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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와 우리 농업의 미래
1. 현대 자본주의 산업문명은 석유문명이며 석유문명은 곧 무너진다.
- 오늘날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 저녁에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을 때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석유를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어느 틈에 석유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한 시도 생존할 수 없는, 석유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금단현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고 마는 석유중독자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생각해보라. 침대, 손전화, 칫솔, 치약, 정수기, 전기밥솥과 주걱, 그릇과 행주, 자동차, 사무실 책상과 의자, 사무집기, 각종 문구, 텔레비전 등등 일상생활 구석구석 석유 제품이 아닌 것이 거의 없다.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는 그 가운데 작물이 성장하면서 하늘로부터 공짜로 받은 축복의 햇빛에너지를 빼고 나머지 대부분은 돈주고 사는 석유에너지의 응결체이다. 씨앗에서부터 농약과 각종의 농자재, 논밭을 갈고 농약을 주고 또 가을걷이하는 데 들어가는 각종 기계 모두에 석유가 들어가야 한다. 현대 산업문명이 석유문명이라면 현대 산업농업은 석유농업이다.
오늘날 우리는 현대 산업문명의 풍요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누리는 정도가 아니라 주체를 못할 정도로 낭비와 과소비를 일삼고 있다. 도처에 물건이 넘쳐흐르다 못해 물건과 음식이 썩어 버려지고 있다. 한 번만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물건들은 너무 흔해 발길을 가로막을 정도이다. 멀쩡한 물건도 쓰레기로 버려지면서 곳곳에 쓰레기산이 생기고 하늘 높이 솟은 소각로 굴뚝이 바벨탑처럼 솟아올라 있다. 물론 이런 풍요의 그늘에는 굶어 죽어가고 있는 극빈층과 제3세계 인민들의 비참한 현실이 가려져 있다. 한마디로 석유문명은 그 절정에 도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의식주, 에너지 소비생활 수준은 제3세계 인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상 그 어떤 제왕보다도 더 사치스럽고 높다.
- 그런데 현대산업문명이 절정에 도달한 이 시점에서,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알아차려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현대 석유문명 또한 그 본질은 사라져버린 문명들처럼 자살문명이라는 점이다. 석유는 무한하지가 않다. 석유생산이 소비를 따라잡지 못하는 석유정점(Peak Oil)이 머지 않았다. 석유정점 이후로 석유는 현재의 소비가 줄지 않는다면 대략 40년밖에 쓸 수 없다.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정신나간 사람들은 우라늄의 가채년도가 약 50년밖에 안된다는 상식의 진실을 되새겨보지 않는 색맹임이 틀림없다. 현재의 석유문명 또한 석유가 없다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말 것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타이타닉 5분전의 승객들처럼 우아한 음악을 들으며 우아한 광기의 소비에 매몰되어 미래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 현대 자본주의와 과학기술 발달, 그리고 산업혁명은 무엇이 먼저인지 논란을 빚을 정도로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세쌍둥이처럼 태어나 인간의 삶을 완전히 다르게 바꾸어 놓았다. 1800년 약 10억이던 세계인구는 세 쌍둥이의 놀라운 마술 덕분에 이제 65억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들을 먹여살리는 공업화된 석유농업은 녹색혁명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각 지역의 환경에 적응해 왔던 전통농업과 가족소농을 완전히 파괴해버리고, 다국적 곡물메이저의 노예로 전락시켜버렸다. 게다가 이제는 생명공학이라는 끔찍한 과학기술로 유전공학 농업까지 확산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런 현대 자본주의의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석유농업, 유전공학 농업은 사실상 인간과 자연을 극한까지 착취하는 착취농업이며, 소수의 석유메이저 이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비참하게 생활하다 죽어야만 하는 흡혈귀 농업에 다름 아니다.
