적이고, 공기가 숨을 쉬는 집이지만 제일 오래 가는 집이기도 하다. 미국 개척시대 때 지은 집들이 현재 100년, 200년 동안 끄덕없이 버티며 살고 있는 집이 목조주택인 것이다.
그래서 뚝딱, 뚝딱 공작 배우듯 원리만 배우면 자르고, 박고 세우면 집을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는 게 목조주택인 것이다. 사실 지난해 진안에서 “장목수 10일만 따라하면 목조주택 지을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목조주택 학교를 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배운 수강생들이 진짜로 30여 평이 넘는 집을 손수 짓기도 했다.
이번에 연재를 시작한게 된 동기는 이렇게 일반인들이 목조주택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목조주택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일반 서점에 나와 있는 목조주택에 대한 직접적인 시공서나, 개념서보다도 목수가 집을 지으면서 느끼는 감정과 이러저러한 내용들을 통해 편하게 목조주택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한 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와 세종뉴스에 연재를 해왔던 글들을 모아 일반인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목조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꾸며보았다. 완벽한 시공서나 개념서는 되지 못하더라도 일반인들이 목조주택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직접 목수일을 하는 빌더로서 집을 지으면서 느끼는 감정과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편하게 정리했다.
이 글은 ‘장목수 10일만 따라하면 목조주택 지을 수 있다’라는 책을 출판하기 위해 여러 글들을 모아 정리한 글로 기회가 되면 출판을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