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세오 형제
* 맛세오 형제는 형제회의 또 하나의 중요 인물이다.
그는 [잔 꽃송이]에서 가장 독특하고 활달한 인물이며 10,11,12,13,32,39장...등에서 나온다.
1221년에 입회했으며, 훤칠한 키에 미남이었다.
그의 대화는 언제나 흥미진진했으나, 약간 교만한 흠을 지니고 있었다.
성 프란치스꼬는 그를 겸손하게 하려고 애썼다. 1280년에 세상을 떠났다.
잔꽃송이 <제10장>
맛세오 형제가 반 농담삼아 온 세상이 성인을 따르고 있다고 말하자,
성 프란치스꼬는 그것은 세상의 수치요, 실상은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것이라고 대답한 일*
언젠가 성 프란치스꼬는 천사의 성 마리아 수도원에서 마리냐노의 맛세오 형제와 함께 지냈다.
맛세오 형제는 성덕이 높고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며,
더욱이 하느님의 사정을 이야기하는데는 천부의 은총을 지니고 있었다.
성 프란치스꼬가 숲속에서 기도를 끝내고 숲 어귀에 나와 있는데,
맛세오 형제는 성인의 겸손을 시험해 보려고 마중나와서는 농담조로
"왜 당신을 ..., 왜 당신을 ..., 왜 당신을 ..." 하고 말하니,
성 프란치스꼬는 “그 말이 무슨 뜻입니까?" 하고 물었다.
맛세오 형제는 "왜 세상은 당신을 따라가며, 또 왜 누구나 다 당신을 보고 싶어하고,
당신의 말씀을 들으려 하며, 그것을 순종하려합니까?
당신은 미남도 아니고, 학식이 별로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귀족도 아닌데,
왜 온 세상이 당신을 그처럼 따르는 것입니까?" 하고 말했다.
이 말을 듣자 성 프란치스꼬는 마음이 환희로 부풀어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하느님께 몰두되어
오래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성인은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린 후,
타오르는 열정에 넘쳐 맛세오 형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왜 그런지 알고 싶습니까? 왜 그런지 알고 싶습니까?
모든 사람이 나를 쫓아오는 그 이유를 형제는 정말 알고 싶습니까?
이것은 온 세상에 있는 든 의인과 악인을 내려다보시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 눈이 모든 죄인들 가운데서
나보다도 더 천하고, 더 부족하고, 더 큰 죄인을 보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하시고자 하는 그 놀라운 일을 위해서,
그 이상 더 천한 피조물을 찾지 못하셨기에
나를 택하시어 이 세상의 존귀한 자, 아름다운 자,
강한 자,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그래서 만선만덕은 창조주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지
결코 피조물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며,
누구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자랑하는 자는 영광과 존귀를 영원무궁토록 받으실 주님 안에서 자랑할 것입니다."
열성적으로, 그리고 그렇게도 겸손히 성인께서 대답하는 것을 본
맛세오 형제는 깊은 감동을 받았고,
성 프란치스꼬야말로 참된 겸손 위에 굳건히 서 있는 분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스도께 찬미. 아멘.
잔꽃송이 <제 11 장>
성 프란치스코가 맛세오 형제를 빙글빙글
돌게 한 다음 시에나로 출발한 일
하루는 성 프란치스코가 맛세오 형제를 데리고 길을 가고 있었다, 맛세오 형제는 조금 앞서 가다가 피렌체와 시에나와 아렛조의 세 곳으로 갈라지는 네 거리에 당도하자, “사부님 어느 길로 가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성 프란치스코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로.......”라고 대답하였다.
맛세오 형제는 다시, “그러면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성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 방법을 알려 주겠습니다.......이제 거룩한 순종으로 명하니, 형제가 서 있는 이 네거리에서 아이들처럼 혼자 빙글빙글 도십시오. 그리고 내가 말할 때까지 그치지 말고 계속 도시오.” 맛세오 형제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많이 돌았던지 이런 운동에 으레 생기게 되는 현기증 때문에 몇 번이나 땅에 스러지곤 하였다. 성인은 좀처럼 멈추라는 말을 안했으나, 이 형제는 충실하게 순명하려고 다시 일어나서 돌고, 돌다가 쓰러지면 또다시 일어나서 돌곤 하였다. 마침내 그가 가장 빨리 돌고 있는 순간, 성 프란치스코는 “그만, 더 움직이지 마시오!”라고 말하여, 그는 딱 멈추어 섰다.