사람들은 2세기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땅속에 파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어마어마하게 퍼올려 소비했다. 그 결과 땅속에 수억년 동안 잠자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속으로 다시 귀향해버렸다. 이제 기후변화는 사람이 스스로 자초한,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유럽은 멕시코난류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서 빙하기의 도래가 오는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하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극심한 홍수와 가뭄이 자주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의 공기는 석유화학물질로 뒤범벅되어 체내에 축적되기 시작한 독성 화학물질은 어떤 질병을 일으킬지 짐작조차 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는 식물들을 혼란에 빠뜨려 개화시기에 이상이 생기면서 식량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오늘날 수많은 연구자들이 석유정점에 대해 경고와 예언을 하고 있다. 그들은 허버트 시대보다 더 엄정하고 정확하게 석유매장량 자료를 조사하고 확인하면서 석유의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한다. 국제석유가스정점연구협회(ASPO)를 창설한 콜린 J. 캠벨을 비롯하여 케네스 S. 데페이예스, 리처드 하인버그, 매튜 사이먼스 등 수많은 학자와 저술가들은 각자 조금씩 다른 접근방식과 논지를 펼치고 있지만 대체로 석유정점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인류는 에너지전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종말을 맞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2007년에서 2010년 또는 2015년, 멀리 잡아도 2020년 안에 정점이 올 것으로 말하고 있다. 사실 석유정점이 정확히 어느 해인지를 밝히는 것은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가까운 시일 안에 석유가 정점에 이를 것이며 우리에게는 준비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그럼에도 인류는 오늘 당장의 석유잔치에 눈이 멀어 있으며 이대로 가면 끔찍한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에 있다.
물론 이같은 정점론자들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아직 석유는 몇 백년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며 천연가스도 수백년을 쓰고도 남아돌 만큼 매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원자력과 핵융합, 메탄 하이드레이트 등 각종 첨단 에너지 기술투자를 통해 오히려 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대중을 오도하는 석유정점론자들은 사이비 과학에 근거해서 지구온난화 캠페인을 벌이는 환경종교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사이비 종말론자들이며, 에너지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반인민주의 캠페인이라며 에너지의 밝은 미래을 역설한다.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서가 아니라 청동과 철이 우수했기 때문에 종말을 고했듯 석유시대가 끝나는 것은 석유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고차원의 에너지 기술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다. 피터 후버, 비외른 롬보르그, 마이클 린치 등과 석유회사들, 그리고 미 지질조사연구소와 에너지정보청 등이 이런 낙관주의를 대표하는 사람들과 기관들이다.
- 이미 전세계 50개 남짓 산유국 가운데 그 절반인 25개 나라 이상이(BP 통계는 20개가 안 되지만) 정점을 지났다. 석유 회수 기술이 발달되어 1차 회수, 2차 회수를 하고도 남은 절반 가량의 석유를 3차 회수, 즉 물과 증기, 탄산가스, 탄화수소, 기타 다른 물질을 주입하여 회수율을 기존의 두 배 이상 올리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미 세계 각지의 표면 탐사는 대체로 40여년 전에 벌써 다 끝났다. 세계 석유매장량은 약 1조 8천억 배럴에서 2조 1천억 배럴로 추산한다. 그런데 미 지질조사연구소는 3조 1천억 배럴로 추산한다. 아라비아반도 전체의 석유와 맞먹는 대규모 유전이 새로 발견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석유 발견의 역사는 이미 1963년에 석유발견도 정점에 이르렀음을 알려 주고 있다. 달나라나 화성에 가서 대규모 유전을 발굴하지 않는 한 창백한 푸른 점으로 표현된 바도 있던 이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 남아 있는 대규모 유정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카스피해를 탐사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아라비아 반도와 남사군도의 대규모 유전을 시추한다 해도 다가오는 석유확보 전쟁을 피하게 하지는 못한다. 물론 네스국제에너지라는 석유회사의 한 몽상가가 지금이야말로 사해 밑에서 지구의 모든 대륙을 떠받치고 있는 ‘석유 대서양’을 채굴해야 한다고, 그 석유 대서양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사해의 소금덩어리를 뚫고 들어가 이스라엘이 산유국이 되어야 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혹시나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 천연가스 또한 이미 생산국의 2/3에서 채굴량이 감소하고 있고 더구나 가스는 유전보다 더욱 가파르게 고갈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도 가스는 운송과정에서 파이프라인의 균열 때문에 엄청난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도 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선박운송을 위한 액화천연가스는 영하 176도로의 액화, LNG선 건조, 항구 건설, 운행과 저장 등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샌드오일은 석유 3배럴을 얻기 위해 6톤의 샌드오일을 채굴해야 하고 2배럴의 석유를 써야 한다. 