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관예우를 없애자 -
1.
판사, 검사들의 전관예우는 법원, 검찰에 근무하다 퇴직한 전직前職 판, 검사 출신의 변호사들에게 직간접의 유리한 대우를 현직의 판, 검사들이 행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가리킨다. 고액의 수임료를 의뢰인들에게서 받는 대가로, 특별한 결과를 확실히 보장하여 달라는 압력을 전관 변호사들은 처음부터 일반적으로 받게 마련이다. 그 결과는 갓 개업한 전관변호사들의 명성과 평판과 수입이 좌우되는 관건이 된다. 이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2.
전관예우가 행하여지는 방법들 가운데는 형사재판에서의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 형의 종류의 선택에와 형량의 결정에 있어서, 그리고 집행유예, 선고유예 등을 선고함에 있어서 전관변호사를 배려하는 것이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들이다. 수백억의 횡령, 배임 등으로 회사에 수백억의 피해를 입힌 회사 경영진인 범죄자들,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의 보조금 등 학생들과 교육활동을 위하여서만 사용하여야 될 수백억을 빼돌려 사적 용도 등에 사용한 사립학교의 운영자들이 집행유예, 벌금 또는 기껏 3, 4년 안팎의 실형으로 끝나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보아 온 터이다. 정의를 세우려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무산되고, 법은 우롱된다. 그나마 미미하게 설정된 양형기준을 현실적으로 구속력 없는 것으로 운영하는 법원의 태도는 이를 옹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형벌의 기준이 서 있지 않으니,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법불신의 온상이 사법부 자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가.
민사사건에서도 증거조사 절차 및 증거판단에 있어서의 왜곡이 저질러지는 경우들이 드물지 않다. 전관변호사에게 증인신청과 주장 등의 기회를 더 관대하게 부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증거의 우세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사실에 대하여, 전관변호사의 상대방 측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허물을 씌우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나.
이미 증언한 바 있는 전관변호사 측 증인의 증언이 그 뒤에 나타나는 이에 모순되는 반박증거에 의하여 반박되는 경우에 그의 증언을 치유하도록 다시 소환하여서는 “그 때는 착각을 했다” “질문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제 자료를 보니 생각이 난다” 등으로 진술의 내용을 바꾸도록 허용하고, 그러한 모순되는 진술을 신빙성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안천식 변호사의 전관예우보고서 등에서 실증된다. 반박증거가 나타남에 따라서 동일한 증인을 세 차례나 불러서 그 때마다 진술을 바꾸도록 허용하고서 그 마지막 진술을 믿은 사례가 그것이다.
다.
필자가 변론한 사건에 연결된 광주고등법원에서의 어떤 사건(항소심)의 경우는, 기왕에 내려진 수사절차에서와 지방법원, 고등법원에 이르기까지 6년여에 걸쳐 10여 차례나 확실한 증거에 의하여 확정된 간명한 사실관계가 광주고등법원 출신의 고위직 전관변호사의 등장 한 번으로 완전히 뒤집힌 사례이다. 그 동안의 증거들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배척의 사유를 언급함이 없이, 전혀 무관한 두어 가지 사실들을 모아서는 위 증거들에 배치되는 정반대의 사실을 광주고등법원은 두 번이나 단정지었다. 1심 승소판결에 의한 가집행으로써 집행된 건물명도는 항소심 패소에 의하여 도로 빼앗기고,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수십 차례의 재판의 와중에서, 당사자는 암이 걸려 사망하였다. (잘못된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은 2018년에 별개의 사건에서야 바로잡혔다.)
4.
전관변호사를 선임하면, 특별한 주장이나 증거가 있지 아니한 가운데서도 재판을 계속 속행하거나 연기함으로써 정당한 당사자의 신속한 권리실현을 방해하고 지치게 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는 경우들이 꽤 있다. 변론이 무르익어 종결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세불리를 느낀 측이 전관변호사를 선임하면, 그때부터 새로이 변론이 시작되는 것이 되는 셈인데, 신속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이로써 침해된다.
5.
전관예우는 전관변호사에게서 청탁을 받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받지 아니하고서 암묵리에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들의 장래인 전관변호사들이 특출한 능력을 증명할수록 현관들의 장래가 보장된다는 묵계인 것은 아닐까? 그러한 심리적 배경이 짙게 우리의 사법부를 드리우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필자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자신이 모시던(!) 전관변호사가 법정에 들어설 때에 재판장이 벌떡 일어나서 “부장님, 오셨습니까~”라고 인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사자들이, 변호사들이, 뭇 방청인들이 두루 보는, 그 자신이 재판장으로 주재하는 법정에서.
6.
전관변호사들이 승소하는 사례는 전관예우에 힘입은 것이 아닌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전관변호사들이 판, 검사로서의 복무경험을 살려서 변론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관예우의 폐단은 그들의 능력과 성실로써는 불식될 수 없는 유례없는 성격의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판검사들의 대부분이 퇴직 후에 개업변호사로서 법정에서 변론하는 사례는 필자가 알기로는 없다. 그들의 변호사 개업은 비율이 높지 아니하고, 변론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공익적 성격의 변론을 위한 한도 내에 그치는 것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7.
전관예우의 폐단을 없애지 아니하고는, 나라의 장래를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길은 국민에 의한 조사처분 및 판단을 확보하는 대배심, 소배심을 도입 보강하는 데에, 그리고 양형기준을 합리화하고 구속력을 부여하는 데에를 포함하여, 헌법에 판, 검사의 변호사개업 금지조항을, 특별한 필요에 의한 예외와 더불어, 규정하는 데에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진정한 사법신뢰를 우리의 자산으로 기쁘게 가지게 될 때까지 할 일을 하여야 한다. 대통령에서부터 시골의 촌부에 이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