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언어 66
주어, 서술어. 많이 들어본 말이죠?
문장의 주체가 되면 주어, 그 주체를 설명하면 서술어입니다 "
저 꽃 참 예쁘다" 이 말에서 꽃이 주어고 예쁘다가 서술어입니다
자연스럽게 말이 되죠?
그런데 서술어로 쓰이는 말이 저 혼자서는 자연스러운 말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충을 해주는 말이 꼭 들어가야 완전한 문장이 됩니다
그럴 때 보충해주는 말을 보어라고 합니다 이처럼 보어가 꼭 필요한 단어 두 개가 있습니다
'되다'와 '아니다'입니다
이 단어들이 홀로 서술어로 쓰이면 어디가 빈 듯하고 이상합니다
"나는 되었어" "나는 아니야" 이렇게 말을 하면 뭐가 되었고 무엇이 아니라는 말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성질 급한 수성동 황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메 깝깝헌 거" 성질이 느긋한 지노 형님은 가슴에 팔짱을 끼고 이렇게 말합니다
"저거 또라이구만" 답답하니까,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하니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ㅡ"좋은 하루 되세요"가 바로 그런 소리를 듣기에 딱! 맞는 말입니다
이 말을 생략하지 않고 그대로 쓰면
"당신은 좋은 하루 되세요"입니다 뭔가 이상하죠?
바로 주어와 보어가 같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당신≠좋은 하루] 이 문장을 바르게 하려면 이렇게 써야 합니다
"당신은 착한 사람이 되세요"
"당신은 꼭 선생님이 되세요"
이러면 [당신=착한 사람] [당신=선생님] 이렇게 됩니다 말이 되지요?
주어와 보어의 격이 같으니까 자연스러운 문장이 되는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주어가 사람이면 보어도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좋은 하루 되세요"는 주어는 사람인데 보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올바른 문장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이제 이해하시겠어요?
이럴 때는 서술어를 바꾸어야 합니다
'되다'처럼 보어를 필요로 하는 말이 아닌, 다른 말로 바꾸어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서술어를 바꾸어서 써보겠습니다
"당신은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당신 말이야 오늘 멋지게 좀 보냈으면 좋겠어"
"당신 마음먹고 오늘 아침을 환하게 열어봐"
너 말이야 오늘 하루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어"
이렇게 서술어를 바꾸니까 자연스럽고 좋잖아요
직접 말을 할 때는주어를 빼고 하세요
상대방에게 인사말을 건네면서 자기 마음속의 염원을 담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하라는 겁니다
굳이 말도 안 되는 "좋은 하루 되라"고만 고집하다가 깝깝하다느니 또라이라느니 이런 말 듣지 말라는 겁니다
ㅡ제 말에 동의하십니까?
생활언어 67
뜻도 글자도 발음도 비슷한데 쓰이는 자리가 다른 것이 있습니다
꽤, 꽤나, 깨나가 바로 그런 단어입니다
<꽤>는 '보통보다 조금 더'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부사이기 때문에 용언(동사,형용사)이나 다른 부사를 꾸밀 때 씁니다
"그 친구랑 나는 꽤 가까운 사이였어"
"어젯밤엔 술을 꽤 많이 마셨다"
<꽤나>는 '꽤' 뒤에 조사 '나'가 붙은 말입니다
'꽤'랑 뜻도 같고 쓰임도 같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꽤'의 힘줌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고기가 꽤나 질기다"
"그곳까지 꽤나 멀다"
<깨나>는 '어느 정도 이상'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조사이기 때문에 체언(명사,대명사,수사) 뒤에 붙여 씁니다
"돈깨나 있다고 남을 깔보면 안 된다"
"인상을 보니 심술깨나 부리겠더다"
"저 팔뚝 좀봐. 힘깨나 쓰게 생겼네"
"그게 나이깨나 든 사람이 할 소리요?"
한 가지 더 알아 둘 것은 '깨나'는 비꼬듯이 하는 말에 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생활언어 68
남의 집 애경사에 갈 때마다 곤란한 일이 있습니다 봉투에 한자로 쓰는 문구 때문입니다
'축 결혼' '부의'가 대표적인 것이고
환갑, 돌, 칠순, 병문안 등 이런저런 일에 갈 때마다 봉투에 몇 자 적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꼭 한자로 써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 거기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게습니다
경사 때는 "기쁨을 함께합니다",
애사 때는 "슬픔을 함께합니다"라고 씁니다
이렇게 한글로 썼다고해서 한자로 썼을 때보다 제 마음이 덜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병문안 갈 때는 '건승'이라는 말 대신에 "얼른 낫기를 기원합니다" "쾌유를 빕니다" 이런 말을 씁니다
한자를 못 써서 남들한테 써달라고 부탁하거나,
아예 문구가 새겨진 도장 세트를 마련해놓고 필요에 따라 봉투에 찍어서 가지고 가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
감사하다고 해야 고마움이 더 큰 것 같고,
죄송하다고 해야 미안한 마음이 더 많이 전달되는 것 같다는 생각과
애경사 때 건네는 봉투의 문구는 한자로 써야 더 정중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같은 경우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깨뜨려야 할 고정관념입니다
자기가 손수 쓴 손글씨보다 더 정성이 담긴 게 어디 있겠어요?
한글은 다 쓸 줄 아니까 부담 가질 것도 없고요
글씨를 대충 흘려쓰지 않고 또박또박 쓰는 것 자체가 자기의 정성을 담는 일입니다
한글이냐 한자냐가 마음을 담아 전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이때 '함께하다'는 꼭 붙여서 쓰세요
"운명을 함께하다"와 "축구를 함께 하다"는 다르니까요
붙여 쓰면 '어떤 뜻이나 행동을 더불어 하다'는 뜻이 되고,
띄어 쓰면 '모여서 어떤 일을 하다'는 뜻이 됩니다
생활언어 69
<사단>은 '사건의 단서'라는 뜻이고,
<사달>은 '사고나 탈'이라는 뜻입니다
사건이나 사고가 생겼을 때 흔히
"사단이 났구먼"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사달이 났구먼"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사달이 났네"
"내가 큰 사달이 벌어질 줄 알았어"
@"애초에 모든 일의 사단은 그 사람이었어"
"증거가 없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단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단은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생활언어 70
불고염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염치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입니다
이 말이 우리말의 문장성분 순서에 맞게 바뀌어
염치 불고하다로 쓰입니다
염치는 '체면을 생각하는 마음'이란 뜻이고,
불고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는 '체면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급박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 쓰는 말입니다
"초면에 염치 불고하고 이런 부탁을 드립니다"
"워낙 급해서 염치 불고하고 돈 좀 빌리러 왔습니다"
쉽게 이해하시라고 시쳇말로 말하면,
염치 불고하다는 '쪽팔리다'는 뜻입니다
예문으로 확인해 봅시다
"쪽팔리지만 하도 급해서 왔습니다. 돈 좀 빌려주세요"
염치 불고하다, 체면 불고하다, 불고염치, 쪽팔리다 이 말들은 다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염치 불구하다'로 잘못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불구하다>는 '얽매여 구애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양반 참 가난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자식은 잘 차려 입혀서 키웠어"
불구하다는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첫댓글 67, 69번은 글자 빠진 게 있어요....
수정했습니다.
감삼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