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지기 칼럼 제1편)
"캄보디아"라 불리는 시공간의 마력
"영원한 유목민"(Ultra-nomad)의 정착지
지난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는 내게 존재도 없던 하나의 이름, "캄보디아"(Cambodia).
그 존재가 어느 날 갑자기 "의미"(meaning)를 지니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유홍준 선생이 언급한대로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면 보이지 않나니, 사랑한 후에 보는 것은 또한 예전의 그것과 같지 않더라"란 말이 새삼 실감있게 다가옵니다(문구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선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
불과 서너달 사이에 저는 알려고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던 "캄보디아"라는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크메르의 세계" 전체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게 되자 알려고 하게 되었고, 알게 되자 더 많은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생의 참혹함을 경험하며 불혹의 고비를 넘기기 바빠 보지 못했던 세계, 그것이 어느 날 보이지 않는 밧줄을 목에 건 제 눈 앞에 있었습니다.
마치 어느 2차대전 영화에서, B-26 중형 폭격기 한 대가 임무를 마치고 도버해협 너머로 귀환하는데, 조종석 유리창은 부서지고, 꼬리날개는 반만 남았으며, 주날개에는 대공포 구멍이 송송하고,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과 또 마지막 남은 한쪽 바퀴(랜딩기어)만으로 착륙한 것보다 더 처철한 몰골로, 저는 그 존재 즉 "쁘러떼 크마애"(캄보디아)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잔디가 깔린 활주로 저 편으로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황혼의 햇살처럼 눈부신 것이었습니다.
물리적 시공간과 현실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삶과 죽음의 선택을 강요받지만, 이제 정신적으로 더 이상 제 스스로 죽음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살아야 할 "의미"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찾아가고, 발견하고, 또 때로는 만들어낸 매력과 의미를 이 카페 안에 구현하려 합니다. 이 매력은 때로는 아주 구체적이고 객관적이고, 때로는 제 스스로 "구성한"(constructing) 하나의 작품처럼도 보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인간의 외부대상에 대한 바라봄은 언제나 절반의 객관과 절반의 주관이 함께 하는 것이니, 그것이 하나의 작품이라 하여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캄보디아"에서 어느 누구보다 정교하게 사실적으로 묘사(description)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보고 싶은" 혹은 "보아야만 할 크메르 월드"를 구성(construction)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실들"(facts)을 통해 현실 속의 모험을 시작할 것이며, "가치"(value)를 부여함으로써 미래를 향한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최근의 우리의 탐구여행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거나 고수하고 있는 관념들이 얼마나 "사실"(fact)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절감하게 됩니다.
흔히 알고 있듯이 캄보디아의 젊은 인구가 많은 것이 전쟁이나 의료체계 미비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AIDS가 끼친 궤멸적 인구통계학상의 불균형이라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리하여 젊은 인구의 과다함이 발전잠재력이 되기보다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될 가능성도 CIA 자료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반면에 이 자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캄보디아가 소득수준 500달러짜리 최하층 후진국이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 2,100달러로 상당히 높은 고용율을 가진 나라라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주변의 태국인들이 10배나 못사는 나라라고 업신여기듯 보는 시각과 달리, 태국의 절반수준에 육박한 개인 생활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점은 바로 제가 캄보디아에서 처음 느낀 몇 가지 의아한 현상 중 하나, 즉 왜 이리 소득수준 대비 물가(주로 식비와 숙박비)가 높게 느껴지는가 하는 의문점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사실에 대한 탐구노력과 별도로, 한편으로 저는 제가 보는 캄보디아의 다양한 아름다움과 잠재적 가치를 업그레이드 내지는 그 원류를 캐보려는 초기 작업에도 착수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넓은 의미의 가치창조에 관한 일이 될 것입니다.
어찌보면 당장에는 이러한 가치부여 노력이 매우 황당하고, 현실적 효용가치도 부족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한 시공간을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정보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스스로 부여하는 장기적 가치를 통해 미래의 현실에 적응하거나 혹은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나갈 가능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우리 카페에서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을 항상 의식하거나 혹은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카페가 보여드리려 하는 것은 바로 절반의 "사실들"과 절반의 "가치부여"의 절묘한 결합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러한 가치부여 과정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사실들"을 새롭게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저 자신도 처음에 예측하지 못했던 점으로, "경영학적 가치" 혹은 "가치지향 경영"과 같은 매우 역설적인 개념들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논의가 너무 추상적이고 따분한 것으로 생각하실 분들도 계셔서 다음 번 컬럼에서 조금씩 더 다루기로 하고 이 편을 마칩니다.
이제 인터넷 카페를 나서면, 또 다시 냉혹한 현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캄보디아라는 나라, 영원한 유목민으로 살아온 저를 아무래도 정착시키고 말 것 같은 불길한 기쁨을 안고 나갈 것입니다. 모두들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카페지기 울트라-노마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