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상황, 예약 없인 ''하늘 별따기''
지난 12일 오후 2시 30분. 창원시 팔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휠체어를 탄 성민(13·사화초 5)이와 어머니 신용남(44)씨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아파트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2주전에 예약한 장애인 휠체어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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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성민이가 어머니와 장애인 휠체어 택시 기사의 도움을 받으며 휠체어 리프트에 오르고 있다. / 박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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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1급으로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성민이는 장애인 휠체어 택시가 없으면 재활 병원이 있는 창원 신촌동까지 갈 수가 없다.
장애를 가진 다리만 뺀다면 어디 한구석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건강한 성민이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몸무게가 60kg을 넘는다. 그런 탓에 성민이를 돌보는 엄마는 혼자서 아들을 안거나 업어서 이동시킬 수가 없다.
도내 휠체어 택시·장애인 현황
시 군 |
휠체어 택시 |
시 |
창원 |
6 |
마산 |
4 |
진주 |
2 |
김해 |
3 |
진해 |
1 |
밀양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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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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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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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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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함양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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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두 모자에게는 장애인 휠체어 택시는 병원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휠체어 리프트(lift)가 장착된 차량은 성민이가 탄 휠체어를 거뜬히 들어올려 탑승시키고 병원으로 가고, 진료 후에는 집까지 다시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이처럼 성민이와 어머니에게 장애인 택시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이동수단이 되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과 미안함이 쌓여 가고 있다. 매주 월·금요일에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2주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고 있지만, 이용이 급한 다른 장애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성민이 어머니는 "장애인 휠체어 차량이 없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휠체어 택시 예약 날짜를 머리에 넣어 놓고 산다"며 "치료날짜에 맞춰 2주전 예약을 하지만, 장애인 택시가 턱없이 모자라는데다가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사용하는 것이 미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원시로부터 장애인 휠체어 택시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창원시지회가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든 ''일주일전 예약''과 ''중복 예약 금지''와 같은 규칙을 만들어 둔 것을 본다면 성민이 어머니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경남 20개 시·군 전체는 하루전 예약이나 일주일전 예약제를 도입해 운영하면서 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아픈것도 예약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도입된 장애인 휠체어 택시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요긴한 존재가 되었지만 이용이 싶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도가 지난 200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장애인 휠체어 택시 제도는 현재 도내 20개 시군이 경남지체장애인협의회 각 시군 지회와 복지관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수는 수만명에 이르지만 장애인 휠체어 택시 수는 35대가 전부다.
창원시의 경우, 총 6대의 장애인 휠체어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리프트가 장착된 차량은 4대가 전부다. 장애인 수는 1만 5000여명이다. 총 1만 8000여명의 장애인이 있는 마산시도 총 4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리프트가 달린 차량은 3대다. 군부는 더 열악한 조건이다. 장애인수가 1만명이 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남해군 2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1대씩만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도입된 장애인 택시의 이용이 보다 자유로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체장애인협회 창원시지회 박성호 지회장은 "여건상 일주일에 한번씩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할 때 마음이 아프다"며 "현재의 여건으로 봤을때는 5대 정도는 늘어나야, 예약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여성장애인연대 김영순 대표도 "현재의 실정으로는 당장 필요할 때뿐만 아니라 오후 6시 이후나 주말에 장애인 휠체어 택시는 이용할 수 없다"며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생각해준다면 지금보다도 많은 장비를 구입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휠체어 택시란? 타인의 도움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 2조에 의한 장애인 중 타인의 도움없이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이동하는 차량. 운행시간으로 오전 9시부터 6시까지며, 토요일은 일부 자치단체는 오후 1시까지 운행하지만 대부분이 차량 정비 등의 이유로 토·일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강진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