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이다.
아마도 토욜인것 같은데
오전 봉사만 하고 오후에는 할일이 없어서
주머니 칼을 들고 원숭이처럼 망고나무에 올라가 망고를 탐닉하고 있었다.
망고도 종류가 몇가지 있어서 무지 크면서 시고 단단한 놈
작으면서 노랗게 익고 말랑말랑하면서 당도가 무지 높은 놈 머 등등등....
언어가 통하질 않고 치안이 불안하고 소심하니
일과가 끝나면 거의 숙소 망고나무에 올라가 산다.
책도 거기 올라가서 본다...
잠비아에도 한인회가 있는데 두파로 갈라져서 역시 대한민국 사람답게 살고 있다.
이중 비주류에 속하는 분이 있고 그분 부인의 위장병을 고쳐주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티본 스테이크를 원없이 먹게 해주겠다고 운전기사를 보냈다.
보통 잠비아의 부유층 저택은 이삼천평이 기본이다.
커다란 저택 담에는 전기철조망을 치고
입구에는 아카보 소총을 든 경비가 선다.
우리 일행은 낡은 도요다를 타고 대통령궁 옆에 있는 김사장 저택을 갔다.
거대한 자동 철문을 지나니 바로 저택이 나온다.
저택 옆으로는 곱게 타일이 깔린 수영장이 있고 넓은 잔듸밭에 군데군데 망고나무가 서있다.
구석에는 하인집이 세채나 딸려 있었다.
도착하니 김사장은 화부터 냈다.
운전기사에게 기름값까지 들려서 오전에 보냈는데 이미 오후 네시가 된것이다.
김사장 입에서 ' 야이 씨발놈아, 와이 두유 레이트' 하면서 이단 옆차기가 날라간다.
그기 맞는 영어인지는 알수 없지만 어쨌든 안맞는것 같다.
알고보니 이 운전기사 총각인데 사장이 차를 주니까 먼저 애인한테가서 드라이브하고
가족들 드라이브 시켜주고 우리를 픽업한 것이었다. ㅎㅎㅎ.. 안타깝지 않은가.
저택으로 들어가서 부인에게 침을 놓고는 김사장의 동료들을 만났다.
김사장은 잠비아의 군복을 납품하는 업자였는데
대구 사람이다. 나와는 동갑이어서 친구처럼 지냈다.
도 동갑이면서 사업 파트너인 분이 있었는데 총각이란다.
ㅎㅎ.... 숫컷 끼리 모였으니 암컷 얘기는 당근
그런데 그 총각 눈매나 용모나 복장을 보면 영락없는 기생오래비이다.
근데 연신 땀을 흘리고 기력이 없다....
기침도 연신해대고.. 속으로는 이양반 생긴데로 놀다가 에이즈라도 걸린것 같은데 하면서도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나중에 들으니 병치료 하려고 케냐로 갔다고 한다.
저녁 무렵이 되니 수영장 옆에 숯불을 피운다.
흑인 하인이 옆에서서 공손히 티본을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 굽고 있다.
맥주와 중국술인 공부가주와 콜라....등등이 박스채로 쌓여 있다.
초대한 손님들이 속속들이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도착한다.
이중 한국에 부인이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다시 결혼이 아닌 동거를 하는 사람이 왔다.
초대받은 흑인들은 무슨 로타리 클럽회장이니 라이온스 회장이니 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참으로 진기한 풍경을 보았는데
이 흑인여성과 사는 한국인과 그 흑인여성은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게 아닌가.
흑인은 흑인한테 왕따.
한인은 한인한테 왕따.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티본이 구워지자 하인은 먼저 주인에게 갔다 준다.
김사장 맛을 보더니 하인의 머리를 쥐어 박는다.
'이기 ..덜 익었자나...시키야..다시 구워...그리고 이건 니나 머거...'
원래부터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헌데 그 흑인 너무나 고마워 하면서 그걸 무릎 꿇고 먹는다.
역시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다른 흑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그 풍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다........ 헐!
저런 남편을 따라 멀고 먼 이 검은 대륙에 와서 살고 있으니 그래 위장병이 안걸리겄능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위장은 스트레스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장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원력 역시 아주 강한 장기인데
실제로 위장병인것 같아서 속을 들여다 보면 염증하나 없이 깨끗한 경우가 많다.
또한 위암이라 진단 받고도 막상 개복해보면 아닌 경우도 아주 많은 것이 위장이다.
그래서 위장병은 고칠수 없는 병이라고 알려졌다.
동양의학으로는 홧병이라고도 할수 있는 병이다.
이것을 훌륭하게 정의해 놓고 또한 훌륭한 치료법을 만든 사람이 있는데
북한의 지만석 선생이다..
이 위장병을 위긴장증이라 명명하고는
환자를 의자에 거꾸로 앉혀놓고
간유, 담유, 비유,위유, 삼초유에 나란히 침을 꽂고 30분 이상을 유침하면
거의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나도 이 방법으로 상당히 인정을 받았는데
나는 여기에 지양혈과 명문혈에 뜸을 더한다.
급성 위장병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도 이것에 대부분 통한다.
아프리카 경험은 아닌데 아주 부유한 할머니 한분이 있었다.
나와는 매우 친해서 자주 뵙는 분이었는데
어느날 새벽에 전화가 왔다.
복통이 와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와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몰핀을 세대나 맞았지만 복통이 멈추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이나케 달려갔더니 집으로 가셨다고 한다.
병원에선 더 이상 방법이 없어서 였다.
집으로 찾아가니 침대에 새우처럼 웅크리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침을 놓으려 하자 완강히 거부하신다...
한참을 손발을 주물러 드리다가 옆으로 누운 등에 어렵사리 침을 놓았다.
잠시후 숨을 쌔근거리며 잠이 드신다......
나중에 멀쩡히 깨어나시길래
'아니 어머니... 무얼 또 그래 몰래 드셨습니까'
' 아니 아무것도 안먹었어...'
'에이 아닌데요, 분명 밤에 무얼 몰래 드셨습니다...그것도 찰진걸 드셨을 겁니다'
고개를 모로 저으신다.
내가 가고 나서 그 할머니' 그 양반 도사네 도사...... 밤에 찹쌀떡을 딱 한개 먹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