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2011 정기당대회. ⓒ민중의소리
진보신당이 2011년 정기당대회를 개최하고 '종합실천계획'을 확정했다. 이날 당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던 '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은 격론끝에
사실상 부결됐다. 이른바 '통합파'와 '독자파'의 논쟁은 독자파의 완승으로 끝난 셈이다.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당대회는 총 481명의 대의원 중 379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당대회는 내내 '새로운 진보정당'의 원칙과 범위에 대해 격론을 벌였으며, '독자파'는 모든 안건에 표대결로 승리함으로써 조승수 대표 등 '통합파'를 압도했다.
당 대회에 앞서 조 대표는 25일 당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였기에 우리가 낡은 진보로 규정했던 세력과 함께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과거에 함께하지 않았던 여러 진보정치 세력들이 우리와 함께 할 준비를 하고 있어, 이들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진보,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 대표의 의견표명은 애초 '선도탈당파'로서 독자파에 기운 것처럼 보였던 조 대표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날 당대회를 앞두고 '통합'에 파란 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이날 당대회에서 '독자파'가 완승을 거두면서 조 대표의 당내 입지는 무척 좁아지게 됐다.
진보신당 당대회, 무엇을 남겼나진보신당은 이날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 지었다. 이날 표결로 처리된 안건을 요약하면 ▲ 진보신당의 가치기준에 반하는 정치활동을 했던 세력은 조직적 성찰이 전제되어야 하고 ▲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는 연대할 수 없으며 ▲ 2012년 대선에서의 연립정부는 불가하며 ▲ 9월까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 합의하는 세력들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대회는 "9월 전후 시기까지 모든 진보정치세력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합의하는 세력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수정동의안을 재석 대의원 359명중 193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는 진보신당이 향후 '사회당'과 기타 세력간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진보신당 2011 정기당대회 참석한 당원들. ⓒ민중의소리
통합을 지지했던 대의원들은 "가치 기준에 반하는 정치활동을 했던 세력은 조직적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는 수정동의안을 발의했으나 61명의 찬성에 그쳐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진보신당의 한 대의원은 "(조직적 성찰이란) 집단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함께 못하겠다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대통합의 범위를 협소화 시키게 되는 것이며, 함께 가자는 것이 목적이라면 집단반성문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편 "'연립정부론'등이 당 내에서 논의가 나오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주장 역시 표대결에서 밀렸다. 재석 대의원 378명 중 228명은 "연립정부론은 새로운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독자파'의 완승...사회당과의 통합 이외의 다른 가능성 제한해진보신당은 당대회 이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추진위)를 구성해 진보통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당대회를 통해 '통합'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추진위는 '사회당'과의 통합 이외에 이렇다할 활동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대표가 추진위원장을 임명할 때 전국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해 애초 추진위원장으로 물망에 올랐던 노회찬 전 대표가 추진위를 맡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다. 노회찬 전 대표는 그 동안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며, 이번 당 대회가 끝나면 추진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었다.
진보신당 2011 정기당대회에 참석한 조승수 대표와 심상정.노회찬 전 대표. ⓒ민중의소리
한 대의원은 "(진보신당)우리 당은 당 내에서는 말 못하게 하면서 밖에서 의논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대의원은 "뻔히 보이는 협상카드를 가지고 추진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오늘 결정된 사항은 사실상 당 내에서 '통합'에 대한 모든 논의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패권주의에 질렸다"며 아쉬운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진보신당의 당대회가 독자파의 완승으로 끝남에 따라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합당은 물론, 진보적 정치세력의 대통합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통합을 지지해왔던만큼 이들이 당 대회의 결정을 받아들일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사실상 당대당 통합이 무산된 조건에서 새로운 통합로드맵이 나오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