게다가 1배럴의 석유생산에 2.5배럴의 폐수가 나와 거대한 폐호수가 생성될 만큼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샌드오일 공장이 있는 캐나다의 앨버타 주민들은 유사공장 폐쇄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며 원주민 추방, 북부 삼림 파괴, 가축 집단 폐사, 유산율 증가 등 각종 환경문제에 대항하는 강력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략 450여 기의 발전소에서 전세계 에너지의 5%, 전기의 12% 정도를 충당하고 있는 원자력에 대해서는 체르노빌과 드리마일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아도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안정성은 말할 것도 없고 핵폐기물 처리 비용만 해도 앞으로 더욱더 천문학 숫자를 적어 넣어야 한다는 점과 발전에 들어가는 엄청난 물 문제 이외에도 사실 우라늄의 가채연도 또한 50년 남짓할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만다. 꿈의 에너지라고 선전하는 핵융합 기술은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한국의 독도 주변 심해에 무진장(실제로는 이 또한 유한한 자원이다) 잠자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심해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메탄가스로 대기 중에 방출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관련되어 지극히 위험한 자원이다. 시시때때로 대단한 포집기술을 개발했다고 떠들썩하게 언론에 등장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없었던 얘기가 되고 마는 까닭은 메탄가스를 포집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또 엄청나기 때문이다. 석탄은 아직도 매장량이 많이 남아 있지만 남아 있는 석탄을 캐는데 드는 에너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석탄 발전소는 석탄을 때면서 만들어진 에너지의 2/3를 낭비한다. 수소 또한 자동차 중심의 현대 산업사회가 낳은 기형의 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고 저장하고 운반하고 주입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스나, 원자력, 메탄 하이드레이트, 석탄, 수소, 기타 그 어떤 에너지도 석유정점 이후의 대안이 아닐뿐더러 현재와 같은 인류의 미친 듯한 에너지 과다소비를 떠받쳐 줄 에너지 자원은 이 지구상에는 없음이 명백하다.
2. 끔찍한 식량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 우리가 먹는 식량의 90% 이상이 석유이다
- 석유정점이 되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고 지금의 값싼 비료와 농자재, 농기계는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20세기 후반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사막화, 홍수 등 크고작은 자연재해와 이상사태는 10배나 늘어났고 그 빈도는 더욱 가파라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라는 리바이어단이 출몰한 이래 단 2백년만에 2배나 높아졌다. 이제 다양한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가던 지구라는 낙원은 불타는 지옥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멕시코난류(Gulf Stream)의 흐름이 3분의 1이나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유럽에는 조만간 빙하기가 도래하리라는 불길한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같은 기후변화는 곧바로 식량생산에 엄청난 혼란과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한마디로 끔찍한 식량재앙, 식량 전쟁이 바로 타이타닉 5분전처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에너지 재앙, 에너지 전쟁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 펜타곤보고서는 석유중독 국가인 미국의 인식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으며, 이들이 상정하는 석유정점 이후의 세계는 전쟁과 기아이다.
- 현재의 곡물생산량은 지구상의 65억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리고도 남는다. 굳이 식량과발전연구소(Food First)의 주장을 되살리지 않아도 이는 상식이다. 지금 세계 곡물생산량의 40%가 가축사료로 소비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곡물생산량의 80~90%를 가축사료용으로 소비한다. 우리는 선진국의 비만과 다이어트, 제3세계의 굶주림과 기아사망이 공존하는 기이한 문명병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같은 부조리와 불합리는 물론 식량의 불평등한 분배에 그 까닭이 있다. 굶주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를 불리는 곡물교역량 80% 점유의 미국계 카길,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와 프랑스계 드레퓌스(12%), 아르헨티나계 벙기(7%), 스위스계 앙드레(5%) 등 5대 곡물메이저들, 몬산토와 같은 유전자조작 종자와 농약생산 다국적 기업들이 있는 한, 그리고 이들을 지원해 소농 중심의 지역 식량 자립을 무너뜨리고 있는 국가가 있는 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불평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굶주림은 분명히 식량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 체제의 문제이고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그러나 푸드퍼스트는 지금의 식량생산이 현재의 햇빛에너지만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석유라는 과거와 미래의 햇빛에너지를 약탈해서 이룩한 생산량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생산량은 석유가 고갈되는 그 순간 거품이 빠지듯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식량생산량이란 엄밀하게 말해 현재의 햇빛에너지로 생산되는 생산량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인구는 지구생태계 차원에서 명백히 과잉인구이며 이는 어떤 형태로든 조절과정을 거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필연이다.
