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커뮤니티 더불어 살아가는 원리, 지역공동체 2009-02-06 14:44:16 [ 이소진 기자 ]
기사전문 http://www.newshankuk.com/news/news_view.asp?articleno=j2009020614441691357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소통방식, 제도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 현대사회가 가지는 한계와 부족한 점을 보안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다.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체(community)는 생태적이고 자연적인 질서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인간관계를 담고 있는 사회결속체라고 할 수 있다. 유사이래 사람들은 지리적인 범주 내에서 서로 작용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를 공유하며 공동체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지난 30~40년간 급속히 진행된 도시화로 인해 전통적인 공동체는 급격히 해체되어 왔다. 그 결과, 공동체적 삶이 붕괴되면서 생기는 도시의 각종문제들은 속출하게 됐다.
양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나는 행복한가?’란 의문을 던지게 됐고, 삶의 질에 대한 욕구와 환경, 문화에 대한 욕구는 커졌다. 더욱이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아이러니하게 인간의 본성과 주체성을 기본으로 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 더 절실해 졌다. 도시민들은 과거의 혈연, 지역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가 아니라 도시의 익명성, 비인격성을 극복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에 대해 관심은 집중됐고, 복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역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각기 입장에 다양할 뿐만 아니라 나름의 이유와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병폐에 대한 대안의 요소로 바라보거나, 기존의 시민운동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고민 속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또 행정이나 정치를 하는 상황에서 지장자치제도 정착이나 지역 발전,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관심을 갖기도 한다. 본지에서는 산업화, 개인주의 팽배로 인해 고립되고 원자화된 도시민들의 삶을 묶어줄 대안으로써 공동체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인간세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보편적인 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소통방식, 제도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 급속한 무한경쟁 시스템 속에서 여전히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는 지역공동체 문제에 대해 열린사회시민연합 박홍순 공동대표와의 인터뷰 내용과 단국대 사회과학부 조명래 교수의 <도시공동체의 등장과 활성화>를 참고로 풀어봤다.
주민자치센터의 우수사례를 발굴해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기회로 자리잡은 주민자치센터 박람회. 1년에 한번 전국 센터들이 모여 축제의 장으로 시민단체와 행정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열린사회시민연합 지역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급격한 도시 산업화가 가져오는 후유증이다. 환경오염, 교통, 주거, 복지와 같은 문제들은 도시 주민들의 삶을 제약하기 시작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으로써 지역공동체가 대두됐다. 박홍순 공동대표는 “현대사회가 가지는 한계와 부족한 점을 보안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과 강조로 이어졌다”며 지역공동체가 지역문제 해결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사회가 일정정도 발전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있어왔다. 일본의 경우도 이미 80년대 지역에 대한 바람이 일기 시작해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0년대 중반이후 공동육아, 대안학교, 지역화폐, 마을공동체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확산되고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전통적인 공동체는 급속히 무너진 반면에 도시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공동체는 아직 형성기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제대로 자리를 잡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곳도 태반이다.
그렇다면 일상에 쫓기는 일반 서민들이 서로 보듬고 살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이제까지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면 주로 정부기관이나 공공이 감당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역주민의 참여가 배제된 체 권위적인 관료행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일각에서는 근대화를 이루면서 제도민주주의, 정치적인 자유, 권리의식이 상당히 신장됐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민주적인 역량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상호 존중하고, 이해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과 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중앙 집중의 폐해와 문제제기가 가속화되고 도시주민들의 생활이 다원화되면서 공공부분이 감당할 수 없는 미세한 영역과 틈새를 주민 스스로 일어나 해결하고 나서고 있다. 또 사적인 관심에서 시작한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게 되거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모임 활동을 하다가 공익을 추구하게 되는 등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지역공동체의 전반적인 추세를 본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더 활성화되고 가속화되는 있는 상황이다.
해뜨는 집은 위험하고 불편한 건축구조로 집수리 봉사다. 집에서 조차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환경을 지원한다. ⓒ열린사회시민연합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 한파 속에서 파편화되고 개별화된 도시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의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 박홍순 공동대표는 “세계경제 위기의 영향은 지역사회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먼저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퇴출되고 밀려난 사람들이 어디로 가겠는가”라며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지역사회에서 받아줄 시스템이 없으면 심지어는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어 지역사람들의 따뜻한 연대망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으로 지역공동체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조명래 교수는 개별 공동체운동이 가야할 역할은 ‘공동체적 가치’를 만들고 구현하는 것이라며 일본의 마찌즈꾸리 운동(마을 만들기 운동)을 소개했다. 1970년대부터 크게 유행한 마찌즈꾸리 운동은 지역환경보전과 쾌적성을 확보하기 위한 주민운동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운동의 확산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지역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또 주요한 특징은 환경을 넘어선 생활협동조합, 생태학교를 운영, 마을 역사와 문화 알리기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부 중심의 자원봉사 활동이 주였다면, 집수리 봉사는 전문기술을 가진 남성들과 가족단위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원봉사의 범위가 확대되고 활성화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일구는 데 일조한다. ⓒ열린사회시민연합 다양한 시도, 두 마리 토끼 잡기 최근 들어 공동체들은 개성을 내세우고 스스로 노력을 통해 다른 공동체와 차별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 덕분에 지역공동체들은 더욱 뚜렷한 분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산의 송정동에 위치한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 기존의 지역공동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다. 주민자체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지역의 어려운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 반찬배달을 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요리강좌 개설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던 중에 자체 회사를 설립했다. 주민들이 출자를 해 ‘반찬가게’란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면서 요리강좌와 자원봉사를 하던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게 됐다.