성인이 “어느 쪽에 얼굴을 향하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맛세오 형제는 “시에나 쪽입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성 프란치스코는 “그 길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가 가기를 원하시는 길이오.” 라고 말했다.
맛세오 형제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앞에서 성인이 자기를 빙글빙글 돌리고 명한 것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지만, 감히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이 시에나에 가까이 오자, 시민들이 성인이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마중을 나와 경의의 표시로 성인과 그 형제를 주교관까지 어깨에 높이 떠메고 갔다. 그런데 마침 바로 그 시간에 시에나에서는 어떤 사람들 간에 싸움이 벌어져 이미 두 사람은 죽어 있었다.
이때 성 프란치스코는 그들 가운데 뛰어 들어가 참으로 감동적인 설교를 하였으므로, 마침내 그들은 화평을 되찾았고, 서로 단결하여 화목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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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성 프란치스코는 여러 번 시에나에 가 있었다. 이 에피소드는 아마도 성인이 그곳에 가 있었던 1212년에 있었던 것 같다. 도시의 여러 문벌들이 종종 자기네들끼리 싸웠던 것이 사실이다.
시에나의 주교는 성 프란치스코가 이룬 이 거룩한 업적을 듣고, 주교관으로 초대하여 그날 밤도 그곳에서 지내도록 했다.
겸손 그 자체이며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찾아 일하는 성 프란치스코는, 다음날 아침 자기 동료와 함께 일찍 일어나 주교가 모르는 사이에 아무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그 때문에 맛세오 형제는 길을 가면서 속으로 “이분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내게는 아이들 모양 빙글빙글 돌게 하고, 그처럼 융숭하게 대접해 준 주교님에게는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떠나왔으니......” 하고 투덜댔다. 맛세오 형제에게는 성인의 행동이 좀 경솔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께 영감을 받아 마음이 가라앉자, 마음속으로 자신을 책망하였다. “맛세오, 너는 정말 교만한 놈이구나.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시비하다니 네놈이야 말로 그 주책없는 교만 때문에 지옥에 떨어질 놈이다. 어제 프란치스코 형제가 보여준 거룩한 행동은 만약 하느님의 천사가 하였더라면 그보다 더 훌륭히는 못하였으리라. 그러므로 이분이 돌을 던지라 명하셨어도 너는 잠자코 순명해야 한다. 이와 같은 좋은 결과가 난 것을 보면 이분이 여행 중 하신 모든 일은 하느님의 뜻으로 된 것이 틀림없다.
이분이 서로 싸우는 사람들을 화해시키지 않았더라면 이미 벌어진 대로 많은 사람들이 칼에 맞아 죽었을 뿐만 아니라, 마귀도 또한 많은 영혼들을 지옥으로 끌고 갔으리라. 그러므로 분명히 하느님의 듯에서 나온 일을 불평하는 너야말로 참으로 바보요, 교만덩어리인 것이다.“
맛세오 형제가 앞장서 가며 마음속으로 이같이 혼자 속삭인 것은 모두 성 프란치스코에게 계시되었다. 성인은 그에게 다가가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형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매우 훌륭하고 유익한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불어넣어 주신 생각이니 잊지 말고 마음에 잘 간직하십시오. 그러나 조금 전에 투덜댄 것은 맹목적이고, 나쁘고, 교만한 것으로 악마가 형제의 영혼에다 심어놓은 것입니다.”맛세오 형제는 성 프란치스코가 자기 마음의 비밀을 알고 있으며 천상적 상지의 영이 모든 행동에 있어서 거룩한 사부님을 일일이 인도해 주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리스도께 찬미,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