- 지난 50년 동안 세계 곡물시장은 늘 과잉생산과 과잉공급 상태였다. 물론 그때그때의 작황에 따라 일부 나라에서 대규모 수입을 하게 되면 곡물가격은 춤을 추었다. 1972년 구소련이 흉작으로 곡물을 수입하게 되자 국제 밀 가격과 쌀 가격이 단숨에 2배로 치솟았다. 한국이 1980년대 초에 200만톤 규모의 쌀을 긴급 수입할 때도 곡물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93년 일본이 쌀의 대흉작으로 말미암아 250만톤 규모(전세계 무역량의 약 20%)에 이르는 쌀을 대량 긴급 수입하기로 하자 세계 쌀시장은 순식간에 큰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곡물시장은 공급과잉에서 공급부족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2002년 9월 캐나다는 가뭄과 고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하자 다음해 수확기까지 밀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개월 후 이번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생산량 부족으로 이전에 거래하던 나라에 한하여 밀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003년이 되자 유럽에 찌는 듯한 기상이변이 강타했고 유럽연합은 곡물의 전면 수출중단을 선언했다. 2004년 초 중국이 마침내 밀 800만톤을 수입해야 하는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이것은 21세기 식량시장에 지난 세기와는 전혀 다른 가장 큰 변수가 등장했음을 알리는, 그리고 세계 식량 사정이 이전과는 전혀 질이 다른 문제에 봉착했음을 나타내는 신호탄이었다. 그해 8월 중국은 베트남으로부터 쌀 50만톤을 수입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했다. 국제 쌀 교역량이 현재 약 2,500만톤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이 가운데 1,600만톤을 태국, 베트남, 미국이 수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식량수입국 전락이 미치는 앞으로의 국제 곡물시장 혼란을 짐작하게 한다.
3. 한미 FTA와 우리의 선택: 지속가능한 농업, 지역자립농업
- 지금과 같은 세계화는 길게 보면 전혀 불가능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인민들의 세계화 반대투쟁보다는 석유와 천연자원의 고갈 때문에 아마도 붕괴되고 말 것이다. 전세계 석유의 절반 이상이 비행기, 선박, 자동차, 철도 등 교통 관광 분야에 소비되고 있다. 오늘날 관광산업의 발달은 값싼 석유가 만든 아주 짧은 시간의 백일몽일 뿐이다. 석유정점에 도달하면 더 이상 값싼 석유는 지속될 수 없다. 세계는 혼란 속으로 들어가고 말 것이다. 물론 해상교통은 여전히 지속되겠지만 이전처럼 석유를 이용한 해상교통 중심은 전혀 아닐 것이다.
- 한미 FTA는 우리에게 이중의 기회를 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미FTA는 한국 농업을 초토화시켜버리고 말 것이다. 값싼 석유를 기반으로 미국의 값싼(그러나 믿을 수 없는) 식품들이 물밀 듯이 밀고 들어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농업의 숨통을 끊어놓고 말 것이다. 규모를 키우고 석유를 투입하는, 시장경제에 편입된 공장제 농업은 그것이 영세하건 대규모이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 반면 전혀 다른 대안을 추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할 것이다. 가족농을 중심으로 한 자립 농업, 지역에 기반을 두면서 얼굴없는 시장이 아니라 얼굴과 얼굴이 만나는 지역 유기농산물 직거래, 지역자치의 농업이 바로 그것이다.
- 기후변화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본주의 기업 농업, 석유농업을 폐기하고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 이러한 전환은 자동차를 타고 가는 고속도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게 마나 함께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이루어진다.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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