‘반찬가게’에서 만들어진 반찬상품은 인터넷과 오프라인 판매를 통해서 이익을 만들어 냈고, 그 지역의 특산물인 기장미역을 결합시켜 회사로써의 운영체계를 확립했다. 창출된 이익은 개인들에게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해 왔던 반찬봉사에 재투자함으로써 봉사를 더 활성화시켰다. 이렇게 자원봉사에서 출발했지만 기업을 만들어서 일자리를 만들고, 자원봉사도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경제현실을 고려해 볼 때 공동체의 공익측면과 경제라는 측면이 모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익과 경제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아니지만 현대사회, 특히 도시에서 생겨나는 공동체는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개체를 통한 결성이 많은 편이다. 공동체가 미래적인 대안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의식, 사회적인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물질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생활의 실질적인 기반위에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거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서로 간에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의 단적인 예가 녹색가게, 생활협동조합, 지역통화와 같은 경제공동체 운동이라 하겠다. 녹색가게운동은 상설 물물교환을 통해 물품의 수명을 최대한 늘이고 재사용하는 나눔의 생활문화를 가능하게 한다. 현 인류가 당면한 환경위기와 경제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비하는 공동체다. 녹색가게가 다분히 소비절약을 위한 공동체라면 생활협동조합은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보다나은 생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협동하는 공동체다.
조명래 교수는 “소비자이자 생활자인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생활, 가족의 생활, 그리고 자기 주변과 지역의 생활환경까지 보다 낫게 이룩하고자 하는 바람과 기대”가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초 공산품을 나누는 구판장 형태로 시작돼 90년대부터는 생명운동이나 환경운동과 결합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됐다고 덧붙였다.
경제공동체운동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지역통화다. 우리나라에서 활성화 된 곳을 꼽으라면 ‘지역품앗이 한밭레츠’와 ‘과천 품앗이’, ‘송파 품앗이’ 등이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 우리민족의 상부상조 전통인 품앗이, 두레, 계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지역 내 통용되는 공동체화폐를 통해 회원들이 노동과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교환제도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노동과 물품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자신도 제공받을 수 있는 ‘다자간 품앗이’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지역통화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1983년 캐나다 마이클린튼이 레츠(Local Exchange Trading System, LETS)란 이름으로 시작한 시스템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00개 이상 활동하고 있다.
시민들은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인간가치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사회를 발전시킬 원동력으로 자리잡아 간다. ⓒ열린사회시민연합 대안적 공동체를 찾아서… 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표적인 주거공간은 아파트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단지는 약 2만개에 이르며 전국 주택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가장 현실적인 공동체이자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아파트 지역공동체’다.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아파트 관리를 목적으로, 주거권 확보를 위해 아파트 공동체 탄생을 꾀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적 욕구를 집단적으로 충족하기 위해서, 주민축제, 주변하천이나 산을 가꾸는 쾌적한 환경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활성화 되는 이유는 30~40대 주부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활동은 대부분 여성들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터와 거주지가 분리되어 있는 도시에서 생기는 특징이다. 여성들의 관심은 주로 육아, 교육, 환경으로 시작된다. 공동 육아부터,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친환경적인 생활환경 만들기, 그리고 주민 공동의 노력으로 자연 생태를 복원하기 위한 공동체까지 만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이다.
특히 교육문제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공동체가 ‘대안학교’다. 초기에는 획일화된 제도권 교육이 가져오는 인성파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같은 뜻을 가진 부모들이 만들었다. 대안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녀들을 자율적으로 교육시키고 자녀들에게 개성과 인간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체험하게 했다. 농촌이나 산간지역에 주로 학교를 짓다가 인간적인 문화적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운동이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현재는 도시지역에도 생겨나고 있다. 대안학교가 확산되면서 문제점도 커지고 있지만 본지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지역공동체를 설립함에 있어서 공동체의 소식을 전해주는 지역신문의 중요성도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또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동체라디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공동체라디오 예산 전액 삼감으로 존폐위기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대구 성서, 서울마포, 관악 등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방송사와 공동체라디오 준비하는 지역공동체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회를 만들었다. 이처럼 목표와 때에 따라서는 운집하고 결속하면서 지역공동체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수행할 역할을 더하기도 한다.
조명래 교수는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이해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으로 조직하는 공동체가 빠르게 조직되고 결속되고 있다”며 또 “주민들의 노력을 통해 공동체 형성이 다양한 영역과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늘어나고 있는 공동체의 한계에 대해 “일부 지역운동가에 의해 주도되면서 주민의 참여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하고 적극적일 경우라도 중산층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주된 멤버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