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궤방령-가성산-눌이산-추풍령-묘함산갈림길-작점고개
- 산행거리 : 실제거리 19.8km
- 산행일행 : 우보산악회 따라서
- 산행일시 : 2005. 4/10(일)
★ 기록들
궤방령은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새벽 3시 30분 부시시 깨어나 밖을 살펴 보니 찰흙같이 어두웠지만, 아직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뉴스에서는 오전 내내 비가 올 것이라고 했고, 강수량도 20~60mm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새벽 4시, 출발하자마자 예견되었던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드문드문 내리는 빗줄기라 금새 멈출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내릴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우비를 덮어써서 그런지 땀이 송송 맺힌다. 뿌연 안개 속을 렌턴 불빛 하나에 의지하여 진행하는 것이라 자칫 길을 잃으면 날이 새기 전에는 도무지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가성산을 지나자 날이 밝아온다. 다행히 아들놈은 그렇게 힘들지 않게 진행하는 것 같다.
가끔씩 소낙비와 함께 바람이 휘몰아치기도 한다. 이내 바지가 다 젖어버린다. 비가 개면 몸의 열기로 말리련만 도저히 그럴 기세는 아닌 것 같다. 묘하게도 5년전 여름 추풍령 구간을 종주 중에도 하루종일 비를 맞았던 기억이 난다. 진종일 비를 맞는다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인데,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이나 반복해서 지긋지긋한 우중 산행을 하는 꼴이 되었다.
가성산에서, 또 장군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차라리 빙판길이 더 나을 것 같다. 몇번이고 진탕 속에 넘어지면서 행색이 거지나 마찬가지다. 등산화에도 물이 들어가 질척거린다.
<추풍령 가는 길>
7시 30분경 눌의산에 도착하였다. 추풍령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도시락 싸고 진행한 것이 억울하기도 해서 바람막이가 되는 곳에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꺼냈다. 사늘하게 식어버린 밥을 국물없이 먹을려니, 쉬 넘어가질 않는다. 아들놈은 몇 숫가락을 꺼적거리다 그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다래주를 한잔 마시자 갑자기 토할 것 같은 매스꺼움이 올라온다.
8시 40분경에 도착한 추풍령은 3년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추풍령 시비를 찾아봐도 보이질 않고, 새로운 고속도로가 완공이 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아들놈에게 작점고개까지 진행하자고 하니 흔쾌히 가겠다고 한다. 산행로가 평단하고 12시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정상에서 본 금산은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더 이상 시멘트 재료를 채취하고 있지는 않았다. 드믄 드믄 철망으로 쳐진 보호막이 위태롭다. 나무에 와이어를 감아 고정시킨다고 해서 깎아지른 절벽위의 바위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금산정상에서 본 시멘트 채취장>
곳곳에 진달래와 노란 산수유가 흩어져 꽃을 피우는 것으로 봐도 완연한 봄이다. 비만 오지 않았으면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기점고개를 지나 작점고개에 도착하여 묘함산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또 능선을 갈아 타기도 하였다.
정각 12시,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도상거리 17km를 8시간 산행한 셈이다. 여유분의 바지가 없어 젖은 바지를 입고 집까지 가야하는 문제가 있지만, 어쨋든 무난하게 산행을 마쳤다. 얄밉게도 산행 내내 내리던 비는 그제서야 그쳤다.
<시산제>
예정된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올해 백두대간을 무사하게 산행하게 해 달라고 천지신명께 제를 올렸다. 준비한 제수하고 절차가 그럴 듯하였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큰 맘먹고 기부한 오겹살을 회원들이 잘 드시질 않는다. 회원들이 소비한 게 반 정도의 분량밖에는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머지는 뒤 따라오던 서울 목동의 개미산악회 등산객들에게 십시일반으로 나눠준다. 그래도 남은 것은 내가 챙겨오기는 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아들놈의 주력을 지켜 보면서 다음 산행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