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러분은 의사가 병에 잘 걸릴 뿐더러 평균 수명도 짧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의사는 병을 고치는 전문가로 그 원인과 치료법을 숙지하고 있다. 그런 전문가가 병에 걸리기 쉽다니 우스운 일이라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의사는 자기 건강이나 장수長壽라는 면에서 최악의 환경에 놓여 있다 해도 좋을 것이다.
가령 암 전문의 를 보자. 그는 날이면 날마다 암 환자들하고 상대한다. 의사로서 '어떻게든 암을 고쳐야 할 텐데'라는 초조감과 함께 암에 대한 공포의 이미지가 가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따라서 암으로 죽는 일이 많은 것이다. 파동이론으로 말하자면, 암의 파동과 동조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나이에 이르러 '이제 슬슬 성인병에 신경을 써야지....'하는 것도 고려의 여지가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식사에 신경을 쓰는 것은 좋지만, '성인병, 성인병'하고 지나치게 이를 의식하는 것은 도리어 병의 씨앗을 심는 셈이다.
그간 수많은 환자들과 접해 오면서 깨달은 사실은, 병에 잘 안 걸리는 사람은 '병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깟 병쯤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사람은 좀처럼 병에 걸맂 않는다.
스트레스 때문에 위궤양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비단 위궤양만이 아니라 만병의 원인은 본인 스스로 만드는 측면이 있다. 병에 잘 걸리는 사람과 잘 안 걸리는 사람의 차이는 타고난 체질이나 운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그 사람의 사고 방식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때 치과에 가면, 나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아픈 것이 싫어서였다. 미리 걱정을 안 하면 좋으련만 마냥 아픈 생각만 하다가, 그저 생각만 해도 절로 울음이 터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런 경험이 있는 나인지라, 류머티즘 환자를 대하면 아픔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이가 아파도 그럴 정도이니, 하물며 뼈가 녹아 내리는 아픔이야 오죽하랴. 날마다 환자들을 대하면서 나는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 하다'고, 아무리 노력한 들 남의 아픔을 어찌 알겠는가.
"선생님, 아파 죽겠어요." 하며 환자가 호소한다. 나도 '아플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환자의 얼굴이 웃고 있다.
아플 때 나는 우는데, 이들은 어째서 울지 않는 것일까.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그 손가락, 아프시죠?" 내가 묻는다.
"네, 아파요." 환자가 얼굴을 찡그린다.
하지만 가족이나 손자 이야기를 할 때면 환자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싱글벙글 즐겁기 조차 하다. '생각하지 않을 때'는 안 아픈 것이다.
첫댓글 제 일화를 하나 말씀드리면 얘전에 제가 수련하는 선도단체에 한 한의사분이 등록하셨는데 같이 얘기할 기회가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자신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 진 것 같아 등록했다고 하시면서 자신의 직업이 '내 건강을 깍아 남의 건강 채워주는 것 같다'는 말을 푸념하듯이 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그 이후 한 2개월정도 보이다가 안 보이셔서 그분 왜 안 나오시냐고 사범님한테 물어봤더니 '암에 걸려서 병원에 들어갔다'고 얘기하시더라구요. 그 이후로 그 한의사분이 어찌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